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전제 백브리핑에서도 대통령 의중 명확히 알 수 없어
홍보수석 보기 어렵고 매체별 취재지원 차별 호소까지

용산 대통령실이 열린 지 50일,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으로 소통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들간 소통이 막혀 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익명 전제의 ‘핵심 관계자’ 브리핑조차 현안 관련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고, 사진 제공을 비롯한 취재 지원이 차별적으로 이뤄진다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현재로서 기자들과 가장 자주 접촉하는 대통령실 인사는 ‘대변인실 관계자’들이다. 오전 또는 오후에 현안 브리핑으로 주요 사안을 공지하고 필요한 경우 백브리핑을 진행한다. 백브리핑은 익명 전제로 진행되지만 대개 수석급은 ‘고위 관계자’, 대변인급은 ‘핵심 관계자’로 표기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이유 중에서 그나마 납득 가능한 명분은 직함을 내걸고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부담스러운 사안을 더욱 상세히 설명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출입기자들은 익명 전제의 질의응답에서도 의문이 해소되기 어려웠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꼽는 사례가 지난달 30일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집무실 내 사진에 설명이었다. 사진 촬영자가 대통령실 직원이 아니라 했다가, 불과 수분 뒤에 “김 여사 카메라로 대통령실 직원이 찍었다”는 해명은 ‘거짓 해명’ 논란을 불렀다. 이튿날엔 ‘특별감찰관제’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가 하루 만에 “답변 과정에서 혼선을 드린 면이 있음을 알고 있다. 굉장히 죄송스럽다”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 취임으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용산 대통령실. 사진=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의중이나 의미를 ‘관계자’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문으로 직선적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윤 대통령의 특성상 행간이나 방향을 풀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한 출입기자는 “대통령 발언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느냐는 말을 대변인이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통령이 (논란 여지가 있는) 소리를 할 때는 해명을 해야 하는데 그냥 놔둬도 된다는 것인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사안 잘 모르는 ‘핵심 관계자’? 홍보수석 보기 어려워

방어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브리핑 이후 추가적인 질문이 제기되면 답 없이 자리를 뜨기 바빠 보인다는 것. 특히 강인선 대변인을 두고 이 기자는 “질문할 게 많은데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끊은 뒤에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릴 때 대변인 본인이 답을 안 하고 부대변인이 가로막으면서 ‘나중에 설명을 드리겠다’고 하지만 설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자는 직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들과 비교하며 소통 방식의 차이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박수현 대변인은 워낙 말을 잘 하는 달변가였고, 김의겸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을 언론사 후배 대하듯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고민정 대변인은 대본 안에서 대답을 돌리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한 뒤 “강 대변인은 말이 약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여사를 수행하는 코바나컨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채용과 관련해 일부 기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으로 신임을 잃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대통령실 마이크’에 대한 지적은 언론을 통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중앙일보(김건희 사진 말바꿨다…‘핵관’ 불리기 민망한 ‘용와대 마이크)는 “최근 ‘용와대’(용산에 있는 청와대)로 불리는 대통령실의 마이크가 위태위태해 보인다”며 “정확하게 누구를 지칭하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핵심 관계자’란 말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의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22일 매일신문은 ‘대통령의 소통, 대통령실의 소통’ 제목의 기사에서 “백브리핑에선 사안이 민감할수록 방어만 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논란이 확산된다. 불필요한 신경전과 소모전이 발생하고 답답함과 불신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현 홍보수석을 두고 “대통령보다 더 보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소통 문제 지적한 매일신문, 중앙일보 기사
▲대통령실 소통 문제 지적한 매일신문, 중앙일보 기사

실제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최영범 홍보수석, 김영태 국민소통관장 등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출입기자는 최 수석에 대해 “임명 후 ‘보안앱’ 문제로 약간 논쟁적 반응을 보인 것 외에는 공식 브리핑 석상에 선 것을 거의 보지 못 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이 출입기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브리핑을 했던 것과 비교된다. 홍보수석이 출입기자들과 공식 석상에서 대면을 강화하고, 현안에 대해 적극 브리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들도 못 받는 사진자료, ‘매체 차별’ 호소도

출입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관장하는 국민소통관장도 공식석상을 잘 찾지 않는다. 기존 청와대 춘추관장은 비공개가 전제되긴 했으나 아침 티타임을 갖고, 기자실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의견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출입기자들에게 계정을 부여해 사진, 보도자료, 브리핑 자료 등을 공유했던 ‘e춘추관’의 존재가 꼽힌다. 청와대는 브리핑 관련 자료를 카카오톡 대화방에 먼저 공개한 뒤, 또는 비슷한 시점에 ‘e춘추관’ 홈페이지에 업로드했다. 출입기자라면 언제든 관련 자료를 다시 확인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공식화된 보도자료 배포 창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형태의 대화방이 전부이며, 특정 기간이 만료된 자료들은 다시 보거나 다운로드할 수 없다.

특히 ‘풀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들은 공식 행사 사진도 받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기자는 “브리핑 시간이 들쑥날쑥하고, 홈페이지가 없어 풀도 늦고, 사진의 경우 오전 행사인데도 밤 늦게 올라오는 등 문제가 많다”며 “사진은 통신사와 제휴가 안 돼 있으면 쓰지 말라는 것이나 같다. 이래저래 개선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자연스레 매체에 따른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도 이어진다. 이 기자는 “초창기에 윤 대통령과 대변인단 식사 자리에 기자 몇이 끼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이 항의한 일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메이저 언론’ 발언을 했는데 대변인들도 똑같이 생각하는 게 아니냐며 혀를 찬 기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국회를 방문했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뉴스버스’ 등을 통한 ‘고발 사주’ 의혹 보도를 겨냥해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출근길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출근길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직 대변인단 평가를 하기 이른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 바로바로 해명을 내놓기 어려운 한계도 거론된다. 한 기자는 “초기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는 이해가 된다. 아는 게 있더라도 대답을 잘 안 하는 건 어느 대변인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직 보여준 것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는 시점에서 예단은 이르다. (강 대변인이 동행한) 해외 순방 이후 여러 평가들이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그 역시 “현재 기자들은 기다려줄 시간은 있지만 두 가지 물음표를 갖는다. 원래 모르거나 말하지 못하는 지대(에 있는 것 아닌가)”라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한 출입기자는 “(도어스테핑은) 사택에서 출근하기에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인 것이지, 그 자체가 소통의 의지라고 보긴 어렵다”며 “깊이 있고 전문적인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정과제 문제를 준비해 실행하는지 국민이 그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전달돼야 한다. 나토(NATO) 순방 이후 늦어도 광복절 전후까지는 공식 기자회견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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