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인사번복 논란에 경찰 반발 커져…대다수 매체, 중립성 퇴행 비판
조선 “밀실서 하던 인사 제도화해 의미” 문화 “文 임명한 경찰청장 견제 차원” 진영논리 개입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후배이자 측근으로 분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취임 직후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장관은 지난달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별도로 면담하며 이른바 ‘공룡경찰’ 견제 시도를 본격화했고, 자문위는 지난 21일 ‘경찰국’ 신설을 권고했다. 이날 저녁 경찰청이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지만 두시간 만에 7명 보직이 번복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경찰장악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국 설치와 인사 번복에 대해 비판의견이 중론이다. 특히 1991년 경찰 조직을 내무부(현 행안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시킨 배경에 군사독재정권 경찰이 시민들을 고문하던 과오가 있다. 역사를 거스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 22일자 한겨레 만평
▲ 22일자 한겨레 만평

“행안부 ‘경찰국’ 신설, 경찰 독립·중립성 퇴행 아닌가”(세계일보 22일자 사설)
“‘30년 역사 퇴행’ 경찰국 부활 권고안 폐기해야”(한겨레 22일자 사설)
“‘행안장관, 警청장 지휘’ 중립성 훼손에 위법 소지마저”(동아일보 22일자 사설)
“경찰 독립·정치적 중립성 해치는 행안부 권고안 철회돼야”(경향신문 22일자 사설) 
“두 시간 만에 번복된 치안감 인사, ‘경찰 길들이기’인가”(한국일보 23일자 사설)
“검찰은 ‘인사 폭주’ 경찰은 ‘인사 보복’, 이래도 되나”(한겨레 23일자 사설)

이처럼 다수 매체가 최근 행안부의 일련의 일들을 ‘경찰장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우려의 목소리를 옮기긴 하지만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공룡 경찰’ 견제하되, 수사 개입 우려는 없도록 해야”를 보면 민주적 방식의 통제를 주장하기 보다는 그동안 권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은밀하게 경찰을 통제했는데 이제는 통제를 제도화했다며 행안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했고, 권고안은 그로 인해 붕 떠버린 통제 장치를 정상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경찰 고위직 인사를 위한 후보추천위 구성도 그동안 밀실에서 이뤄지던 인사를 제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최근 비판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도 한발 거리를 두고 있다. 조선일보는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부가 내무부 치안국·치안본부를 통해 경찰권을 남용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1991년 경찰청이 행안부 외청으로 독립했는데 이를 되돌리는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에 대한 징계요구권을 무기 삼아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경찰을 장악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권이 경찰을 손아귀에 넣고 이용하려 한다는 말도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타 신문들 논조와 비교하면 사실상 경찰국을 통한 경찰 통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경찰 인사 번복에 대해 비판한 다수 신문과 달리 조선일보는 23일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다. 대신 치안감 인사가 번복된 일의 전말을 알리는 기사를 썼는데 행안부 공무원의 단순 실수였다는 내용이다. 

이날 조선일보 사회면 “행안부가 잘못 넘긴 인사案, 경찰은 관행대로 그냥 발표”란 기사를 보면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경찰청 인사안을 경찰청에 최종안이 아닌 초안을 잘못 전달했고, 경찰이 협의 전에 발표부터 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부에서 명단이 오면 내정된 것으로 보고 발표하던 관행을 따랐을 뿐이다. 결국 행안부 공무원의 실수를 제외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건이었다는 내용이다. 

▲ 23일자 문화일보 정치면 기사
▲ 23일자 문화일보 정치면 기사

문화일보는 한술 더떠 현재 지난 정부가 인사한 경찰청장이 조직적 반발을 하고 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23일 “‘대통령 인사권 무시’ 판단…‘文발탁 김창룡’에 사퇴 메시지”를 보면 윤 대통령이 23일 이번 논란을 두고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말했는데 이 배경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이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조직적 반발을 꾀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평가했다. 

30년 전으로 역사를 거스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를 ‘민주적 통제’로 규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경찰청장이 마치 진영논리에 따라 반대했다는 프레임의 기사다. 문화일보는 “윤 대통령의 ‘국기 문란’ 발언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탁한 김창룡 청장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관점이라면 경찰의 어떠한 주장과 논리도 모두 정치적 목적으로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사안의 경우 정파적 논리를 걷어내고 보도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이를 강화한 기사다. 또한 국가경찰위원회 등 민주적 통제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무시하고 새 정부의 경찰국 설치가 왜 ‘민주적 통제’인지 근거가 필요하다. 

조선일보는 인사 번복을 단순 실수라고 보도하고, 문화일보는 경찰의 반발을 정파적 프레임을 씌우며 새 정부의 경찰장악 논란을 측면 지원하는 꼴이다. 

현재 필요한 건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을 해소하는 일이다. 

동아일보는 23일자 사설 “치안감 인사 초유의 무더기 번복, ‘실수’라며 뭉갤 일 아니다”에서 “정작 치안정책관이 확정되지 않은 인사안을 보낸 이유가 뭔지, 왜 인사를 정정하는 데 2시간이나 걸렸는지, 행안부와 경찰 간에 인사를 둘러싼 알력은 없었는지 등 핵심적인 의문점은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내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라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인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발표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국민과 일선 경찰의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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