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한 특별근로감독 결과에도…계약갱신 없어 ‘부당해고’ 논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노동자성을 인정 받은 MBC 방송작가들이 끝내 해고됐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섰다. 

MBC 보도국 ‘뉴스외전’ 방송작가들은 계약서상 계약만료를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30일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0일 고용노동부의 지상파 특별근로감독 결과 법적 근로자성을 인정 받았지만, 고용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근로감독 이후 노동부의 보호 조치는 없었다. 해당 작가들이 했던 업무는 현재 MBC 정규직 기자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는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스외전’에서 일했던 A작가는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MBC의 책임을 물었다. A작가는 “‘계약해지’란 이유로 저희를 자른 지 두 달 정도 지났고 저는 아직 정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알바로 근근히 일하고 있는데, 전혀 괜찮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관계자 등이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관계자 등이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A작가는 “(MBC가 밝힌) ‘해고 사유’가 이제 올림픽 등이 많아 일당을 챙겨주기 힘드니 더 좋은 직장을 구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냥 근로자성을 인정해주면 되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 우리는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다”고 말했다.

A작가는 “지난해 근로감독 기간에 MBC가 작가들 다 자를 거란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방송작가유니온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관련 질문을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관련된 담당자들이 ‘MBC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MBC가 그랬다. 앞으로 더한 것도 할 것”이라며 “그런데, MBC니까 안 그러면 좋겠다. MBC에도 약자를 위해 취재하고 기사 쓰는 기자들이 있다고 본다. (기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MBC는 쓸 데 없이 소송에 돈을 쓰지 말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작가들 법률대리인을 맡은 최정규 민변 변호사는 “해고 이후 당사자들은 고용노동부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노동부는 ‘권리 구제는 개별적으로 진행하라’며 손 놓고 있다. 특별근로감독은 방송작가들이 노동자란 걸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진행한 것인데 오히려 MBC는 그걸 악용해 비상식적 횡포를 하고 있다”며 “MBC의 계약 갱신 거절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우롱하는 것이고 방송 작가들의 권리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거듭 법원의 판결문과 노동위의 판정문에 명시되듯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종속 관계에서 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사용자(방송사)들은 노동자가 이길 때마다 하나하나 그 다음 단계를 밟으며 피를 말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노동부가 방송사의 그런 행태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관계자 등이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관계자 등이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방송작가지부와 민변은 “앞서 MBC는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성을 인정한 ‘뉴스투데이’ 작가에 대한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감행한 바 있다. 이것이 준공영방송 MBC가 그들 내부의 불공정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체 언제까지 시대의 요구, 자신들의 소명과 책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라며 “방송 노동 문제 개선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 책무임을 이제라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방송계 전반에서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을 지우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지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지역 방송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참혹하기 그지 없다. 근로자성을 지우기 위해 (방송작가들의) 책상을 없애고 프로그램 단체대화방을 없애고, 지시 사항은 개별 작가에게 통보하고 있다. 한 번 소통하면 될 것을 수십 번씩 소통하도록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근로자성을 지우려는 몹쓸짓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별 방송작가지부장은 “지금 KBS에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계약을 해야 할 작가들을 행정직으로 발령했다”며 “(KBS는) ‘방송작가는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다’라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방송작가지부와의 지난 미팅에서 강조했다. (하지만) 근로자가 될 수 없는 직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작가 중에서도 근로자 실질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자유로운 프리랜서 작가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이번 근로감독의 결과”라며 “이런 엉망인 방송사의 시정명령 이행을 바로잡을 권한은 바로 우리 뒤에 있는 노동청에 있다. KBS의 작가 행정직 발령, MBC ‘뉴스외전’ 작가 부당해고의 본질은 같다. 작가들이 행정직 직원이 되든 해고가 되든 근로자성만 인정해주고 이후 상황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식의 안일한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