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조, 조회수·열독률 높은 ‘독자 선호 기사’ 보고서
오전 5~6시 노출했던 심층적이고 사진 많은 기사 반응↑
‘킬러 콘텐츠’ 제작이 핵심…지면 제작이 디지털에 미친 영향

한겨레가 최근 수년 동안 편집국 ‘디지털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32기 한겨레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지부장 노현웅)이 사측 전략이 유효했는지 점검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겨레 노조는 한겨레 기사 조회수(PV)와 열독률(DRI) 등을 살펴보고 조회수와 열독률이 모두 높은 기사를 ‘독자 선호 기사’로 정의해 어떤 기사가 조회수와 열독률이 높은지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PV는 콘텐츠 화제성, 매체 영향력, 광고 수익과 연결되며 DRI는 심층성, 매체 충성도, 유료 구독 등과 관련 있다고 평가된다.

한겨레 노조는 지난 3월 ‘한겨레 전체 기사 PV, DRI 분석 보고서’, ‘포털 다음 10대 일간지 PV, DRI 상위 기사 분석보고서’, ‘한겨레 기사 품질과 PV, DRI 관련성 연구’ 등 3개 보고서를 공개했다.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PV 목표로 삼으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모순”

한겨레 노조는 보고서에서 “2018년 조직 개편 이후 실시간 속보 대응과 출고 기사량 증대, 즉 PV에 더욱 신경 쓰는 전략이 지속됐다. 사실상 편집국의 핵심 목표 지표는 PV”라며 “그러나 PV는 보통 화제성, 선정성, 속보성 등이 있는 뉴스에서 높게 나타나며 PV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종종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나 저널리즘적 원칙과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구성원들은 PV를 목표로 삼으면서도 PV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PV를 보완할 지표로 DRI를 주목했고 이 때문에 DRI 자료를 제공하는 포털 ‘다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분석은 가장 큰 규모의 독자가 있는 포털 ‘네이버’는 분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다만 노조는 다음 뉴스 소비자는 50대, 진보, 남성 위주 독자로 한겨레 홈페이지 방문자 특성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PV와 DRI가 모두 높은 기사를 ‘독자 선호 기사’로 정의, 기사 917개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노조는 한겨레 미디어전략실 도움을 받아 온라인에서 2017년 5월1일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 출고된 포털 ‘다음’ 인링크 한겨레 개별 기사 및 기사별 조회수(PV)·열독률(DRI) 정보, ‘네이버’ 인링크 한겨레 기사, 한겨레 지면 정보 등을 수집했다. 이를 결합해 개별 기사 제목, 본문, 링크, 출고 날짜와 시각, 신문 지면상 위치, 상세 섹션, PV, DRI 정보 등을 확보했다.

이른 아침에 노출한 심층적이고 사진 많은 기사

노조가 발표한 첫 번째 결론은 PV와 DRI가 모두 상위 10%인 기사 가운데 오전 5시~6시에 예약 배포된 기사 비중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 시간대에 한겨레는 △독자적 기획성 기사 △단독 기사 △뉴스AS △현안의 맥락을 짚는 기사 △현장밀착형 경제산업 기사 등 독창성과 심층성이 있는 기사가 중심이었다. 이런 기사들은 지면에서도 고가치·고품질로 평가되는 기사였다.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두 번째 독자 선호 기사 특징은 4800~4999자의 긴 기사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온라인 기사 가운데 1400~1599자 기사가 가장 많기 때문에 1400~1599자 기사가 수치상 높게 나왔지만 배포 기사 중 선호 기사 비율을 살펴보면, 4800~4999자 기사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5000자 이상 긴 기사에서도 PV와 DRI가 높은 기사가 다수로 나타났다. 노조는 “한겨레는 포털에서 선정성·신속성을 경쟁력으로 삼는 통신사 등과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고 짚었다.

세 번째 독자 선호 기사 특징은 사진을 많이 넣은 기사였다. 사진 9개가 포함된 기사가 선호율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5개, 7개, 4개 순이었다.

노조가 작성한 또 다른 보고서 ‘다음 10대 일간지 PV, DRI 상위기사 분석보고서’에서도 10대 종합 일간지 기사를 분석한 결과, 오전 4~7시에 배포한 기사 △2400~3999자 긴 기사 △사진 3개 이상인 기사 등에서 인기·열독기사 비율이 높았다. 포털 ‘다음’에서나 한겨레 홈페이지 내에서나 독자들이 선호하는 기사 특징은 같다는 것이다.

지면 제작은 ‘킬러 콘텐츠’ 만드는데 도움

노조는 “한겨레는 2018년 10월 조직 개편 뒤 지면과 비지면에서 평균 PV와 DRI가 크게 감소했다. 당시 콘텐츠 기획팀 등 온라인 전담 부서를 축소하고 주요 부서에 온라인 실시간 대응을 하도록 전환했다. 2021년 3월 조직 개편으로 모든 부서의 실시간 온라인 대응을 강화했다”며 “2018년부터 시작된 ‘신속성’ 강화 전략은 기사의 ‘심층성’을 약화시켜 PV와 DRI를 떨어뜨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를 찾는 독자의 경우, 신속성 보다는 한겨레만의 심층성이 담긴 기사를 보기 위해 기사를 클릭한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노조는 “한겨레는 내부적으로 ‘킬러 콘텐츠’를 축소시킨 영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전통적인 지면 제작 과정은 단순히 신문을 제작하는 기능을 넘어 기사 가치의 우열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품질을 발전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콘텐츠 생산 공정과 지면 제작 공정을 분리하는 시도가 한겨레 뉴스 품질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겨레 노조는 이 연구 한계로 △포털 ‘다음’에 인링크된 한겨레 기사라는 점 △대외적 요인을 고려하지 못한 점(한겨레와 독자와의 갈등 등) △지면 정보가 포털 사이트에 누락되는 등 기술적 한계 △전문 연구자가 아닌 비전문가 분석 등을 꼽았다.

“생활밀착형 기사 인기, 자체 분석 툴과 역량 갖춰야”

보고서에는 한겨레 구성원들의 피드백도 담겼다. 한 한겨레 간부급 A 실장은 “PV 총량이 많다고 언론사 영향력이 커지진 않는다. PV를 포기하더라도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옳다”며 “매체 영향력은 PV가 아니라 ‘킬러 콘텐츠’ 생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PV와 DRI 모두를 핵심 목표 지표로 삼은 노조 보고서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라며 DRI를 우선 지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또 다른 간부급 B 실장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이번 분석 작업을 통해 드러난 중요 사실은 지면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기사가 대체로 PV와 DRI가 높았다는 점”이라면서 “지면에 주요하게 배치된 기사라면 상대적으로 뉴스 가치가 높고 공들여 쓴 기사 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B 실장은 이 보고서 한계를 ‘다음 인링크 한겨레 기사 대상으로 삼은 점’이라 꼽고 특정 이슈나 시간대별 주요 매체의 디지털 실적을 함께 비교 보완했어야 정확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 실장은 “열독률이 높은 기사 중 통신 요금이나 자동차 등 생활 밀착형 기사가 눈에 띈다”며 “체류 시간, 참조 페이지 분석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 툴과 역량을 한겨레가 자체적으로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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