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노동부·문체부 아무 것도 안 해…방송사 비정규직 협의체 만들어야”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하는 미디어친구들, 방송사 앞 릴레이 캠페인

22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점심시간을 맞은 이들이 밀려나오는 정문 앞에 낚시의자 세 개가 깔렸다. 방송미디어 현장의 불안정 노동자들과 함께하겠다며 출범한 ‘미디어친구들’이 인기 예능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미디어 토크 온 더 블록’을 진행했다.

이날 KBS 앞엔 KBS전주총국 사건을 맡았던 김유경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와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자리했다. 이채은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대화를 이끌었다. 토크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활동가들은 KBS 직원과 시민들에게 미디어친구들을 소개하는 전단지를 돌렸다.

미디어친구들은 서울 마포구 MBC 앞 광장에 이어 두 번째 캠페인 장소로 KBS를 찾았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방송작가들이 법적 다툼을 벌여온 곳들이다. MBC는 보도국 방송작가 2명을 복직시키라는 노동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KBS전주방송총국 작가에 대한 부당해고를 부인하던 KBS는 최근 법원 소송을 포기하고 해당 작가와 복직 관련 협의 중이다.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디어친구들이 토크쇼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디어친구들이 토크쇼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김유경 노무사는 먼저 “MBC 작가 두 분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7월14일 행정소송 1심 결론이 날 걸로 예상되고 있다. 법률투쟁을 이어가면 개별 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진다”며 “KBS는 작가님과 회사가 원직복직, 계약조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의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고 원래 하셨던 일을 하시길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KBS전주총국 A작가는 지역 방송사의 방송작가로서는 처음 노동위원회로부터 법적 근로자성을 인정 받았고, 부당해고 구제 판정이 확정된 최초의 방송작가가 됐다. 앞서 A작가는 지난해 7월 해고돼 9월 전북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 초심과 중노위 재심에서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 받았다.

김 노무사는 이 사안의 키워드로 ‘1000장’을 꼽았다. A작가가 담당 PD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은 대화 분량이다. 그는 “카톡으로 주고 받은 지휘감독 근거가 텍스트로 1000장이 나왔다. 그만큼 상시적으로 일한 근거가 촘촘하게 남아 있었다. 노동위가 (A작가를) 도저히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었던 사건”이라 설명했다.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디어친구들이 토크쇼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KBS 앞에서 배포된 전단지. 사진=노지민 기자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디어친구들이 토크쇼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KBS 앞에서 배포된 전단지. 사진=노지민 기자

지노위가 보통의 경우보다 두 배가량인 70쪽 판정문에 A작가가 근로자인 이유를 설명한 점도 짚었다. 김 노무사는 “방송작가가 노동자라는 MBC 사건에서의 선례를 명확하게 재확인해주는 문구가 있었다. 방송작가는 용역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부하직원처럼 취급당했다’라는 표현”이라며 “법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었던 부분은 이 분이 입사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비로소 종이로 된 계약서를 처음 썼는데, 그 계약서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문장”이라고 말했다.

방송작가 직군을 바라보는 방송사의 근본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김 노무사는 “전북지노위가 심문을 할 때 ‘사건이 인정돼서 (작가가) 회사로 돌아가면 어떻게 근로계약을 할 거냐’고 물었더니, 사측 법률대리인이 망설임 없이 ‘KBS는 앞으로도 방송작가라는 직군을 정규직군으로 만들어서 채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신분 차이를 명확하게 선을 긋고, 법원과 노동위 판정에도 그동안의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말처럼 들렸다”고 비판했다.

문종찬 소장은 지난 3월 KBS 이사회에서의 김의철 KBS 사장 발언을 언급했다. 당시 비정규직 문제 관련 질문(조숙현 이사)을 받은 김 사장은 “비정규직 처우라든가 이슈 관련해서 고민하려고 하는데, 그 부분도 사실은 예산이 수반되는 이슈”라며 “KBS 전체적으로 보면 실태 같은 것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올해 초부터 조직을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관리하고, 실태를 잘 파악해서 여건이 되는 대로 개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문 소장은 “결국 돈을 줄이기 위해서 일자리를 무기로 사람들을 겁박해서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써먹었다는 이야기를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KBS가 내년 예산을 짤 때 반영을 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어 “(KBS가) 몇 해 전 실태조사를 했다, 조건이 3년 동안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3년이 지났다. 3년 전에 비공개로 하기로 했던 것부터 공개하면 될 것”이라 지적했다. 김 노무사도 “저도 연구진 중 한 명이었다. 방송작가 뿐 아니라 다수 비정규직이 노동자가 많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디어친구들이 토크쇼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디어친구들이 토크쇼 형태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방송작가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일 TBS의 프리랜서 방송작가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재심에서도 인정됐다. 앞서 3일엔 중앙노동위원회가 YTN 프리랜서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에서 초심을 뒤집고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김 노무사는 “(TBS 재심에서) 심문 의장이 저를 콕 집어 질문하셨다. KBS전주총국 사건 재심 때와 같은 분이었는데, ‘요즘 사건 많이 하시죠’라고 묻더니 아무리 봐도 데자뷔 같다는 것이다. KBS 심문 때랑 내용이 거의 똑같지 않느냐고 답답해 했다”면서 “사용자만 아무 것도 안 하고, 정책당국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라든가, 고용노동부라든가, 문화체육관광부라든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 소장은 “유럽의회는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로 본다. 노동자가 아니란 건 회사가 입증하라고 법이 개정되어 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하다는 미국도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전한 뒤 “지금 당장 방송사 비정규직 협의체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노사, 공익, 시청자 이렇게 이해관계 당사자가 비정규직 문제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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