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이 아쉬운 야구 경기 상황이다. 감독은 무사 1루 상황에서 희생번트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 희생번트가 성공하면 나는 아웃되지만 1루 주자는 2루까지 간다. 아웃되었어도 작전 성공이다. 아웃 카운터는 하나 늘었지만, 나의 ‘희생’으로 앞선 주자를 2루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경제학자 이영훈에 따르면 무사 1루 득점 확률은 44%, 1사 2루 득점 확률은 그보다 낮은 41%라고 한다. 통계를 보면 희생 번트는 성공해도 실패한 잘못된 전략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일부 감독은 희생번트를 지시할까? 강준만 교수는 이를 ‘행동편향’으로 해석한다. ‘행동편향’이란 똑같은 결과나 못 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낫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위기가 닥칠 때,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그러나 “뭐라도 해야 한다”는 편향이 생긴다. “그래도 나는 최선은 다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강준만 교수는 이러한 행동편향을 통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는 이유를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물가 급등 시, 정부의 대책도 ‘행동편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가 올라서 국민들이 힘들다는데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2008년 물가가 오르자 이명박 대통령은 가격 통제를 통해 물가를 잡고자 했다. 유명한 ‘MB 물가지수’가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MB 물가지수는 희생플레이도 아닌 병살타에 그쳤다. ‘MB 물가지수’ 품목들의 5년간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6배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 첫해, 2008년보다 물가 상황은 더 안 좋다.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한다. 윤석열 정부는 가격통제를 통한 물가 억제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지 감세를 통해 물가를 잡는다고 한다. 정부는 관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줄여서 물가를 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세금을 줄이면 물가가 잡힐까? 미국도 물가가 심각하다. 자그마치 8% 성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물가를 잡고자 오히려 세금을 올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증세를 주장한다. 법인세 등 소득세제를 올려 총수요를 낮춰 물가를 잡겠다는 거다.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한국이 맞을까? 미국이 맞을까? 안타깝게도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 6월6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 식용유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가공식품 품목 대부분이 오른 가운데 외식 물가도 상승하는 등 밥상 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09.1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6%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7.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국수(33.2%),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이 크게 올랐다. ⓒ 연합뉴스
▲ 6월6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 식용유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가공식품 품목 대부분이 오른 가운데 외식 물가도 상승하는 등 밥상 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09.1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6%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7.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국수(33.2%),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이 크게 올랐다. ⓒ 연합뉴스

관세와 부가가치세 같은 소비세를 내리면 이론적으로는 물가는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FTA 협상을 가장 많이 맺은 국가에 속한다. FTA 협상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 관세는 이미 제한적이다. 그리고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입 비중은 전체의 82% 수준이다. 또한, 부가가치세 인하의 가격 인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깎아준 세금 전체가 가격인하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감세효과의 일부는 생산자 잉여로 간다.

특히, 재산세와 종부세 인하는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재산세 등을 인하하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물가는 상승한다. 또한, 재산세, 종부세 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 부동산 상승은 연쇄적인 물가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도 감세 등의 조치가 효과적인 물가 억제 정책이 아님을 인정한다. 정부도 세금감면만 6천억원, 총 3조원이 넘는 물가 긴급대책에도 물가 인하 효과는 겨우 0.1%p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책 비용은 크나 기대효과는 너무 적다.

조세정책을 물가나 부동산 정책 등 경기조절의 도구로 활용했을 때 성공한 예는 무척 드물다. 지난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했다. 세금을 중과할 것을 미리 공포해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를 유도했다. 논리만 보면,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전에 주택을 팔 것 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으면서 주택을 팔지 않았다. 이번 정부는 조세정책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고 한다. 일조원대의 세수 손실이라는 확실한 부작용을 통해 잘해야 0.1%p라는 불확실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아웃카운터만 올리고 득점 확률은 떨어지는 잘못된 희생플레이 전략이라는 얘기다.

복잡할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은 힘들어한다. 서민을 위한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니 물가는 더욱 오르고, 물가를 잡자고 금리를 올리니 서민의 이자 부담이 오른다. 조세정책은 조세제도의 원칙에 따라 예측가능한 세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행동편향’ 오류를 저지르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조세정책을 통해서 잡고자 했지만, 국토연구원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은 금리가 50%, 추세가 40%라고 한다. 공급정책, 수요정책, 조세정책 등의 그 많은 부동산 정책과 논쟁으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동산 시장이나 물가 변동 등의 경기 조절용으로 어설프게 조세제도를 활용하기보다는 조세제도의 근본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의 합의된 결론은(최소한 글로벌스탠다드 관점에서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인상하는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로 잘못 기술하고 있으나 양도소득세는 거래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이 아니라 부동산 양도시 발생한 양도차익 소득에 과세하는 소득세의 일종이다. 양도소득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예측가능한 조세제도가 돼야 했었다.

▲ 사진은 5월17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 연합뉴스
▲ 사진은 5월17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부가가치세의 합의된 원칙은 재화와 서비스의 종류와 형태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거래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일정 비율(10%)에 세금를 부과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비과세 예외를 줄여가자는 것이 정부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수십 년 동안 일관성 있게 지켜온 원칙이다.

조세정책은 국민의 합의를 이룬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수십년간 합의된 조세원칙을 허문다 하더라도 물가 조절의 효과는 무척 미미하다. ‘행동편향’에 불과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지적하자. 정부도 관세와 부가가치세 인하는 물가 인하를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차마 재산세와 종부세 인하까지 물가 인하 대책이라고 홍보하지는 못했다. 물가 인하 정책이 아니라 ‘주거안정’ 대책으로 설명했다. 아쉽게도 재산세 , 종부세 인하를 통해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면 주거 안정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은 없긴 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재산세, 종부세 인하조차 물가 인하 정책으로 설명한다. 이는 정부도 주장하지 못하는 일부 언론에서 창조한 설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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