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조선일보 통해 시작된 여권의 ‘방통위원장 흔들기’…방통위설치법 무시한 위험한 주장 우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가 끝나자 여권의 본격적인 ‘방송통신위원장 흔들기’가 조선일보를 통해 시작됐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 임기는 2023년 7월까지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文정부 기관장 69%, 임기 1년 넘게 남았다>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소위 ‘문재인정부 알박기’의 주요 인물로 꼽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상혁 위원장과 전현희 위원장을 언급하며 “전임 정부 기조를 하나부터 열까지 수행했던 분들인데,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여권 핵심 인사가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실상 첫 장면이었다.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자진사퇴’ 프레임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10일자 사설에서 한상혁 위원장 등을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은 임기가 남아 있어도 자진 사퇴하는 게 관행이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들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한 사건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실형을 받으면서 최근엔 ‘버티기’가 새로운 관행처럼 번지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도 같은 날 사설에서 “전임 정권과 노선을 함께했던 방통위원장과 권익위원장 등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이자 도리”라고 주장했다. 

TV조선은 11일자 <뉴스7>에서 “철학이 다른 대통령 밑에서 기관장을 계속하는 분들도 그리 맘이 좋지만은 않을 텐데 그보다 더 괴로운 건 그 기관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라며 “새 정부 기조에 맞는 정책 보고서를 쓴 뒤 소속 기관장에겐 결재받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한다. 이런 미스매치 현상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자기 자리만 챙기는 염치없는 생계형 인사’라는 식의 공개적 망신주기 프레임이 최종적으로 가리키는 건 사퇴다. 하지만 한상혁 위원장 입장에서 지금은 물러날 ‘명분’이 없는 상황일 수 있다.  

방통위원장은 국회 청문회부터 그 어떤 장관급 인사보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방송을 통제할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방통위설치법은 목적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 보장”을 명시했다. 방통위는 정부조직법 18조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도 미치지 않는다(방통위설치법 3조2항). 방통위설치법 8조2항에선 “위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일반적인 공공기관장과 방통위원장 임기를 달리 봐야 할 이유다. 

그런데 최근 지면과 화면을 통해 등장한 ‘방통위원장 자진 사퇴’ 주장의 전제는 ‘새 정부 철학과 노선에 맞는 사람이 방통위원장으로 와야 한다’인 셈인데, 이는 사실상 ‘방통위원장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올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같다. 방통위원장이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는 것과, 방통위원장은 코드 인사여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만약 한상혁 위원장이 정부가 달라졌다고 사퇴한다면 본인 스스로 문재인정부 코드인사였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위

한상혁 위원장이 방송 통신 정책 결정에 있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정부 편향적 인사였다며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엔 위원장 재임 시절 구체적 문제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순리’ ‘도리’ ‘몰염치’라는 감정적 단어만 등장하고 있다. 

새 정부와 전임 정부 시절 구성된 방통위 기조가 다르니 위원장이 나가라는 주장도 구차하게 비칠 수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가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 폐지 및 협약제도 전환을 공약했는데, 이는 방통위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업무계획과 일치한다. 산업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겠다는 인수위 공약 또한 기존 방통위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같은 맥락이다. 인수위가 약속한 대기업 지상파 소유 규제 완화 역시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사안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주장대로 한 위원장이 물러나더라도 훗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위원장이 당장 사퇴한다 가정하고 2027년 5월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고 했을 때, 차차기 방통위원장 임기가 2028년 중순까지여서 윤석열정부에서 임명한 위원장이 새 정부와 1년 넘게 함께 해야 한다. 이때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 정부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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