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 보도국 ‘뉴스외전’ 작가들 “지금 물러서면 방송국의 전태일들 그대로”, “재계약 기대하며 견뎌왔는데… 분노 넘어 허탈”

MBC 보도국 작가 A씨는 지난 8일 전태일 열사의 삶을 그린 영화 ‘태일이’를 소개하는 인터뷰 코너 대본을 직접 썼다. 그가 MBC로부터 ‘올해 말일까지만 하라’고 통보 받은 뒤 일이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어떠냐’고 해서 ‘너무 좋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흘 뒤에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회의를 하는데 발제하는 순간부터 목이 막히더라구요. ‘어떻게 이 코너를 나한테 시킬 수 있지, 내가 브리핑할 때 팀장은 어떤 마음일까.’”

MBC 낮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 작가들은 지난달 30일 MBC로부터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았다. 작가 A씨와 B씨는 주간뉴스팀 소속으로 아이템 발제부터 섭외와 의전, 편집 구성, 원고, 자막, CG의뢰에 이르기까지 방송 전반에 걸쳐 작업을 도맡아왔다. 주간뉴스팀 기자들과 똑같은 일을 했다. 맡은 코너는 2배가량이었다. 팀장·앵커와 생방송 안팎으로 급박하고 긴밀하게 협업했다. 그러나 ‘프리랜서 계약’을 이유로 이같이 통보 받았다. 이른바 ‘무늬만 프리랜서’다.

▲평일 2시에 방영하는 MBC 낮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
▲평일 2시에 방영하는 MBC 낮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

 [ 관련 기사 : MBC, 해고 논란 속 보도국 작가 3명 계약종료 통보 ]

기자와 똑같이 발제·섭외·대본·자막… 업무량은 2배 넘어


생방송 뉴스외전은 매일 2시부터 방송한다. A씨와 B씨는 하루에 방송하는 총 4개의 코너 중 1개를 각각 맡았다. 일주일 단위로는 5개씩이다. A씨는 3일은 요주의 인물을 인터뷰하는 ‘포커스’ 코너를, 2회는 ‘경제 쏙’ 코너를 맡았다. B씨는 매일 코로나19 브리핑 코너를 전담했다. 일주일로 보면 총 20개 코너 가운데 10개를 작가 2명이 맡는 셈이다. MBC는 나머지 10개의 경우 기자 5명에게 돌아가면서 맡겼다.

두 작가는 매일 아침 7시30분~8시 MBC 사옥 6층 보도국 주간뉴스팀에 출근한다. 같은 팀의 정규직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자와 작가들은 각자 책상에 앉자마자 그날 방송할 아이템 발제 자료를 만든다. 9시에 이 자료를 가지고 회의에 들어간다. 주간뉴스팀장과 앵커, 기자와 작가, 디렉팅PD 등 팀원 11명이 모두 회의실에 둘러앉는다. 그날 코너를 맡은 4명의 기자 또는 작가가 순서대로 아이템을 브리핑한다.

“팀장과 앵커가 꼭 (발제한 기자나 작가에게) 지시나 질문을 해요. ‘이런 내용은 더 넣어라, 빼라. 이 내용은 어떻게 된 거냐.’ 그럼 답변을 해요.” A씨는 “다만 팀장은 해고를 통보한 뒤부터 작가들에게는 질문이 부쩍 줄었다”고 했다. 회의가 끝나면 작가들은 자기 코너에 들어갈 VCR(영상 클립)과 CG 밑그림을 찾아 AD에게 전달한다. 기자들의 경우 다른 기자가 돌아가며 보조로 붙어 VCR와 CG 업무를 지원한다. 작가들은 혼자 한다.

10시부터는 1시간~1시간30분 안에 대본을 써야 한다. 소개할 뉴스와 앵커가 출연자에게 던질 질문 등으로 원고를 작성한다. 그 다음 1시간 동안엔 자막을 쓴다. 팀장이나 앵커가 작성된 대본과 자막을 확인하고 수정을 지시한다. 생방송 직전까지 수정 작업을 거듭한다.

2년 가까이 일하며 점심은 손에 꼽아…CP가 하는 ‘자막 콜’까지


지난해부터 뉴스외전에서 일한 B씨는 “2년 가까이 일하면서 점심을 먹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11시에 코로나 브리핑을 듣고서 대본을 쓰면 아무리 일찍 끝나도 12시가 넘어요. 자막 쓰면 1시인데 출연자들은 1시 15~30분쯤 도착하죠. 처음엔 멋모르고 점심을 먹으러 갔었어요. 뛰어다니느라 도저히 소화가 안 돼요.”

작가들은 출연자 의전도 한다. “방송 시작 20~30분 전에 출연자가 도착하는데, 이에 맞춰 1층 출입구로 내려가 기다려요. 출연자가 오면 출입 카드를 함께 찍고 들어와 3층 분장실로 안내해요. 분장이 끝나길 옆에서 기다렸다가 7층 스튜디오로 데려다 줘요.” 그러면 생방송이 시작된다. A씨는 “똑같은 양지열 변호사가 나와 똑같은 주제를 다뤄도 작가가 섭외하면 ‘포커스’라 부르고, 기자가 섭외하면 ‘이슈 플러스’라 한다.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뉴스외전 작가 B씨가 생방송을 앞두고 출연자 의전 상황을 실시간 보고하고(왼쪽)과 섭외 취소를 지시받는 카카오톡 대화. B씨는 섭외를 완료했지만 결방을 이유로 이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외전 작가 B씨가 생방송을 앞두고 출연자 의전 상황을 실시간 보고하고(왼쪽)과 섭외 취소를 지시받는 카카오톡 대화. B씨는 섭외를 완료했지만 결방을 이유로 이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뉴스외전에선 타 보도국 작가들이 하지 않는 일까지 맡는다”고 했다. 생방송 중 부조정실에 들어가 언제 자막을 넣고 뺄지를 지시하는 일이다. “‘자막 콜’은 자칫 잘못했다간 바로 방송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감하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요. 다른 시사프로그램에서는 CP들이 해요.” 3시20분께 방송이 끝나면 출연자를 보내는 의전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온라인에 올릴 코너 요약 문구를 뽑고 나서 3시15분~4시께 사무실을 나온다.

퇴근하면 ‘본격’ 섭외, 급여 없는 결방 때도 ‘쳇바퀴’


퇴근이라 할 순 없다. ‘본격’ 섭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저녁 내내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다음주 출연자를 섭외하고, 새 아이템을 찾는다. A씨는 “팀장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다른 출연자 후보를 내놔야 하기 때문에 리스트업을 몇 개씩 해놓아야 한다. 끝이 없는 작업”이다. A씨 몫인 ‘포커스’의 경우 최소 일주일에 3번 새 출연자를 섭외해야 해 업무 부담이 더하다.

팀장·앵커와 아이템과 밤낮없이 소통했다. 주말에도 예외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섭외가 취소되면 팀장에게 보고하고, 새벽에도 앵커와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하죠. 토요일이라도 출연자가 뭘 요청하면 전달해야 하고요. 제 결정 권한이 아니니까요.”

A씨는 “뉴스외전을 맡으면서 업무가 명확히 끝나서 발을 뻗고 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다른 지상파 뉴스프로그램 작가와 대화했는데, 혼자 일주일에 5일 섭외하고 대본 쓰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열변을 토하더라”라고 말했다. 두 작가 모두 뉴스외전에서 2년 안팎 일하며 휴가를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뉴스외전 작가 A씨와 주간뉴스팀장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 평일 늦은 밤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출연자 섭외와 아이템 관련해 지시와 보고가 오갔다.
▲뉴스외전 작가 A씨와 주간뉴스팀장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 평일 늦은 밤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출연자 섭외와 아이템 관련해 지시와 보고가 오갔다.

두 작가들은 고용노동부가 MBC를 근로감독하며 뉴스외전 작가들의 업무를 ‘노동자성 인정 소지가 높다’고 분류한 데에 “놀랍지 않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상시적 협업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기자는 사무실 퇴근 이후 섭외 업무를 맡으면 추가수당을 받는 것으로 안다. 작가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작가들은 섭외를 마친 뒤라도 각종 사정으로 방송이 취소되면 일당을 받지 못한다. ‘프리랜서’ 계약이라 일당으로 급여를 받아서다. 올해 7~8월 도쿄올림픽 때가 그랬다. A씨는 “팀장이 작가들 코너의 결방을 막으려 노력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섭외를 마치고도 결국 방송이 취소됐다”며 “결방 기간 동안 이후 방송을 위한 아이템과 섭외 작업을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급여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때 업무가 과도하다고 강하게 항의하자 팀장이 섭외 일부를 맡았다”고 했다.

두 작가는 지난 11월30일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한 마디로 ‘해고’됐다고 말했다. MBC 주간뉴스팀장은 “개편을 하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내년엔 결방 요인이 올해와 비할 수없이 많으니 작가들의 생계가 어려워진다”고 이유를 댔다. A씨와 B씨는 “과한 업무를 견뎠던 것도 계속 여기서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재계약 시점에 우리를 위한다며 해고를 통보하는 건 기만행위로 느껴진다”고 했다.

A씨는 ‘태일이’ 소개 코너에서 대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준비했다고 한다. ‘현실엔 아직도 전태일들이 많다. 근로기준법을 피해가는 편법과 부당해고가 비일비재하다. 20201년에 전태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앵커는 이 질문을 읽지 않았지만, 영화 제작자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지난 8일 MBC 뉴스외전 방송분 갈무리
▲지난 8일 MBC 뉴스외전 방송분 갈무리

“지금은 노동 형태나 환경이 달라졌고 오히려 거꾸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와 죽음의 외주화 문제가 있다. 풀빵을 나누는 연민을 넘어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 아닐까.” A씨는 “이 답변을 스튜디오에서 듣는데 모멸감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무조건 상근에, 회사 지시를 받아 겸업이 불가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습니다. 전혀 프리랜서가 될 수 없죠.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떠나, (MBC가) 해고하려고 마음 먹은 작가들에게 (전태일 인터뷰를 시키는) 무감함에 허탈합니다.” 이들 작가는 “또다시 작가들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물러서면 방송사엔 수많은 전태일들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와 B씨는 오는 22일 서울고용노동청에 근로자 지위 확인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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