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로 구독자 모으는 OTT, 돈 없는 소비자는 다양성 놓쳐
OTT 산업에만 집중된 관심…소비자 중심 논의 적극 이뤄져야

한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디즈니플러스(디즈니+)까지 보려는 한국인의 최후’라는 제목의 이미지가 공유됐다. 누워있는 사람의 머리와 양 팔·다리가 각각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밧줄로 묶인 이미지로, 여러 유료 OTT를 구독해야 하는 부담을 사람의 신체 부위를 당겨 죽이는 형벌(오체분시)에 비유한 것이다.

국내 OTT에 이어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도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여느 때보다 방대한 콘텐츠에 둘러싸이고 있다. OTT를 운영하는 미디어 기업들은 기존에 보유한 콘텐츠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각 방송사의 편성표에 맞춰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개별 콘텐츠를 구매해 특화된 플랫폼에서 봐야 했던 과거에 비할 수 없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이런 다양성은 ‘돈을 쓴 만큼’ 주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월정액 구독이 기반인 SVOD(Subscription VOD)형 OTT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특정 플랫폼을 구독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콘텐츠가 그만큼 늘어난 탓이다.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을 보려면 지상파 3사(KBS·MBC·SBS)와 SKT의 ‘웨이브’를, CJ ENM과 종합편성채널 콘텐츠를 보려면 ‘티빙’을 봐야 한다.

▲OTT 이용 중단을 이용한 경험 및 이유. 자료=2019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OTT 이용 중단을 이용한 경험 및 이유. 자료=2019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주요 미디어 기업들이 자사 OTT를 위해 타 플랫폼에 제공한 콘텐츠들을 회수하자 플랫폼 간 장벽은 더 높아졌다. 일부 콘텐츠에 한해 OTT간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한적이고 이용 부담이 더 크다. 일례로 ‘웨이브’에서 디즈니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려면 1만900원, 현재 ‘디즈니플러스’ 월 구독료인 9900원보다도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 OTT 이용자 대다수는 여러 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의 ‘OTT 소비자 만족도 및 이용실태’에 따르면 소비자 54.6%는 OTT 2개 이상을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조사에선 OTT 이용자 44.9%가 월 1만 원~2만 원 이상의 구독료를 지출한다고 답했다(2019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gettyimages.
▲gettyimages.

문제는 OTT 플랫폼 다양화로 구독료 장벽이 점차 높아질 우려다. 대체로 주변의 지인이나 SNS상 화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OTT 중심 소비 환경에서 콘텐츠를 보지 못해 소외되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2019 지능정보사회 패널조사에서 응답자 약 절반(42.2%)이 ‘서비스 이용료 부담’ 때문에 OTT 이용 중단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통신 요금 부담’으로 OTT 이용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도 19.7%에 달했다.

여러 기기, 회선으로 동시 시청이 가능한 OTT 요금제를 나눠쓰면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올해 3월경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를 테스트했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해진 가운데, 최근 넷플릭스의 요금 인상(요금제에 따라 1500원~2500원 인상)이 타 OTT 구독료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회선 동시 시청이 유지되더라도 비용 부담이 줄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HBO맥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도 한국 진출 시점을 점치고 있다. OTT 플랫폼의 차별화 경쟁이 이어지는 동안 소비자로서는 더 많은 OTT를 구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이미 OTT가 국내 미디어 이용자 절반가량이 이용하는 주류 플랫폼으로 부상한 만큼 소비자 관점에서의 논의가 적극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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