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이 직접 속보와 연예기사 쓰는 일 드물어…“결국 조회수 늘리기”
연초 ‘네이버 300만 구독 달성’ 전략 구상 맞물려 내부 불만 높아져
“국장 역할은 필요한 기사 지시하는 것, 시스템 있는 회사 맞나”
CBS 국장 “내 방향에 100% 동의 어려울 것… ‘네이버 300만’ 전략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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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이재기 기자’가 작성한 기사 목록의 일부다. 특이한 점은 이재기 기자는 평기자가 아니라, 올 1월부터 CBS 보도국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국장직을 수행하는 기간 동안에도 각종 속보와 연예 관련 기사, 보도자료를 받아쓴 기사나 연합뉴스를 일명 ‘우라까이’(다른 신문사 기사를 비슷하게 받아쓴 기사)한 기사들도 작성했다. 취재없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사를 보도국장이 직접 처리한 것이다.

국장이 직접 속보나 연예기사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국장이 직접 취재를 한다고 하더라도 평기자들이 가지지 못한 인맥을 통해 기자들에게 인터뷰 등을 연결해주거나, 기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알게될 때 정보를 전달해주는 ‘고공취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BS 이재기 보도국장이 작성한 기사 목록.
▲CBS 이재기 보도국장이 작성한 기사 목록.

특히 최근 CBS 내에서 지속적인 인력 이탈이 나오고 있고, ‘네이버 300만 구독자 달성’ 목표 등이 언급되면서 기자들이 보도국의 방향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분위기가 포착되는 가운데, 이러한 국장의 행보는 구성원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노보는 인력 유출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네이버 구독자 300만 달성을 위한 기사 할당제에 대한 불만 △교계 일각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강요한 것은 아닌지 △누군가 뉴스를 사유화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기자협회도 지난달 23일 기자총회를 열어 질 높은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시 총회에서도 국장의 행보에 불만이 제기됐다고 한다.

[관련 기사: CBS 인력 유출 왜?…김현정의 뉴스쇼 PD도 이직]

“이 국장 체제 이후 CBS가 지향하는 기사 방향 알 수 없다”

CBS의 한 구성원인 A씨는 “국장이 속보를 쓰면서 ‘현장 기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한다’고 하지만 굳이 왜 국장이 기사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조회수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압박을 받은 적은 없지만 국장이 속보를 쓰는 모습이나 제목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하며 간접적으로 느낀 적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국장이 ‘고공취재’가 아닌 속보를 치는 모양새가 이상한 건 사실”이라며 “이 국장 체제 이후 대체적으로 노컷뉴스가 지향하는 기사 방향을 모르겠고, 정량적인 수치에 집착하는 걸로 보여서 보도국의 방향이 저렴해지고 있다는 생각과 불만은 자주 든다”고 전했다.

또 다른 CBS의 구성원 B씨는 “지켜줘야 일선기자들의 업무 범위를 침범하는 것도 모자라 보도국장의 업무와는 동떨어진 조회수용 연예 기사를, 그것도 국장 바이라인으로 쓰는 것은 회사 브랜드와 처신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정말 창피하다”라고 전했다.

국장이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잦아지니 취재 기자의 출입처 취재원으로부터 “이재기 기자가 도대체 누구냐”라는 질문도 받았다고 한다.

▲CBS 사옥. 
▲CBS 사옥. 

“국장 역할은 필요한 기사 지시하는 것, 시스템 있는 회사 맞나”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 이 국장은 “기자들의 손을 덜어주려고”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국장이라면 필요한 기사를 기자에게 지시하는 것이 맞지 직접 속보나 연예기사 등을 쓰는 것은 국장의 역할이 아니며, 나아가 시스템의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CBS 구성원 C씨는 “타사를 봐도 그렇고, 당연한 얘기지만 중앙 언론사 중 국장이 직접 본인의 바이라인을 걸고 속보를 쓰는 회사는 없는 것 같다”며 “결국 트래픽 올리기용이라는 생각은 자연히 들었다. 국장의 공약 중 하나가 네이버 구독자를 정량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C씨는 “중요한 속보라면 오히려 출입처에서 쓰는 게 맞고, 정확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보의 가능성도 있다”며 “속보뿐 아니라 문화, 연예 기사를 쓰고 심지어는 담당 기자가 이미 기사를 쓰고 있는데도 기사를 쓴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에서든 뭐든 필요한 기사라고 생각되면 현장 출입기자들한테 공적으로 주문하는 게 맞다. 사전에 어떤 대화도 없이 국장이 보도국 안에 앉아 속보를 날리고 있다는 건 넌센스”라며 “시스템이 있는 회사의 모습인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라고 짚었다.

기자총회서 불만 접수된 이후로는 ‘국장 기사’ 줄어…

다만 지난 기자총회 당시 불만이 접수된 이후로는 국장의 속보나 연예 기사 쓰기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6월1일 이후 ‘이재기 기자’의 기사는 검색되지 않는다.

CBS의 구성원 D씨는 “기자총회 이후 내부에서 계속해서 토론은 진행 중에 있다. 13일 오후에도 기자들과 간부들의 간담회가 열렸다”며 “그래도 문제제기를 하면 경청하려는 조직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조 CBS 기자협회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탄 없는 분위기에서 사측 설명과 기자들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잘해보자 하며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CBS지부는 지난달 노보에 담긴 입장 외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CBS M&C(이전 CBSi) 노동조합 역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 기독교방송 CBS
▲ 기독교방송 CBS

CBS 국장 “내 방향에 100% 동의는 어려울 것…
‘네이버 300만’ 전략은 수정 중”

이재기 CBS 보도국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장으로서 제시하는 보도국 방향이 있지만, 구성원 모두가 100% 그 방향에 동의하진 않을 것”이라며 “국장이라면 누구나 시험대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미디어오늘 질의에) 제가 특별히 답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 구독자수 300만 달성’과 관련한 목표에 대해서 이 국장은 “포털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고, 네이버가 전면 아웃링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이제는 단순한 구독자수는 큰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전에 설정했던 목표에서 변경된 부분이 있고 상황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기 국장이 생각하는 보도국의 방향에 대해 물으니 이 국장은 “정론직필”이라고 답하며 “CBS 보도국은 정론직필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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