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원 이상 망 사용료 낼 것”, “구글도 망 사용료 낼 것” 전망 속 넷플릭스 대응 주목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지난 25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연결상태의 유지라는 역무를 SK브로드밴드로부터 제공받고 있어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을 체결할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한 것으로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브로드밴드는 그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재정 신청을 냈다. 인터넷 서비스제공사업자(ISP)가 콘텐츠제공사(CP)와의 망 사용료 갈등으로 정부에 중재를 요청한 첫 사례였다. 

망 사용료 갈등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같은 ISP사업자와 유튜브·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같은 CP사 간의 일종의 고속도로 이용요금 분쟁이다. 망(네트워크)은 데이터 고속도로다. 2019년 방통위 중재 재정 신청 당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면서 발생한 트래픽 증설 비용을 우리가 내고 있다. 비유하자면 2차선에서 4차선 도로를 만들었는데 넷플릭스도 이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CP는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 반면 국내CP가 국내ISP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네이버·카카오 합계 연간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역차별’ 논란이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의 오렌지, 미국의 버라이즌·AT&T·컴캐스트 등 해외 ISP를 상대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외CP의 통신망 무임승차”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방통위 중재를 거부하며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통신사의 망 사용료 요구, 자신의 역할과 책임 외면…‘무임승차’ 주장은 왜곡”

넷플릭스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ISP에게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제공, CP에게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라는 각자의 역할과 소임이 있다”면서 “ISP가 콘텐츠 전송을 위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는 개개 이용자들 이외에 CP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며 이를 두고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오히려 소비자가 이미 ISP에 지불한 비용을 CP에도 이중청구하는 것으로 CP가 아닌 ISP가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넷플릭스는 해외에서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느 ISP에도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방식의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 전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로 하여금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어떠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도 제공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그러면서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명시한 법원의 판결문을 현재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는 공동의 고객을 위해 SK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CP와 ISP, 그리고 공동의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오픈커넥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항소하면 곧바로 밀린 채권을 갚으라는 반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망 사용료 분쟁,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면 안 돼”

이번 판결을 두고 서울경제는 26일자 지면에서 “법원이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 넷플릭스는 많게는 800억 원 이상의 망 이용료를 낼 수도 있게 됐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도 망 사용료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트래픽 발생 비중을 고려하면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는 연 1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았던 KT와 LG유플러스도 넷플릭스에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통신사에 별도의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구글에도 (ISP사업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요청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이 25.9%로 1위, 넷플릭스가 4.8%로 2위였다. 

한국경제는 “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10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라 보도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해외CP는 네트워크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관련 당국은 ISP와 CP업계의 망 이용료 분쟁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급을 위해 구독료를 높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목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점에 주목했다.

이런 가운데 판결을 둘러싼 논쟁은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인터넷의 자유, 개방, 공유를 위한 전문가집단 ‘오픈넷’은 ISP사업자의 입장을 가리켜 “멋진 책을 쓴 작가에게 그 책이 시골 서점까지 제대로 전달되도록 자기의 인세를 깎아서 서점 유통 업체들에게 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하며 망 중립성 훼손을 우려한 바 있다. 망 중립성은 2015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도입한 원칙으로, 콘텐츠 내용이나 유형에 따른 차별이나 차단을 금지하고 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