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태곤, 대통령실 출입매체 구조조정 제안…출입매체 늘며 보도의 질 떨어졌다는 지적
출입매체 수 적은 정부부처 보도, 대안인가…구조조정 논의에 ‘비판 매체 솎아내기’ 우려는?

최근 대통령실 출입매체 구조조정을 논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요지는 대통령실(과거 청와대) 출입매체 수가 늘어나면서 취재과정이나 보도의 질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과거 프레시안 기자로 이명박·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출입했던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관훈저널 여름호 기고(대통령과 언론, 무엇이 ‘불통’을 불렀나)에서 한 제안이다. 

대통령과 언론 간 소통을 개선하기 위한 명확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출입매체 구조조정’이란 의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글에 녹아있어 공감가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윤 실장이 출입매체 구조조정을 던진 이유는 현재 대통령과 언론의 소통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윤 실장이 원인을 진단하는 부분에 일부 이견이 있어 한마디 보태려 한다. 

[관련기사 : 대통령실 출입매체 ‘구조조정’ 제안 나왔다]
 
윤 실장은 청와대 출입기자, 대통령 근접 취재를 할 수 있는 풀기자단이 문민정부 이후 계속 늘었고 종합편성채널 등 신생매체가 풀기자단에 합류한 현상에 대해 “애초 기대대로 정보 접근권이 동등하게 보장되면서 국민의 알권리가 확충되고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보도의 질도 높아졌을까? 필자는 부정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엉뚱한 질문과 기사나 나오거나 매체 파워·사적 인연·정파성에 따른 차별대우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질문이나 언론보도가 수년째 비판받아 온 건 사실이다. 그 원인이 청와대 출입매체 증가에 있을까? 청와대 출입매체의 증가는 전체 언론사 수 증가를 배경으로 한다. 질문을 바꿔보자. 언론사는 늘고 있는데 출입매체 수를 계속 통제해야 했을까? 출입매체를 줄이면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 표현대로 ‘메이저언론’을 중심으로만 출입하게 되는데 그러면 소통의 수준이 높아질까? 그리고 언론 자유라는 보편가치 차원에 어울리는 방향일까?

▲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국회를 제외한 대부분 정부부처는 소수의 출입기자단을 유지하고 있다. 극적인 사례는 법조기자단이다. 검찰과 법원에 대한 견제가 잘 이뤄지고 있고 기자들과 법조인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법무부에 확인한 결과 지난달 기준 법조출입기자단에는 42개 매체가 속해있다. 

오히려 일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선 소수의 기자단이 홍보비를 나눠먹는 카르텔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기자단에 새로운 매체를 포함하는데 인색한 이유다. 매체 수가 소통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윤 실장은 출입매체 수가 증가하면서 대통령실이 기자들을 소위 ‘관리’하기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취재원이 기자들을 줄세우기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출입매체 수를 줄여도 가능하다. 취재원인 공직자들이 특정 기자만을 따로 불러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매체에서만 ‘단독’ 기사가 나올 경우 타 매체 기자들은 어떠한 행동을 보이게 될까? 검찰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훨씬 더 줄여서 10개 매체만 출입하더라도 차별대우를 통한 매체 줄세우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의지, 대통령실 문화에 대한 문제로 매체 수를 줄여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 검찰. ⓒ연합뉴스
▲ 검찰. ⓒ연합뉴스

 

윤 실장은 ‘정파성에 따른 차별대우’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부분이 출입매체 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미 언론사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직간접으로 나타냈다. ‘메이저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구분하는 발언도 그렇지만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인 뉴스타파나 뉴스버스에 대한 적대적 심기도 드러냈다. 검찰총장직을 던진 이후 MBC·YTN·한겨레 등과 단독 인터뷰를 한번도 진행하지 않고 대신 중앙일보·TV조선 등 보수매체와 자주 인터뷰를 진행한 것도 언론을 향한 노골적인 편파행보로 평가받는다. 

[관련기사 : 윤석열 가장 많이 인터뷰한 매체 그리고 한번도 못한 매체]

대선 이후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등은 출입신청을 끝내 거절당했다. 역시 정파성에 따른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기자들은 사석에서 ‘메이저언론’이나 ‘보수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실 출입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을 늘어놓았다. 농담조로 ‘튀는 질문을 했다가 쫓겨날지 모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실제 인수위 관계자들은 출입기자들에게 윤석열 당선자에게 현안 질문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고 일부 기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윤 대통령 취임 후 한달 반의 소통을 평가할 때, 가장 큰 변화는 기자들이 질문하는데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를 핑계로 기자들과 만남을 외면했던 전직 대통령에게 적응했던 기자들이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질문과 답변도 서로 많이 해봐야 수준이 높아진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보여준 왜곡된 언론관이나 인수위에 비판논조의 언론사 쫓아내기로 얼룩졌던 기억을 조금씩 지워가며 대통령과 언론의 문화를 새로 만드는 중이다. 

이제 기자들은 민감한 현안이나 불편한 질문을 해도 괜찮다는 경험을 아주 조금 학습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입매체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기자들은 무슨 생각부터 할까? 비판논조 매체나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면 퇴출 1호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구조조정이 본격 논의되면 과연 질문이나 비판 수위나 강도가 과연 지금처럼 유지될까? 

윤 실장의 글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조정이 힘들 정도로 기자단 규모가 늘어나고 대통령 기자회견 횟수도 줄어들자 ‘기레기’들이 속출했다. 대통령에 대한 질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기자, 다른 사람이 뭐라 하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꼭 하는 기자, 대통령 지지층에 잘 보이고 싶은 기자, 대통령 반대층에 어필하고 싶은 기자들의 속출을 막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반에 청와대 출입매체 수를 늘려 놓고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를 줄였다. 대통령의 불통 때문에 기자들과 청와대 참모들만 힘들어진 셈이다. 이러한 현상 자체는 비판받을 일이지만 역시 출입매체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미국의 사례와 비교한 부분도 있다. 백악관 브리핑룸 좌석 수가 49석이라며 미국과 한국의 인구 차이나 백악관과 대통령실의 의제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대략 대통령실에 10여명의 기자가 직접 취재하고 질문하는 셈이라고 했다. 인터넷매체는 물론 한겨레·국민일보·SBS 등도 없던 시절쯤이라고 덧붙였다. ‘라떼’ 시절 얘기다. 윤 실장이 청와대 출입하던 15년 전과 매체 환경이 많이 변했다. 

▲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미국처럼 각 주의 지역정치와 지역언론이 숨쉬는 나라와 지역언론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정치에 몰두해야 하는 서울공화국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미국의 ‘president’와 한국의 ‘대통령’의 위상은 같지 않다. 과장 좀 보태면, 대통령 결정으로 지역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니 대통령실에 대한 전국적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윤 실장이 바랐던 ‘밀도 깊은 취재와 알권리 보장’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새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리모델링 업체 선정 논란 이후 조달청의 수의계약 정보를 비공개로 닫았다.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정보를 차단하면 정파성이나 인맥을 통한 은밀한 정보공유의 비중이 늘어난다. 대통령실의 기자 차별대우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정보공개에 적극 임하고 정부부처와 각 기관에서도 국회의 자료 요청 등에 투명하게 임하면 기자들이 더 적확한 정보로 취재할 수 있다. 새 정부가 과거보다 투명해지면 굳이 출입매체 숫자를 두고 논쟁을 벌일 이유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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