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평론가, 주간동아 자의적 편집에 기고중단
‘尹의 국회 패싱’ 비판 기고 중 핵심 문단 삭제 논란
“상의 없는 자의적 편집”…주간동아 측 묵묵부답

윤석열 정부의 ‘국회 패싱’을 비판하는 주간동아 기고 글이 작성자 동의 없이 뭉텅 잘린 채 실려 논란이다. 

기고자인 시사평론가 김수민씨는 “윤석열 정부의 자의적, 임의적, 편의적 통치를 지적하다가 언론의 자의적, 임의적, 편의적 편집을 만났다”면서 “1년여간 연재해왔던 주간동아 칼럼 기고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김씨는 ‘김수민의 직설’이라는 주간동아 코너에 글을 기고해왔다. 김씨가 매체의 편집을 문제 삼은 칼럼은 지난 20일 오후 온라인에 공개된 “野 국회 패싱 방지법 발의에 與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고다. 

▲ 시사평론가 김수민씨가 매체 편집을 문제 삼은 칼럼은 지난 20일 오후 온라인에 공개된 “野 국회 패싱 방지법 발의에 與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고다. 사진=주간동아 홈페이지 갈무리.
▲ 시사평론가 김수민씨가 매체 편집을 문제 삼은 칼럼은 지난 20일 오후 온라인에 공개된 “野 국회 패싱 방지법 발의에 與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고다. 사진=주간동아 홈페이지 갈무리.

김씨는 이 글에서 윤석열 정부가 정부 시행령을 통해 국회 입법 절차를 우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윤석열 정부는 인사 검증 업무의 중심을 법무부에 놓으면서 이 근거를 법률도 아닌 시행령으로 마련했다”며 “굳이 법무부에 맡기겠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며 국회의 동의를 얻고 국민의 토론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초고 가운데 편집된 내용은 비판 강도가 센 문단이다.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삭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세가적 자질은 물론 승부사적 기질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행령 독주’는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차례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은 말만 남았고, 윤 대통령은 박·문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듯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떤가. 2015년 국회 패싱 방지법 여야 합의를 이끌었던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달리, ‘시행령 독주’가 아니라 ‘국회 패싱 방지’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대 사안이 국회에 올라가지 않으면 정당의 힘도 약해지고 여당도 행정부와 대통령실에 휘둘리게 된다. 새누리당 ‘진박’ 다툼의 계보를 잇는 국민의힘 ‘진윤’ 투쟁이 머지않은 듯하다. 지금 집권세력은 딱 ‘시행령만한’ 정치를 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기고 지면은 ‘한 주는 원고지 15장, 다음 한 주는 그 절반 분량’이다. 당초 김씨 칼럼은 원고지 7~8매 분량으로 주간동아에 전달됐으나 잡지에는 핵심 문단이 삭제되어 5매 분량으로 실렸다. 

▲ 시사평론가 김수민 페이스북 갈무리.
▲ 시사평론가 김수민 페이스북 갈무리.

김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대체로 주제 선정에서 존중 받아왔다고 생각하며,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거나 스스로 기억에 남길 만한 칼럼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칼럼에서 상의 없이 상당 분량이 삭제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분량이나 표현에 대해 늘 지면 담당 기자 분과 의논해왔다. 이번 삭제는 그 윗선에서 이뤄진 것이고, 나는 어떠한 상의 요청도 받은 바 없다. 더 이상 기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2일 오후 통화에서 “원래 원고에서 20~30% 잘린 셈인데 이렇게 많은 분량이 상의 없이 편집된 것은 처음”이라며 “지면 담당 기자 분도 이와 같은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 보통 상의해서 톤 다운하거나 수위 조절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이 잘린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주간동아 측은 △우크라이나 특별 취재 때문에 기고 분량 조절이 불가피했음 △김씨 기고 글이 그대로 나가면 매체 입장으로 오해할 수 있음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동안 짧은 분량을 맞추기 위해 내 나름 문장을 세심하게 다듬고 심혈을 기울였다”며 “논조 문제이기 앞서, 이렇게 자의적으로 편집한다면 주간동아에 글을 더는 쓸 수 없다. 주간동아 측에도 내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주간동아 편집장은 22일 통화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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