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356호 사설

언론계에서 ‘지역 언론’이라고 하면 ‘선입견’을 갖곤 한다. 관공서 광고로 연명하며 지자체 홍보에 열을 올린다.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기는커녕 유착관계가 심해 또 하나의 지역 기득권으로 군림한다. 정작 지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그러나 좋은 지역 언론도 분명 있다. 이를테면 지역민 삶과 긴말하게 연결된 생활 밀착 보도를 내놓고 독자의 좋은 평가를 받아 생존하는 언론. 지역 언론을 말할 때 이처럼 긍정과 부정 평가의 간극은 크다. 지역민이 애착하는 ‘풀뿌리 언론’을 만드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한 편으론 지역민이 직접 매체를 만들어 ‘솔루션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파격적 실험을 하는 곳도 있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기성 언론 전유물이 아닌 ‘생활 속에서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움직임이다.

경기도 용인시 시민사회 단체들은 올해 1월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 일대 지역민을 인터뷰했다. 김량장은 용인에서 ‘원도심’에 속한 가장 오래된 동네다. 장소 상징성을 고려할 때 지역민 삶을 기록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지역민이 직접 매체를 만들어 환경 운동을 통하거나 기술을 적용한 라이프 활동 변화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들은 ‘우리동네 생활기록가 프로젝트’와 ‘생활실험실 탐사대 프로젝트’ 이름으로 에디터를 모집해 잡지를 발간하기로 했다. 에디터가 되는 과정도 충실하다. 기사 작성 방법론과 탐사 보도 분석을 주제로 한 특강과 취재 및 기사작성 실무 교육까지 받으면 실전에 투입된다. 지역민이 직접 발품을 팔아 100% 동네 이야기로 채우는 실험이다. 동영상 큐알(QR) 코드를 넣어 영상으로도 잡지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11월이 발간 목표다.

▲ ‘생활실험실 탐사대 프로젝트-도시탐사 에디터 모집’ 포스터.
▲ ‘생활실험실 탐사대 프로젝트-도시탐사 에디터 모집’ 포스터.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돌봄(육아)을 원하고 도와주려는 지역민을 연결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플라스틱 빈 병을 모아오면 분쇄기에 넣고 가루로 만든 뒤 친환경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네 카페에 분쇄기를 설치했더니 플라스틱 빈 병을 가장 많이 모아온 이들은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생활 속에서의 변화를 얼마든 이뤄낼 수 있음을 증명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매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시민 자치 기금, 기업의 사회 공헌 기금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 용인시 예산이 투입됐다.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의 자생적 움직임에 반응한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승현 도시미래시도 대표는 “사실 저널리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지만 일상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동네를 바꾸고, 좋은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 활동을 추적하고 검증해서 확산시키면 그게 곧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일상의 기록을 통해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삶을 바꾸는 콘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다. 환경 운동을 실천하든 삶을 변화시키는 조그마한 기술을 도입하든, 결국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바꾸어 시민들이 자생적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 언론에도 자극을 주고 있다. 구 경기방송 조합원들과 함께 경기 지역 새 라디오 방송을 고민하고 준비해온 노광준PD는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저널리즘 시도에 굉장히 큰 감흥을 받았다”면서 새로운 경기 지역 방송과 이 같은 프로젝트를 접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여전히 나쁜 지역 언론과 기자가 있다. 경남도청을 출입하는 국민일보 기자가 수억 원의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기자가 경남도청 기자단 간사를 지냈다는 점에서 기자단 지위를 악용한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히 개인 일탈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경남도청 기자단은 “기자단 회원의 한 명이 일으킨 일이기 때문에 기자단 모두가 도의적으로 깊은 책임을 느낀다”는 원론적 입장 발표에 그쳤다. ‘기자단 해체’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통한 반성도 모자랄 판에 ‘도의적 책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에 어느 지역민이 언론을 신뢰하겠는가.

저널리즘에 자격이 있다면, 이들의 모습은 자격 미달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왜 부끄러움은 항상 언론이 아닌 우리 시민 몫이어야 하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