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한 편의 보고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를 진행한 주체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다. 2003년에 출범한 이 연구소는 근육통이나 허리, 어깨 통증을 비롯하여 다수의 현장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근골격계 작업병’ 투쟁 참여를 시작으로 다양한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와 조사를 수행했던 기관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방송 노동 현장 같이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속적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 영역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던 곳이기도 하다.그
흔히들 설날을 비롯한 명절에는 최대한 가족이나 친척, 아니면 이웃끼리 덕담을 나누라는 말이 있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 설날 같은 명절만이라도 우울하거나 힘든 이야기를 말하는 대신, 화목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그러기는 참 쉽지 않다. 명절 때마다 친척끼리 모인 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크게 번지는 일이 적지 않은 것처럼, 365일 중에 단 하루라도 좋은 것만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한국 문화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작품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다시 어떤 작품은 해외에서 상까지 받아오는 일이 계
※작품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지난 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이 심상치가 않다. 개봉 이전 10년 넘는 공백 끝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란의 신작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 물의 길’과 동명의 유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윤제균의 JK필름과 CJ ENM이 합작한 ‘영웅’이 다투던 극장가에 또 다른 거센 물결이 일어났다. 계속 1위를 ‘아바타 : 물의 길’이 차지하는 가운데 ‘영웅’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거센 대결을 벌이고 있는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 1월 11일 현재로서는 ‘영
한 해의 끝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난 12월 30일,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최신 시즌인 ‘쇼미더머니 11’이 결승전을 방영하며 마무리되었다. 시즌 11의 우승을 차지한 래퍼 ‘이영지’는 역대 쇼미더머니 시리즈 중 사상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여성 래퍼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2019년 엠넷의 고등학생 연령대의 래퍼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즌 3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영지는 다시 3년 만에 엠넷에서 기획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엠넷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의 메인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에서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한동안 한국 관광을 독려하는 캠페인 문구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사용된 적이 있었다. 10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빠르게 개발과 발전, 성장을 일구어낸 한국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었으리라. 그러나 ‘다이나믹’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역동적’인 상황은 결코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확립하거나 다질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따라가기 바쁠 수도 있음을 넌지시 드러내는 모습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서 가까스로 회복하기 시작한 2022년 연말, 두 개의 대중음악 시상식이 각각 개최되었다. 하나는 지난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CJ ENM 차원에서 개최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 다른 하나는 12월13일 스타뉴스에서 주최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이하 AAA)이다. 특히 MAMA에 대한 주목이 컸다. 영화, 방송은 물론 음악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CJ ENM 차원에서 개최하는 시상식이자, 골든디스크나 서울가요대상과 같이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한국을 일컫는 수식 중에 ‘IT 강국’이라는 호칭이 존재한다. 본래 ‘IT 강국’이라는 표현이 처음 붙기 시작한 것은 빠른 속도로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망’ 덕분이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전화용 회선과 병행으로 사용하던 모뎀 기반의 PC통신을 개량하는 ISDN 규격으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ISDN 규격을 거의 뛰어넘다 시피하며 빠르게 ASDL-VDSL 규격을 거쳐 흔히 ‘광랜’이라고도 부르는 FTTx 규격의 인터넷 서비스를 상당히 이른 시기에 실시하게 되었다.자연스럽게 인터넷을
몇 주 전에 뉴스 하나를 보았다. 지난 8월 2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영된 중국과 관련된 뉴스 꼭지였다. (참고 기사 : MBC 뉴스데스크: ‘한국’을 숨겨라… 한국 웹툰의 중국 영화 성공기) 뉴스는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봉하여 흥행 중인 영화 ‘두싱웨추’(独行月球, 독행월구, 한국어로 해석하면 ‘달을 홀로 다니다’라는 뜻이 된다)라는 작품을 다루고 있다. 기사는 해당 작품이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연재된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의 SF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하고 있음에도 “포스터 어디에도 한국 만화가 원
지난 2017년 초, 영화 ‘싱글라이더’가 한국에 개봉했다. 배우 이병헌과 공효진이 주연으로, 그것도 신인 감독의 장편 첫 데뷔작이자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작품에(공표 제작비 45억원) 등장하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비록 ‘싱글라이더’의 흥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지만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미스터리가 오묘하게 가미된 드라마 장르의 연출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는 바로 감독 이주영이다.‘싱글라이더’ 이후 한동안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던 이주영 감독이 다시 복귀한 작품은 6부작 드라마
지난 2년간 한국 영화계는 큰 고난에 시달려야 했다. 2020년 초 갑작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의 모든 활동에 큰 제약과 상처를 가져왔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야외 상영이나 집에서 VOD나 블루레이 같은 2차 매체로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보편적으로 영화를 보는 방법은 결국 영화관에서 불특정 다수와 함께 보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영화관은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실내 공간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비록 지난 2년간 영화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확진자의 비율은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도 높지 않았지
지난 25일 갑작스러운 속보가 인터넷 망 여기저기에 퍼지기 시작했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웹툰을 제작한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의 전 대표이자, 해당 작품에서 작화를 담당했던 장성락 작가가 향년 37세의 나이에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레드아이스 스튜디오가 밝힌 공식적인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27일 한겨레의 보도에서 장성락 작가는 평소 고혈압 등의 지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관련 기사: 한겨레: 37살 웹툰 작가의 죽음, 장시간노동 현실 재소환했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추공 작가의 원작 웹소설 이상으로
지난 4월 6일, 만화가 천계영이 지난 2014년부터 다음 웹툰(현, 카카오웹툰)에 연재하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이 209화를 끝으로 완결되었다. 약 9년 간 진행된 연재에, 200화 가까운 연재의 기록은 웬만한 작품은 결코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연재 기간 동안 50억의 누적 조회수도 무척이나 놀라운 기록이자, 작품이 지닌 인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이다. 어디 그뿐인가. 연재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지난 5월에는 카카오TV에서 해당 작품을 오리지널 예능으로 제작하기로 결정된 소식은 10년 가까운
지난 14일 갑작스럽게 올라온 한 편의 영상이 파죽지세로 인터넷 사방에 퍼져나갔다.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찐 방탄회식’이라는 제목의 약 1시간 길이의 동영상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확인을 거치고 올라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상당히 날카로운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마음을 터놓고 술을 나누자는 컨셉으로 진행되는 이 영상에는 지난 2013년 데뷔 이후 활동 9년차를 맞이하는 소회가 상당히 직설적으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영상의 시작부는 흔한
지난 5월 29일 소위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라 통칭되는 프랑스 칸 영화제가 폐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여러모로 영화인들에게는 뜻깊은 영화제였을 것이다. 2020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칸 영화제를 비롯한 무수한 영화제가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극장에 사람을 받지 않고 비대면-온라인을 중심으로 열거나, 관객을 받더라도 엄격한 제한 조건 속에 소수의 관객만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아직 완전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하면 치명률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에서
과거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영양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지금이야 두툼한 뱃살은 나태의 상징이지만 1970년대 즈음만 하더라도 푸짐한 살들의 모습은 부와 풍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나 생활 수준이 상징하고, 이와 함께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이 퍼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군살은 어떤 식으로든 제거할 대상이 되었으며, 살이 찐 모습은 자기 관리 실패의 전형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이러한 시대상과 인식의 변화에 방송 미디어들은 점차 프로그램으로써 대웅하기 시작했다. 살에 대한 인식
작별이라는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하던가. 대중가요에서 허구헌 날 이별을 말하고, 다시 수많은 드라마나 만화, 영화 등이 만남과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것은 만나는 기쁨 이상으로 헤어지며 발생하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도 미리 작별을 준비할 수 있다면 조금은 다행이겠지만, 결국 정확한 작별 일시를 고지하는 것조차도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헤어짐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역설적으로 그 준비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작별을 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순간이 되고 만다.지난 5월 2일, 하나의 미디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고민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는 문서와 실제 정책과의 괴리다. 12.12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고 5.18과 같은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며 한국을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했던 전두환의 제5공화국조차도 ‘5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정계획‘ 같은 공식적인 정책 문서에서는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문화예술의 진흥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예술분야의 연구 및 창작활동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면서 (…) 지역간, 계층간 문화격차를 해소해나갈 것이다”는 목표를 밝혔을 정도다.물론 이는 결국
어느 정도 영상 산업이 구축된 모든 나라에는 각각의 시상식이 존재한다. 엄연한 미국 국내용 시상식이지만 국제적 위상 덕분에 덩달아 높은 지위를 가지게 된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영국의 BAFTA, 프랑스의 세자르상, 스페인의 고야상, 일본의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대만의 금마장을 비롯해 각국에는 최소 1개 이상의 영상 부문 시상식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이런 지위를 지니고 있던 시상식은 1962년에 첫 막을 올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 ‘대종상 영화제’였다. 그러나 모두가 익히
작년 11월, ‘월트 디즈니’가 한국에 새롭게 모습을 등장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작년 10월, 그리고 올해 4월 ‘월트 디즈니’는 다시 한국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뭔가 이상한 소리처럼 느껴지겠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인 건 분명하다. 작년 11월, 월트 디즈니 전세계 차원에서 추진하는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되었지만, 그 직전인 작년 10월에는 기존 월트디즈니코리아가 서비스하던 채널 ‘디즈니 채널’과 ‘디즈니 주니어’의 송출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채널들을 운영하던 월트디즈니코리아의 자회사
1998년에 처음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라는 존재를 아는가. 2018년 ‘아담’의 이름 뒤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 박성철(제로)가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2’에 나오면서 비화를 알리고, 이후 2021년 JTBC ‘싱어게인 2 – 무명가수전’에 다시 출연을 하였기에 이전보다는 ‘아담’을 아는 사람이 조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담’에 대한 인지도는 증가했을지 몰라도 ‘아담’을 기억하는 방식은 여전히 ‘1990년대의 추억담’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는 ‘사이버 가수’라는 특성 때문에 제대로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