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357호 사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 시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한동훈)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안된다는 논리와 같다”고 말했다. 당시 많은 언론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7~8월 검찰 정기 인사에 맞춰 한동훈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리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라고 하더라도 검사장 발탁 이상은 무리라는 게 언론의 시각이었다.

그리고 5월 윤 대통령은 한동훈을 법무부장관으로 전격 발탁했다. 핍박받은 ‘독립운동가’라는 대통령 인식엔 변함이 없었다.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기술한 보도자료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직접 “한 후보자는 수사와 재판 같은 법집행 분야뿐만 아니라 법무 행정 검찰에서의 여러가지 기획 업무 등을 통해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 판단했고 절대 파격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공정과 상식이라고 하면서 가장 측근, 검찰 출신, 그리고 제1야당이 가장 기피하는 인물, 누가 봐도 측근 인사”(문희상 전 국회의장)라고 반발했지만 ‘검수완박’ 국면, 윤 대통령이 한동훈 인사로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장관의 탄생은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열쇳말이다. 한 장관 직속의 인사정보관리단이 고위공직자 추천 및 검증 기능을 맡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임을 재확인시켰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월1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월1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르지만 법무부가 대통령직할체제의 한 축이 될 것이란 지적엔 큰 이견이 없다. 검찰에 대한 사무를 책임지는 법무부장관이, 직속으로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 및 검증 기능을 장착해 통제하는 건 ‘검찰공화국’이라는 우려를 낳기 충분하다. 윤석열 정부로선 그의 인사가 ‘패착’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를 띄우는 것이 지상과제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은 한동훈 앞에선 감시견 역할이 한참 미달인 모습이다.

‘소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인간’ 한동훈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 장관이 촉법소년 기준 나이 하향 조정을 검토하라고 했을 때 “‘반윤’ 네티즌들도 환영한 ‘촉법소년 연령하향’”이라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네티즌의 환영 의견을 따옴표로 전달한 언론이 적지 않았다. 해당 정책으로 인한 여러 유무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개선점을 제시하기보다는 ‘흉악한 소년범죄’에 맞선 한동훈의 전격 결정임을 부각시키는 내용이다.

최근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라며 한동훈 장관이 내린 일련의 조치들을 탈권위적이라고 평가하는 보도들이 쏟아진다. 직원이 차 문을 열어주는 의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과 함께 “정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전은 일종의 마약과도 같은 것으로 일컬어진다. 한번 맛을 보면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불린다. 하지만 한 장관은 달랐다”고 논평한다. 한 장관이 법무부 내부 문건에 간부를 언급할 땐 ‘님’자를 빼라는 보도도 대대적으로 실렸다.

그리고 한 장관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문에 앞서 검찰국에 일등석이 아닌 비즈니스 항공편을 예약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한 장관은 해당 지시를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언급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는 문구와 함께 대거 보도됐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관련 보도를 ‘한비어천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급기야 한국경제는 “한동훈, 바나나우유 들고 출근하더니… 주식 시장서 벌어진 일”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바나나우유를 들고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된 후 공교롭게도 27일 빙그레 주가가 소폭 상승 중이다”며 “일각에서는 ‘한동훈 효과’가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했다. 이날 증권가 지라시에는 ‘빙그레, 한동훈 장관이 오른손에 잡은 이후 다음 거래일에 소폭 상승 중’이라는 내용이 확산했다”고 썼다.

▲ 6월27일 한국경제 온라인 기사 갈무리.
▲ 6월27일 한국경제 온라인 기사 갈무리.

한동훈 대망론을 전하는 비현실적인 보도는 어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결과를 보여주며 차기 대권주자 3위로 제목을 뽑더니 2024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출마 지역구까지 거론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룡이 돼가고 있는 법무부로 인해 시민사회를 옥죌 수 있는 일련의 통제 조치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는 기사거리가 넘치는 노다지인 셈인데 바나나우유 주가니 눈에 보이지도 않은 대망론까지 파헤치는 노력을 어떻게 봐야할까. 한동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은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 언론이 인간극장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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