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 부처보다 투명성 떨어진 대통령실, 과거 청와대만도 못해…용산 이전 명분 어디갔나
대통령실 출입여부는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 아냐, 황당한 언론관…새 정부 투명성 높여야

용산 대통령실이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원활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직후 대통령실(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통령실에 어떤 매체들이 출입을 신청했는지, 실제 등록된 매체는 어떤 곳인지, 대통령실 국민소통관(구 청와대 춘추관) 좌석 수, 출입등록 매체 승인기준(떨어진 매체의 경우 탈락기준) 등에 대해 요청했다. 

청구한 이유는 두 가지다. 대통령실이 소소한 정보부터 공개해가며 정보공개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대통령실을 취재하려는 언론인들 입장에서 용산 이후 취재의 문턱이 낮아졌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자들과 소통에서 혹평을 받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조차 박근혜 정부 청와대보다 출입매체(약 28%)와 기자수(약 17%)를 늘렸다. 2017년 9월 기준 181개 언론사 345명의 기자들이 청와대를 출입했다. 소통을 이유로 용산 이전을 강행한 만큼 매체와 기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은 보름 가까이 정보공개청구를 접수받지 않았다. 정보공개 업무 담당자 신원조회 중이라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았다고 미디어오늘에 해명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정보공개청구에 대응하지 않다가 인수위 해산 직전 일괄 비공개 결정하고 떠난 전력이 있기에 새 정부가 정보공개 업무에 무관심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수위 홈페이지도 그랬지만 17일 현재 대통령실 홈페이지도 정보공개청구 관련 안내를 찾아볼 수 없다. 기존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던 정보공개 메뉴를 삭제한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15일 답변을 보냈다. 일단 대통령비서실은 “시스템 정비와 국민소통관실 내 담당자 배정 지연 등으로 문의한 정보공개 처리가 늦어져 죄송하다. 너그러이 이해 부탁드린다”며 처리기한 연장에 대해 사과했다. 정보공개법상 10일 내 공개여부를 결정하고 부득이한 경우 10일 내에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해당 청구를 비공개한 점이다. 미디어오늘은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와 법무부 등 여러 부처에 출입매체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직전 근무했던 대검찰청을 제외하고, 다른 부처에선 모두 어떤 언론사가 출입하는지 등을 공개했다. 대검의 경우 “출입기자단 가입규정 및 조건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으며, 대검 기자실은 출입기자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며 ‘정보부존재’를 결정했다. 법조기자단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법무부가 출입매체 현황을 공개한 것을 보면 이 역시 무책임한 대응이다. 결국 대검과 대통령실만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이 내세운 비공개 사유를 보면 왜곡된 언론관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문의한 대통령실 출입 언론에 대한 정보는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에 대한 내용으로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라고 했다. 언론사들이 ‘대통령실 출입’을 영업에 활용한다고 본다는 뜻일까? 혹시 ‘대통령실 출입’ 여부가 언론사 영업에 사용되고 있었는데 미디어오늘이 이 사실을 모르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걸까? 대통령실 출입 여부는 과연 언론사 영업에 어떻게 활용될까? 대통령실 입장대로라면 출입매체를 공개한 대다수 다른 부처들은 언론사들의 영업상 비밀을 왜 함부로 공개하는 걸까?

▲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 국민소통관 좌석수’는 대통령실 출입할 수 있는 매체와 기자 정원이 얼마인지 알아보려고 청구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내부 시설현황과 출입 기준에 대한 내용 일체는 경호상 이유로 제출하지 못함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에게나 요구해야 할 신원진술서를 민간인인 기자들에게 요구하거나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보안앱 설치를 강요하는 등 경호를 강화하려 한 노력은 익히 알고 있다. 다만 내부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단지 좌석 수나 매체 정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을 뿐이다. 

다른 부처나 지자체, 심지어 구중궁궐이라고 비판했던 청와대보다도 낮은 수준의 투명성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에게 이 내용을 공유했다. 그는 미디어오늘에 “정보공개법에서 영업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대한 정보’인데 대통령실 출입기자냐 아니냐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유리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며 “비공개의 이익과 공개의 공익적 효용과 비교했을 때 후자가 훨씬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대통령비서실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를 시공능력 평가액이 부족한 다누림건설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논란이 됐다. 게다가 다누림건설 대표가 윤 대통령 부부의 거주지인 아크로비스타 인근 저축은행에서 약 9억원을 대출받아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지난 14일 조달청 나라장터는 계약현황 조회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대통령실을 의식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편한 상황이 오면 정보를 차단하는 방식의 독단적 행태가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나타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가 정보공개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실의 정보공개가 투명해지길 기대한다. 미디어오늘은 대통령실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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