새 정부의 첫 번째 경제 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핵심은 감세다. 법인세·재산세·종부세를 감세한다고 한다. 또한 주식 양도차익 과세 요건도 현행 10억원 주식 보유자에서 100억원으로 크게 상향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인세 감세다. 세수 감소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책이 발표되니 언론에선 팩트체크를 한다. 가장 간단한 팩트체크는 한국 법인세율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다. 문제는 팩트체크 내용이 사실상 틀린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 국회예산정책처를 인용해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데 OECD 평균 2
연세대는 교문에서 본관까지 길이 곧다. 해마다 6월이 오면 긴 길섶 좌우에 6월대항쟁의 불꽃 이한열을 추모하는 펼침막들이 붙는다. 6월20일에 다시 찾은 교내도 그랬다. 총학생회는 “민주화를 위한 당신의 희생,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으리라”를 내걸었다. 총동아리연합회는 “흐른 시간이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대의 운동화에 흐른 피와 땀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썼다. 이한열이 숨을 거둔 의과대학은 “다시 태어나면 그대를 업고, 그대가 꿈꿔오며 목숨바쳐 색칠한 세상 보여주리”라는 글을 펼쳤다.젊은 벗들의 추모 글에 가슴이 애잔하다.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근데 여정 언니가 보여줬죠.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지난 5일 종영한 tvN 에 출연한 김정자 씨는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인생의 모멘텀을 만들어낸 윤여정을 통해 별 볼 일 없고 따분할 거라고 여겼던 노년의 삶에도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이다. 속 윤여정은 세계적인 배우들 앞에서 “내 이름을 똑바로 발음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는 제2의 누구도 아닌
김현정과 원용진이 공저한 (2002)은 학계가 팬덤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출발점이 된 기념비적 논문이다. 10대 청소년의 병리적 현상으로 팬덤을 바라보는 규범적 관점, 문화산업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평가 절하하는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부터 탈피해 이들은 팬덤이 대중문화를 진보적으로 개혁하는 정치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분석 대상인 서태지 팬클럽의 문화 실천은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음악 다양성을 훼손하는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를 이끌었고 공연윤리위원회 음반 사전심의 규제를 철폐했으며, 지상파 연예 프로그램의
“그때 탑건을 보고 아, 저기 활주로에 서서 손짓을 내는 사람 정도는 돼봐야겠다 싶었지.”30대 여기자와 50대 남부장 사이에는 업무 얘기 외에는 마땅한 대화 소재가 없는 편인데, 때때로 괜찮은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대화의 물꼬를 터주기도 한다. 요즘 같으면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이 딱 그렇다. 같은 날 당직을 선 부장은 젊은 시절 ‘탑건’에 출연한 톰 크루즈가 하도 멋있어서, 파일럿은 못 될지라도 이륙하는 비행기에 수신호를 내는 해군이라도 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날 대화는 꽤 이어졌다.‘탑건’은 1986년에 제작됐
독일에서는 휠체어 탄 사람을 자주 마주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와 자리를 비켜주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한국에서 평생 한 두 번 마주쳤을 다운증후군 환자는 한 달에 몇 번은 지나쳐 간다. 독일 일상에서만큼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보는 일이 드물다. ‘장애’ 테마를 다루는 경우는 물론 예외다. 테마가 장애가 아닌 이미지는 대부분 비장애인들로 채워져 있다. 독일에서 사회적 이미지 데이터뱅크, ‘게젤샤프츠빌더(Gesellschaftsbilder.de)’가 나온 배경이다. 2016년부터 운영된 게젤샤프츠빌더는 ‘새로운
1점이 아쉬운 야구 경기 상황이다. 감독은 무사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 희생번트가 성공하면 나는 아웃되지만 1루 주자는 2루까지 간다. 아웃되었어도 작전 성공이다. 아웃 카운터는 하나 늘었지만, 나의 ‘희생’으로 앞선 주자를 2루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경제학자 이영훈에 따르면 무사 1루 득점 확률은 44%, 1사 2루 득점 확률은 그보다 낮은 41%라고 한다. 통계를 보면 희생 번트는 성공해도 실패한 잘못된 전략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일부 감독은 희생번트를 지시할까? 강준만 교수는 이를 ‘행동편
민주당이 놀아나고 있다. 집권당과 ‘언론권력’이 손잡고 날마다 언구럭을 부린다. 한낱 우스개가 아니다. 언론이 분당 가능성을 보도하자 실제로 그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생게망게한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민주당에 있다.차분히 톺아보면 이명박과 박근혜로 정권이 이어졌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촛불혁명이 일어나면서 집권할 수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소망을 구현하지 못했다. ‘집값 안정만은 자신 있다’거나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객쩍은 호기를 부렸다. 촛불혁명의 주체가 민주당이 아니었음에도 문재
국어사전은 ‘마녀’(witch)를 “① 유럽 등지의 민간 신앙에서, 사람에게 해악을 주는 마력을 가졌다는 여자 ② 성질이 악하고 사나운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첫 번째 뜻은 지역적·역사적 기원을 가리키고 두 번째 뜻은 상태와 특징을 지칭한다. 두 번째 의미는 요녀, 요희, 요부, 독부, 악녀, 악처 등의 한국어로 대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첫 번째 뜻을 담는 한국어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언뜻 무당, 무녀 등이 떠오르지만 유럽이라는 공간의 고유성과 경험의 특수성을 포괄할 수 없다.최근 10년 간 한국 대중문화에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의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 감독의 신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였다. 영국 영화매체 스크린인터내셔널, 프랑스 영화매체 르 필름 프랑세즈 모두 박찬욱 감독의 미스터리 로맨스 ‘헤어질 결심’에 더 높은 점수를 줬기에 조심스럽게 ‘헤어질 결심’의 수상을 점친 언론도 있었지만, 황금종려상은 역시나 ‘보다 정치적인 영화’에 돌아갔다.칸영화제가 선호하는 정치적인 영화란 빈부격차와 계급, 전쟁과 난민, 성 소수자와 차별 등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바
데뷔 전부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던 르세라핌 멤버 김가람이 데뷔 18일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르세라핌 소속사인 하이브 측이 김가람 활동 중단 이유를 “김가람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하이브 측은 김가람이 중학교 1학년이던 2018년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5호 처분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김가람을 학교 폭력의 일방적 가해자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왜곡된 주장’이며, 해당 사건을 “먼저 큰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가 학폭위를 요청하면서 되려 피해를 입은 친구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자유와 작은정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윤석열 정부의 작은정부 의지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에서 ‘재량지출 10% 삭감’을 말했다니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몇몇 언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3년 만에 부활한 재량지출 10% 삭감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작은정부 인정인가? 그러나 매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보는 사람이라면 재량지출 10% 감축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23년도인 내년뿐만 아니라 22년이나 21년도에도 그리고 20년도에도 ‘재량지출 10% 감축’은 계속 존재해왔다
오월정신. 확고히 지켜가겠단다. 윤석열 정부의 다짐이다. 5·18 민중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이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주장했다. 윤 정부 초기인 지금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월정신을 통합의 주춧돌로 삼으려면 또렷한 ‘선행 인식’이 필요하다. 톺아보면 5·18 민중항쟁에 통합 거론은 학살 바로 다음날부터 나왔다. 계엄군의 전남도청 학살 직후에 조선일보 사설은 “악몽을 씻고 일어서자”고 주장했다. “군이 자제에 자제를 거듭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단다. “신중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성상납 의혹으로 당 차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되어 면직된 비서관을 수개월 만에 다시 채용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기준(5월16일) 언론의 해명 요구에 묵묵부답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좌관 성추행 혐의를 받는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다. 같은 당 최강욱 의원은 당직자들이 참여한 화상 회의에서 불쾌한 농담을 던져 곤욕을 치렀다. 대한체육회 출신 신임 조용만 문체부 차관은 체육회 사무총장 시절 회식 자리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로 징계성 처분을 받은 윤재순
“조국 사태를 판단하는 영화는 아니다.”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이 개봉을 앞두고 한 말이다. 그의 작품을 지지해왔지만, 이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영화는 정경심 교수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받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관련 판결문에 어떤 부당한 점이 있는지, 당시 조사받았던 동양대 조교가 어떤 압박을 당했는지 소상히 짚는다. 장경욱 교수, 박준호 씨 등 관련자 인터뷰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과정을 거쳐 ‘검찰과 언론이 주도한 조국 사태가 부당했다’는 또렷한 맥락을 형성한다. 조국 전 장관은 현재 자녀 입시
국가 부채에 관한 젊은 학자의 논문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 후보자의 딸이 썼다는 ‘국가 부채가 문제가 될까?’(Does National debt matter?)라는 논문 또는 아티클에 관한 얘기다. 일부는 이 글을 논문이 아닌 아티클이라고 주장하기에 아티클이라는 명칭도 병기하고자 한다.그런데 이 논문(또는 아티클)이 언론에서 수없이 다루어지고는 있지만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이 논문(또는 아티클) 내용을 진지하게 분석해보자.이 글은 세 페이지 짜리
촛불이 사위어간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대통령은 퇴임했다. 후임은 박근혜를 집으로 찾아가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고개 숙이며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한 검사다.기막힌 변곡점이다. 촛불의 역사적 뿌리를 새삼 찬찬히 새기는 까닭이다. 옹근 100년 전 5월이다. 호외가 시내 곳곳에 뿌려졌다. 창간 초기였던 동아일보는 1면 머리에 실은 사설 ‘손병희 선생을 조(弔)하노라’에서 고인이 “민중으로 반려하여 민중으로 고락”하며 민중의 우러름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도 “2천만 배달민족을 대표하여 반만년 대조선의
영화를 다 보고 며칠 내내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 경우가 있다. 2019년 개봉한 ‘에이프릴의 딸’이 그랬다. 젊은 엄마 에이프릴(엠마 수아레스)이 어린 나이에 임신한 딸을 따돌리고 그의 남자친구를 빼앗는다. 예비 장서 사이로 봐도 될 사이의 성적인 장면까지 여과 없이 연출되더니 나중에는 딸이 낳은 자식을 빼앗는 전개로 이어진다. ‘엄마’ 하면 애정이나 헌신이 떠오르는 평범한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심리적 충격이 꽤 오래 이어졌다. 이 논쟁적인 영화로 미셸 프랑코 감독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탔다.이런 작품이 권위
인터넷 다시보기, 유튜브. OTT 서비스는 ‘실시간 방송(on air)’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그래도 텔레비전의 종말을 말하기엔 섣부르다. 상상력을 보태자면, 몇 십 년 전에 대기 속으로 날린 방송이 흡사 은하계의 별빛처럼 이제야 도착해 오늘의 현실을 비추는 가시광선이 될지도 모른다. OTT 서비스 웨이브를 통해 20년 만에 다시 본 MBC 드라마 (장두익·안판석 연출, 정성주 극본, 2000-2001)가 내겐 그랬다.는 10년 째 대학 강사 생활을 하는 장진구(강석우 분)와 그로 대표되는 먹물 지식인의 위선, 주
요즘 가장 뜨거운 패션 키워드는 단연 ‘언더붑’이다. ‘언더붑’은 극단적으로 짧은 상의를 입어 밑가슴을 드러내는 패션을 말하는데, 해외에서는 벨라 하디드, 카일리 제너, 줄리아 폭스 등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에 의해 이미 수년 전부터 유행했다. 그러다 최근 제니, 공민지, 비비, 최근 데뷔한 르세라핌 김채원 등이 잇따라 언더붑 의상을 선보이면서 국내에도 유행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브래지어는 악세사리일 뿐’이라며 SNS에 노브라 사진을 게재했다 대중의 뭇매를 맞은 고 설리, 그저 노브라로 귀국했을 뿐인데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