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노동 공동체라디오 정책 없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기승전 ‘규제완화’, 공적 책무는 ‘공영방송’에 국한 예고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미디어 부문’은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공동체 라디오, 방송노동 관련 과제는 언급조차 없다. 미디어 정책 전반이 규제 완화 일변도이고 공적 책무는 공영방송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방송노동’ ‘온라인 표현의 자유’ ‘공동체라디오’ 사라져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자료집을 통해 공정한 콘텐츠 제작 유통환경을 언급하며 “콘텐츠 주요 구성원 간 불공정 거래 개선을 위해 분야별 표준계약서 제정 및 보급 확대”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방송 부문에선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 제정’과 ‘방송사-외주사 등 방송시장 상생협력 방안 마련’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자료집에는 ‘방송작가’ 등 콘텐츠 종사자들을 위한 노동 정책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 윤석열 당선인. 사진=노컷뉴스
▲ 윤석열 당선인. 사진=노컷뉴스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로 발표했던 ‘인터넷 표현의 자유’ 정책도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는 온라인상 정치적 표현물 자율규제 전환, 온라인 게시물 임시조치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는 표현의 자유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과제에는 제시했지만 실제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동체라디오 방송사 신규 허가 등 확대 정책을 제시한 반면 윤석열 정부에선 ‘공동체라디오’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대적인 신규 허가는 이뤄졌지만 예산 증액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체라디오 활성화에 필요한 후속 논의가 멈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극 규제완화 시사, 공적 책무는 ‘공영방송’만?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국정과제 전반은 방송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방송광고 등 일부 규제완화를 시사했지만 ‘공적 역할 이행’을 위한 큰 정부를 지향했다. 일례로 “보도 제작 편성자율성 확보를 위해 2017년 지상파 재허가시 관련 사항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2018년 편성규약 가이드라인 마련”을 명시했다.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방송사 내의 보도 문제는 물론 노동 현안 등을 파악해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에 적극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미디어 산업 규제 혁신’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방송사업 허가·승인·등록제도, 소유·겸영 및광고·편성 규제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대한 낡은 규제 개선”을 시사했다. 종편, SBS 등이 방송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인수위 차원에서 방송사 소유 제한 완화, 재승인 심사 기간 연장 등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미디어 분야의 ‘컨트롤 타워 설립’은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미디어기구 논의가 산업적 목표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미디어 전략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 및 국민의 신뢰 회복’ 정책이 있지만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이가 있다. 관련 정책은 △ 공영방송 위상 정립(지표 개발 및 재허가 반영, ESG 성과를 방송평가에 반영) △ 공영방송 재원 투명성 강화(회계분리 및 전담기구 설치)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 공적운영 방송 공익성 강화 등으로 공영방송과 공적으로 운영되는 방송에 국한하고 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인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민영방송 등 방송 전반에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닌 공영방송과 공적 언론에 한해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방향의 논의를 촉구한 바 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 실패 연장” 우려

방송 규제완화 정책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비판 입장을 냈다. 언론노조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인수위의 몰지각한 발표에 대한 방통위의 침묵”이라며 “대책 없는 10조 원 규제 완화에 대한 침묵과 동조가 아니라, 방송 공공성 수호와 사회적 책임 구현을 위한 원칙과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대안 없는 무분별한 자본 규제 완화는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특혜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으며, 지난 수십 년 간 미디어 정책 실패를 연장하는 일”이라며 “방통위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파적 이해의 변화와 특정 자본의 민원에 흔들릴 일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와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밝혀야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

언론노조는 규제완화 논의에 앞서 △ 매출액 대비 콘텐츠 투자 비율 강제 △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노사 동수 추천 시청자위원회 설치의 법적 의무화 △ 노동 감사 및 노동 이사제 도입 의무화 △ 보도 및 편성 책임자 임면에 대한 구성원 동의 법제화 등 내부 견제 장치 제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산업 중심 정책은 언론시민단체의 대선 정책 제안과도 거리가 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선 정책 과제로 ‘산업 활성화’가 아닌 ‘미디어 기본권 국가보장’을 제안한 바 있다. ‘미디어기본권’은 지역, 소득, 교육수준, 장애, 연령, 성별 등에 따른 격차 없이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미디어를 활용해 의사소통과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민언련은 이를 위해 미디어 기본권을 법제화하고 미디어 기본권 전담 기구인 미디어권익위원회 설치 추진 등을 제안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