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알림] 9월16일 국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필자는 발제자 중 한명으로 참가했고 통합항공사가 사실상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금융주도 국유화’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항공산업의 위기극복과 코로나19 이후 산업재편, 고용유지라는 측면에서 통합항공사는 국유(영)기업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에서는 대한항공 지분율(전환사채와 교환사채의 지분율) 문제 등을 언급하며 국유화 상태가 아니라고 했고, 통합항공사는 현 지배구조(조원태 회장) 대로 유지 운영하면 시장독점 문제와 가격인상 등 사용자편익 침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고, 고용유지도 가능하다고 약속했다.

이 글은 산업은행의 반론을 반영해 당시 발제문을 수정 보완해서 작성한 글이다. 현재 상태로는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 수가 없고, 탄소전환과 산업재편에도 대응할 수 없으며, 고용유지도 불가능해 결국 민항사 체제의 양사통합은 정부 자금만 더 축내는 비극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 전망한다.

1. 민항사 vs 국영(국유) 항공사, 위기대응?

전 세계에 수천여개의 크고 작은 항공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북미와 유럽 등 여행객 수요가 많고 특히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민영 항공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수많은 지역에서는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국유기업이나 100% 지분을 소유한 국영 항공사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 위기로 인해 파산 등의 상황변화가 매우 심하지만, 전 세계 96개 국가(자치정부 포함)에서 운영하는 112개의 항공사가 국유 또는 국영 항공사로 운영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여전히 전 세계 여러 국영 항공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각국 주요 항공사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OECD 국가 중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4개국 중 3개국에서 자국 내 최대 공항(airport)의 대주주가 공공부문(중앙 및 지방정부 등)이었고, 3개국 중 1개국에서는 최대 항공사의 대주주가 공공부문이다.

1) 위기에 더 취약한 민영항공사 : 미국·유럽 민항사에 몰린 지원금

미국은 항공사 지원에 540억 달러(65조원)를 지출했는데, 그중 120억 달러(1차·2차 지원금 400억 달러의 30%)만 갚으면 되고 나머지 420억 달러(50조원)는 대가 없는 보조금(주로 고용유지지원금)이다. 전세계 항공사 지원액 1619억 달러(190조원) 중 미국의 항공사 지원금(540억 달러)은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규모로 지원을 하면서도 정부가 주식에 손대는 것은 제한했고, 논란 끝에 지원금 10% 규모의 항공사 주식을 인수할 수 있었지만 의결권은 스스로 제한했다.

독일은 루프트한자에 90억유로(13조원) 규모의 자본금과 전환사채 형태로 자금 지원을 해 20% 수준으로 정부 지분을 늘린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에어프랑스-KLM은 프랑스에서 70억 유로(약 10조원) 규모의 정부 보증 대출과 자본금 확충을, 네덜란드에서는 34억 유로(약 5조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홍콩 정부는 케세이퍼시픽 항공에 50억 달러(6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카타르 항공은 20억 달러(2.4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했다.

지원금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대형 민간 항공사들로 자금지원이 몰렸다. 미국은 전 세계 지원금의 1/3 수준이고, 독일과 프랑스-네덜란드 등을 합하면 전 세계 항공사 지원금의 2/3가 넘는다(독일 루푸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은 코로나 이전 민영항공사의 지위를 가졌다).

이처럼 대형 민항사(FSO)에 자금지원이 몰린 이유는 첫째, 여객운송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 항공사 대부분이 민영항공사이고 둘째, 민영항공사들이 자체 경쟁으로 수익률 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를 맞아 쉽게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항공사들이 국제선 여객시장을 독점해 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특히 국제선 시장이 위축되면서 빠르게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셋째, 국내선은 저가 항공사와 지역 항공사와의 경쟁으로 인해 국내선 네트워크 등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화물운송으로의 전환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렸다. 

▲ 비행기. 사진=gettyimagesbank
▲ 비행기. 사진=gettyimagesbank

2) 국영 항공사의 위기 대응

항공사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일부 국영 항공사에 대한 지원과 대응 방법은 달랐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대형 민간 항공사들은 정부의 대규모 직접 금융지원(신규 자본 공급·대출·브릿지론)을 받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국영 항공사들은 서구 항공사들에 비해 훨씬 적은 지원을 받았다.

러시아 항공산업은 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Aeroflot)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세계 시장점유율이 최근 2.8%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그럼에도 코로나 위기로 인한 정부 지원금은 3.4억 달러(4천억원)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정부는 14억 달러(1.7조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해야 안정될 것으로 보지만, 시장과 항공사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서구 국가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지원금 규모가 작다.

국영항공 3사(중국국제항공·남방항공·동방항공)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 위기기 발발하자 유가인하, 세금면제, 좌석당 보조금 등 항공업계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했다. 그러나 유류비 인하를 제외하고 보조금 지급은 2000~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5월에는 민항업계에 1100억 위안(18.5조원) 규모의 저리 우대 대출을 제공했다. 이후 코로나 확산이 멈추면서 빠르게 국내선 수요가 회복했고 동시에 항공사들의 손실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큰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항공의 대응은 인상적이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항공사이고 국제선 여객 운송으로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코로나 위기가 확산하자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 대형 항공사 중에서도 특히 타격을 많이 받을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국영 항공사의 장점을 살려 발 빠르게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운송 능력을 배가하면서 화물운송으로 전환했고 수출도 늘렸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직원을 해고하거나 급여를 삭감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기 위해 화물, 유지 보수, 수리 및 분해(MRO)와 호텔 사업에 활용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이 전례 없는 위기 동안 수익을 올린 세계에서 3개뿐인 항공사 중 하나였다. 에티오피아 항공사 네트워크는 아프리카에서 중동,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를 연결해 수출을 10개월 동안 13% 늘려 24억 달러(약 5조원)를 기록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바이러스 대처 기증품을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수송한 것에서부터 코로나 확산으로 지역 내 발이 묶인 화물 운송까지 도맡아 자국 내 생산품을 더 많이 날랐다. 그 결과 여객운송에서 10억 달러 가까이 적자가 예상됐지만 화물운송으로 대처하면서 적자 규모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게브레마리암 에티오피아 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항공사의) 주인인 국가에 직접적 지원을 요청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에티오피아 항공. 사진=flickr
▲ 에티오피아 항공. 사진=flickr

국영 항공사에 제공된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지원은 세금 유예와 공항 요금 면제의 형태였으며, 다수의 국영항공사는 정부의 막대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세금과 수수료 면제로도 가장 힘든 팬데믹 순간에 항공사의 위기를 완화할 수 있었다.

국영 항공사가 이정도로 운영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광범한 국내 운송 네트워크의 존재 때문이다. 국영항공사이므로 국내선 운항에서도 민항사들과 크게 경쟁적이지 않았고 이는 화물운송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다수의 민항사들과 노선을 적절히 분점하면서 경쟁적이지 않게 위기 대응을 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 발발 이후 급속도로 확산했으나 4월 이후 확산세를 잡았고 6월부터는 국내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항공산업의 회복을 도왔다. 반면 미국, 캐나다 및 유럽연합 지역들도 광범한 국내선 네트워크와 시장을 갖고 있지만 민영 항공사들로 쪼개져 있어 개별적으로 금융지원이나 파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은 항공뿐만 아니라 모든 운송부문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상 기차, 자동차, 배 등 다른 운송수단이 멈추거나 교란된 부문에 대해 주로 국영항공이 대체하면서 전국적인 운송 네트워크를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카타르 항공과 같이 국제선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영 항공사의 경우 대부분 정부 보조금은 물론 신규 자본투자까지 받았다. 또한 민간과 혼합해서 보유하고 있는 국유 항공사들은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와 이해관계, 부채상황에 따라 정부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고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기존 항공사 구조조정과 함께 지배구조나 이해관계 정리 후 새로운 국영 항공사를 설립하고 있다.

2. 뜨거운 감자, 항공사 국유화

▲ 각 국가가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한 내용
▲ 각 국가가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한 내용

미국·유럽 등 전 세계 항공선진국에서는 과거 항공산업을 보호하던 시기처럼 자국의 국적항공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국유화는 바람처럼 확산하고 있다. 2020년 5월, 독일 정부는 자국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lufthansa)에 대한 한시적 국유화를 선언하였다. 또한 저가항공사인 콘도르 항공은 자본투입 후 바로 국유화시켰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적기인 알이탈리아를 정리하고 새로운 국영항공사(ITA)를 설립해 2021년 10월 중순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의 TAP 항공도 민영화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국유화 하기로 하였고, 덴마크와 스웨덴의 공동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 항공(SAS)도 자본충전을 통해 양 정부의 지분율을 더 올리며 사실상의 공동 국유회사로 올라섰다. 세계최대 항공사의 하나인 에어프랑스-KLM도 프랑스 정부의 지분투자 확대로 지분율이 더 올라 두 정부의 의결권은 이미 40%가 훌쩍 넘었다. 또한 핀란드(핀에어), 라트비아(에어발틱), 에스토니아(노르딕항공) 정부는 이미 국영 항공사 체제이지만 위기 속에서 자본투입을 더 늘려 국영항공사의 재자본화를 확대했다.

한편 유럽 외부에서도 ‘국유화’ 문제는 뜨거운 감자처럼 논쟁을 달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전통적인 국영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자본투입이 확대했다. 싱가포르항공, 에어뉴질랜드, 가루다 항공(인도네시아), 에어인디아(인도), 베트남항공, 케세이퍼시픽(홍콩)과 중화항공(대만) 그리고 국영항공사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도 국영항공사의 자본투입 또는 증자가 이루어졌다. 중국 최대 민항사인 하이난항공(HNA)그룹은 파산한 뒤 항공업과 공항운영업을 랴오닝성 국유기업에 넘기면서 국유화됐다. 또한 에미레이트, 에티하드, 카타르, 사우디 항공 등 중동지역의 국영(왕립) 항공사들도 대부분 정부가 신규 자본을 투자했다.

아프리카는 다소 혼란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케냐 항공은 국유화 방침이 정해졌지만 국회 내 정치적 대립과 갈등 문제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고, 남아공도 새 국영항공사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지분 49%만 소유하고 51%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런데, 최근 새 항공사 최대 지분을 넘겨받기로 한 컨소시엄에서 한 회사가 탈퇴하기로 했다는 루머가 SNS를 통해 확산하는 등 실제 어떻게 정리될지 혼란스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이면에는 국유화 이전에 항공사 지원에 따라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해서조차 다소 극단적인 이견 존재한다. 가령, 미국의 보수주의 연구소인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s)은 정부 주식취득은 기업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보고 매우 경계한다. 무엇보다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은 비효율의 상징이기 때문에 멀쩡한 민간항공사에 대해 정부가 주식을 매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비해 개혁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는 납세자 권리 확보를 위해 정부의 주식취득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번 항공사 위기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주식취득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고 경제적, 산업적으로 혼란을 더 빨리 끝내라고 주문한다.

우리사회에서 국유화는 수십 년 동안 실제 정책 옵션으로 등장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대우조선,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재벌기업이 유동성 위기 속에서 산업은행 관리체제로 넘어오기도 했지만 이것은 제대로 된 국유화라기보다는 채권단 관리 하의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상태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부분적으로는 사적 재산과 자유 시장 그리고 민영기업이 효율성과 서비스적 측면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과 국영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조직은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심지어 부패했고 서비스도 형편없다는 고정관념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국가부문이 사기업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관료적이라는 이미지, 국가가 시장에서 사기업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심어진 일종의 교조이며, 공공부문을 ‘민영화’ 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도 악용되고 있다. 만약 이런 교조가 사실이라면 현재 한국사회의 더 많은 부분이 민영화 되어야 한다. 의료, 보육, 교육 뿐 아니라 대다수 교통수단, 항만도 민영화 되어 시장 체제로 운영되어야 효율적일 것이다.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중·대형 공항부문 ‘세계 1위’를 12년 연속해서 차지하고 있지만 민영화 되어야 할 대상일 뿐이다.

▲ 인천국제공항. 사진=flickr
▲ 인천국제공항. 사진=flickr

혁신과 관련해서도 공기업이나 국유기업 같은 국가부문이 혁신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기업가형 국가>에서 “자본가만이 혁신에 기여하고, 국가 부문은 성장에 부담을 준다는 신화는 이제 무너졌다”며 “인터넷에서 나노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초 연구와 뒤이은 (기술의) 상업화 모두 대다수 근본적인 진전은 국가에 의해 이루어졌다. 기업들은 수익이 명확해 보이는 시점에서 여기에 동참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9월26일 베를린에서는 임대주택 3천 채 이상 소유한 민간주택회사가 보유한 임대주택을 수용(몰수)하자는 주민투표가 실시돼 56%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베를린 11개 거대 민간주택회사의 24만 채가 수용된다. 이런 결과는 주택공급을 민영에서 공공으로 바꾸는 것인데, 이 때문에 주택공급이 덜 효율적이 됐다거나 더 관료화 될 것이라 보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다. 결론적으로 조직이 혁신적이냐, 효율적이냐, 민주적이냐, 소비자(이용자) 친화적이냐 하는 것은 관/공이냐 민간이냐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와 시장의 민주적 성숙도에 달려 있다.

3. OECD, IMF의 (항공산업) 국유화 권고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항공산업에 대한 추가지원 필요성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그렇게 많이 퍼다 줬는데도 미국 정부의 지원규모가 충분하지 않으며,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년 내 전 세계 항공사의 1/3~1/2이 폐업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아무튼, 국가 지원이 더 늘어나면 이제 그냥 주는 것도 좀 미안하고 그렇다고 이자를 계속 더 많이 내야하는데 대출을 더 늘리는 것도 부담이라 쉽지 않다. 그러다보면 또 주식이나 주식으로 전환이 되는 채권인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 지원해 주기도 한다.

OECD는 “코로나19 위기 동안 기업에 대한 지분투입 및 예기치 못한 국가소유”(OECD, 2020년 4월29일)에 대한 정책대응 자료를 발간했다. “많은 경우에, 정부는 의도하지 않게 기업 소유주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실제로 소수의 국가에서는 그런 조치들이 이미 취해지거나 발표되었다”며 항공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행되거나 발표된 정부 조치의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기업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그것이 국내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진다면, 국유화만이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며 “국가가 다수 기업의 ‘우발적인’ 기업 소유주임을 알게 되면,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과 같이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관행에 따라 소유권과 거버넌스를 위해 좋은 사례(국유화)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IMF도 지난해 4월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며 국유화를 주요 처방으로 제안했다. IMF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필수부문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공공 계약을 우선해야 하며, 산업 전환이나 선별적인 국유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꼽았다. 또 대공황 당시 미국과 유럽처럼 부실 민간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대형 국영 지주회사의 설립이나 확장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브루킹스연구소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동차산업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특히 GM을 국유화하여 연방 정부가 소유권과 지분을 가져가면 단기간에 산업을 안정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를 근거로 최근 항공산업 역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한 다음 주요 기업을 국유화 하면 단기간에 산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와 한국, 일본 등은 이번 코로나19 항공산업 위기 속에서 국유화 옵션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하더라도 미국은 다양한 영역의 주요 기업들을 국유화시켜 손실을 국가비용으로 보전하면서 민간자본의 손실을 막고 시장을 다시 회복시켰다. 미국 연준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모든 투자은행을 사실상 연준 산하로 만들어 버렸고 CDS상품판매 문제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와 씨티은행을 국유화 했다. 제조업체인 GM도 국유화했다. 그것도 중앙은행인 연준의 자금으로 국유화 시켰다.

▲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 연합뉴스
▲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 연합뉴스

그런데 미국은 이번에는 왜 국유화를 하지 않았을까? 양적완화 규모만 하더라도 2008년 당시 보다 약 4배나 많은 양적완화를 진행하고 재정정책도 더 확장적으로 가져가 수조 달러에 이르는 국가투자 계획까지 내놓았으면서 위기 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핵심 기업에 대해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는 보조금 지원까지 하면서도 국유화는 하지 않았다. 보조금 대신 간단히 지분인수로 지원프로그램만 바꾸면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첫째, 대마불사 논란의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과 도산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금융기업과 대기업 국유화는 생존을 의미했을 뿐 아니라, 기업 부채 등 주주가 져야할 책임을 회피해 국가가 대신 빚까지 갚아주는 ‘손실의 사회화’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연준이 빚을 갚아주고 국유화 한 기업들에 대한 대마불사 논란이 계속 불거져 나왔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는 소유권은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아쉬워하지 않을 만큼 아낌없이 지원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주는 형식이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용유지 의무와 동시에 자사주 매입금지, 임원 성과급 반납 같은 조건을 매겼고, 무상지원을 하면서도 고용유지 지원금이라는 성격을 부각시켜 대마불사와 손실의 사회화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고자 했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항공사 위기는 코로나19의 전염과 확산에 달려 있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두 국가에서 방역이 된다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다시 항공 수요가 회복되리란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해서, 과거 GM과 같이 민간자본이 짊어져야 할 빚을 손실의 사회화를 통해서 정부가 다 떠안는 일을 한다면 언제 끝이 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일시적인 국유화가 아니라 잘 못하면 한국의 산업은행처럼 국유화시킨 기업을 매각할 수가 없어 십년 이상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요 기업을 국유화해서 산업을 안정화하는 것보다 아낌없이 돈을 주고 알아서 정리하게 하는 편이 훨씬 더 수월했다.

4.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문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실제 대주주는 산업은행

대한항공은 그룹총수 가족들의 여러 갑질 논란과 경영권 공방, 코로나 위기 속에서 2020년 상반기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1.2조원을 지원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3.3조원의 자금을 받았다.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이 지원됐고 산업은행이 600억원 상당의 영구전환사채(CB)를 추가로 인수해 현재까지 아시아나의 지원금은 모두 3.6조원(영구전환사채 8600억원 포함)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산업은행은 8000억 원을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지원해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했다. 두 항공사에 투입된 정부 지원금은 산술적으로 따지면 모두 5.6조원이다. 두 항공사의 당시 자본 총액이 3.2조원에 불과해 투입된 정부 자금이 자본 총액의 두 배 가까이 된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실상의 대주주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서도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 대한항공 주식에 대한 교환사채(EB)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투자했다. 한진칼은 이중 7,300억원을 대한항공 증자대금으로 냈다. 대한항공은 7,300억원을 포함해 2.5조원을 유상증자해 이중 아시아나에 1.8조원(유상증자 1.5조원,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수혈한다.

이 투자에서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5%를 가겼다. 또한 산업은행은 앞선 지원에서 대한항공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영구전환사채(CB) 3,000억원((수출입은행과 일부 공동소유))과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EB) 3,000억원 등 대한항공 지분 9.45%를 확보했다(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대한항공 전자공시, 2021년 9월10일 참조).

여기에 산업은행은 투자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통제하기 위해 주식처분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2020년 11월 17일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5.74%)을 담보로 근질권설정계약 및 주식처분위임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2021년 3월 15일과 24일에 산업은행은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12.24%에 대한 근질권설정계약 및 주식처분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주식처분위임계약은 조 회장의 경영평가 결과 경영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되거나, 건전경영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 산업은행이 임의로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과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계약이다(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한진칼 전자공시, 2021년 8월12일 참조).

▲ 아시아나항공 M&A 구조도 및 요약 지배구조
▲ 아시아나항공 M&A 구조도 및 요약 지배구조

그 결과 한진칼의 대주주 지분 구성은 조원태 회장이 5.74%, 산업은행이 10.5%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 둘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전체로는 30.2%(산업은행을 제외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9.7%)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주식처분위임계약이 되어 있는 조 회장 지분 5.74%에 대한 권리를 실행하면 산업은행 지분은 16.24%가 되어 곧바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바로 박탈할 수 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인데, 산업은행은 이미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으로 9.45%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26.05% 중 12.24%에 대해 주식처분위임계약을 맺고 있어 이를 실행하면 한진칼 지분율은 10%(교환사채 권리 실행 포함)로 내려앉고 산업은행은 21.69%로 최대주주 올라서게 된다.

아시아나 항공은 말할 것도 없는데, 아시아나는 지난해 12월14일 임시주총을 열어 3:1로 균등감자를 했다. 만약 균등감자가 아니라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물어 100:1의 차등감자 또는 대주주 주식을 완전 소각했다면 아시아나는 완전히 산업은행 관리체제로 넘어 왔을 것이다. 3:1 균등감자 아래에서도 자본금 총액은 3700억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산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는 감자 후에도 2,666억원의 자본금으로 평가돼 이미 아시아나 전체지분 2/3를 산업은행이 소유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산업은행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물론이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까지 실질적인 대주주다. 조원태 회장은 형식상 한진칼의 대주주이지만 전환사채, 교환사채, 주식처분위임계약 등으로 실제 산업은행의 지휘 감독을 받는 전문경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작업에서 한진칼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조언이나 협의가 아닌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산업은행에 PMI(인수 후 통합 전략)를 제시했는데,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를 꾸려 이를 심사한 후 승인했다.

산업은행이 이렇게 복잡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자금지원을 하는 이유는 산업은행이 직접 지분을 소유한 국유화가 아니라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지분 보유 없이 바로 대한항공을 지원하면 되는데도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것은 오직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목적 때문이다. 두 항공사에 대해서 산업은행은 직접 지분 인수를 해도 되는데 전환사채, 교환사채와 같은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어떻게든 주식을 직접 확보하지 않은 것처럼 노력한 반면, 지분확보가 아닌 지원방식이 많았음에도 거꾸로 주식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은 한진칼이 유일하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니라 한진칼에 자금을 수혈하고 주식지분의 10.5%를 확보함으로써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안정화시켜 주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국유화 여부와 상관없이 산업은행 관리체제로 재무적 구조조정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굳이 가시적인 국유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고 그냥 두었으면 이미 파산을 했거나 파산보호신청을 했을 것이다. 대한항공은 3.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유동부채는 7.1조원, 아시아나항공의 유동부채는 5.2조원(각각 2021년 6월말 기준) 수준으로 두 항공사의 단기부채만 12조원이 넘는다. 산업은행이 만기연장이나 추가 자금지원을 하지 않으면 두 항공사는 모두 곧바로 파산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양사에 5.6조원 이상 자금을 투여했고 앞으로도 수조원의 자금이 더 들어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재무적 구조조정의 모든 형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민중의소리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민중의소리

금융주도 국유화와 재무적 구조조정의 문제

이처럼 양사통합은 산업은행 관리의 국유화 상태에서 재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국유기업이냐 여부보다 산업은행 주도로 ‘재무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재무적 구조조정이란 재무제표에서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늘려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최고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을 말한다. 수익성을 내기 위해 필요한 자본금 총량, 부채비율, 수익률, 비용 등 재무적인 문제만을 기업 가치로 삼고 있다. 매각이나 통합에서도 빌려준 자금을 어떻게 하면 회수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무적 구조조정은 재무제표상의 숫자 놀음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우선으로 노동력 감축이 고려돼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노동력을 더 쥐어짜며, 기업이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도 강요하는 피와 오물을 뒤집어쓴 과정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일수록 산업과 사회, 지역과 환경의 영향, 고용과 노동 등 사회적 특성과 영향을 놓고 판단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의 기업 관리와 재무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산업은행의 재무적 구조조정과 수익성 기준으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업이 없어지거나, 해외의 거대자본, 국내 재벌 또는 재벌급 사모펀드로의 매각 외에 다른 매각이 이루어진 사례가 없다. 많게는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을 들여 부채를 탕감하고 자본 총량을 증가시키는 반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인 후 해외의 대기업이나 국내 재벌, 재벌급 사모펀드에 매각한다.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해외매각을 포함하여) 재벌 지배체제를 안정화할 뿐만 아니라 시장 독점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업은행이 재무적 구조조정과 매각에 나섰던 최근의 사례도 모두 그렇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아시아나 인수의 시발점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이 그렇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 2020년 12월의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협상과 한진중공업의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인수 협상 등 과거도 그렇지만 최근 코로나 위기 속에서 산업은행 주도 재무적 구조조정과 매각의 모든 과정이 그렇다.

이렇게 대주주의 손실을 만회하고 재무여건 개선을 위해 정부 자금을 투여하고 소유권을 갖는 국유화를 ‘금융주도 국유화(Finance-led nationalization)’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정부가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할 목적이 아닌 수익성과 재무 개선을 목표로 한 재무적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일시적, 한시적 국유화이다. 지금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로 ‘금융주도 국유화’다. 다만 금융주도 국유화는 재무적 구조조정을 통해 대주주의 손실을 사회가 갚고 수익성을 개선하면 이후 민영화와 같은 의미인 ‘매각’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은 구조조정과 매각(통합)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대주주와 채권자의 손실을 막아주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동력을 감축하는 재무적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주도 국유화’는 한국경제와 산업구조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 속에서 산업은행이 지금처럼 재무적 구조조정에 치우쳐 재벌의 지배체제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집중하는 형태로 진행한다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양사 통합에서 주요 경쟁국의 시장독점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거나 불허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도 시장독점 확대에 따른 사용자 편익 축소나 경쟁국 조건에 대한 고려보다 주로 대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재무적인 사업성과 수익성을 우선해서 따졌기 때문이다. 경쟁당사국에서 조건부 허가를 조율해 온다하더라도 수익성 위주로 설계된 현재의 계획에서 독점시장을 일부 접거나 포기할 여지도 거의 없다.

▲ 2019년 3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9년 3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용-환경주도 국유화와 통합항공사

항공산업은 국가 단위로 짜여 있어 초국적 자본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 항공기 동맹을 맺고 다른 나라 국적기의 지분을 소유하기는 해도 해외 자본이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적으로도 외국인 소유지분에 제한을 둬 많은 한계가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이 복수 국가 항공사를 직접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루프트한자는 독일어권 국가라는 특성이 있고, 에어프랑스-KLM는 국가차원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민간의 초국적 자본 형태와는 다르다.

현재 수많은 나라에서 항공산업은 국영 또는 국유 항공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 다시 새로운 국영항공사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몇몇 국가에서 코로나 위기 속에 항공산업을 재국유화하면서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개별 항공사만 국유화 하는 것이 아니라 공항공사, 항공투자 법인 또는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등 연관 산업과 묶어 새로운 고용과 가치 창출을 위한 국영(국유)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와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탄소배출 저감과 친환경 산업 전환 플랜을 항공사 지원 조건으로 명문화하고 국유화 조건으로 부여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항공산업 재편은 빠른 속도로 이어질 전망이고 특히 항공산업의 탄소중립과 관련해 세계적인 차원에서 규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재무적 구조조정, 금융주도 국유화에는 이에 대한 어떤 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항공산업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추가 지원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고, 통합항공사의 단기부채 처리를 위해서도 추가 지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만하고 소유권을 환수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경쟁국의 기업결합심사의 장기화 또는 불허 가능성까지 예측되는 상황에서 통합항공사의 시장독점 문제를 이대로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해외 경쟁당국은 두 항공사 중복노선의 경쟁제한 우려로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시장독점을 조정 또는 해소하기가 통합항공사에서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대로 기업결합심사가 통과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관한 본계약을 맺고 2020년 3월까지 현물출자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가 2년 반이 지나도록 절반도 통과되지 않아 인수·합병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통합항공사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절반도 이뤄지지 않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예정 일자를 9월30일에서 12월31일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계속 기다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항공화물사업으로 다소간 버틸 체력이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결합심사가 늦춰질수록 신주 인수대금 1.5조원을 받지 못해 막대한 이자비용과 운영자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산업은행은 통합항공사의 고용유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믿을 수 없는 얘기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부채조정만을 통해서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양사를 통합할 이유도 없어져 각자 경쟁체제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따라서 양사통합과 고용유지는 서로 모순된 이야기이거나 둘 중 하나는 불가능한 일이다. 설혹 가능하다하더라도 통합항공사의 정규직 고용만 유지되는 것으로 자회사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도 없다. 항공사 전체 노동자의 고용문제를 해결할 단초도 국유화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 지난해 11월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 연합뉴스

따라서 한국의 항공산업은 대형 항공사 통합과 재무적 구조조정을 넘어서 ‘고용(노동)과 환경주도 국유(영)화(Labor&Eco-led nationalization)’를 진행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목표를 고용안정과 탄소전환으로 사고하고 과잉부문을 해소하되 신규 가치창출 부문을 형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의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 채권자들의 빚을 갚아주고 대주주의 지배권을 안정화시켜 주는 재무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주주와 채권자의 책임을 물어 부채를 일소하고 소수의 재벌이나 대주주의 지배가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항공이라는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지배구조로 질서가 재편되어야 한다. 또한 탄소발생을 없애고 친환경적 방식으로 항공산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항공산업의 개발과 투자에 탄소배제적이고 친환경적 요인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방안은 민간자본의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운영되는 국영기업이나 최소한 정부가 대주주인 국유기업이어야 한다. 국유화가 만병통치약도 아니며 보편적으로 모든 곳에 적용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항공산업의 위치를 고려하고, 대형 통합항공사의 출현으로 민간의 시장독점이 더 심화하는 현실을 바라본다면, 진정한 의미의 국유화가 필요하다. 산업은행의 금융주도 국유화와 재무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통합항공사는 공공기관 지정 후 공공기관운영위 차원의 관리로 강화해, 향후 한국 항공산업의 질서재편과 새로운 가치창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