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27명 대기발령 감찰 조사 통해 진술확보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첩보고서 무단삭제 전자기록 손상죄
朴 “봉창두드리는 소리…지울 수 없어, 메인서버에 그대로 남아”
국정원 “검찰이 수사해야, 인사 문제 언급 못해”

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원장을 첩보보고서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해 파문이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공개한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면서 “메인 서버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지울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과거 개혁 이전 사람들이 다시 들어와서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지난 6일 “국가정보원이 자체 조사 결과, 금일(6일) 대검찰청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하여,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7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다.

국정원은 이 문자 공지에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 시킨 혐의 등으로 서훈 전 원장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 허위 공문서작성죄 등으로 고발하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지난달 1급 27명을 대기발령하고 고강도 감찰을 진행 중인 국정원은 이들로부터 박, 서 전 원장 관련 혐의에 대한 진술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3면 머리기사 ‘“난 한국 공무원, 구조해달라”… 박지원, 감청 확보하고도 배제 의혹’에서 국정원이 밝힌 박 전 원장 첩보 보고서의 무단 삭제 혐의를 두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9월 정보 당국은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는 취지로 북한군에 구조 요청했다는 감청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는 ‘계획된 월북’보다 ‘표류’ 쪽에 힘을 실어주는 첩보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국정원이 이같이 이씨 월북 가능성과 배치되는 대목들을 보고서에서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선일보는 박 전 원장의 공용 전자 기록 손상 혐의를 두고 “해수부 공무원과 관련한 전자 기록에도 손을 댔다는 뜻”이라며 “법조계에선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가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가 조직적으로 첩보를 ‘취사선택’ 했는지 여부가 혐의 입증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박지원 전 원장은 삭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나서 향후 진위 확인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원은 내부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진실 규명이 분명하게 이뤄질지 의문도 낳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박 전 원장은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첩보보고서 무단 삭제 주장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개혁된 국정원과 우리 직원들은 이런 짓을 안한다”면서도 “(개혁되기 전) 과거 직원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하던 짓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모든 첩보, SI 문서는 국정원이 생산하지 않고, 공유할 뿐”이라며 “그러한 몇 페이지 이런 것을 문건으로 본 적도 없고 또 제가 보았다고 하더라도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 박지원도 아니고 또 우리 직원들이 지금은 개혁돼서 국정원장이 부당한 지시를 하면 듣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제가 삭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은 메인 서버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도 삭제한 것이 없다는 말이냐’는 진행자 질의에 “할 수가 없다. 그렇게 지시도 할 국정원장이 아니다”라며 “지금 해임된(대기 발령) 1급 간부 27명을 고강도로 감찰해서 진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저한테 일언반구도 전화 한 마디도 없이 검찰에 고발한다. 이것은 법적으로도 틀렸고 전직 국정원장, 바로 직전 국정원장에 대한 예의도 없는 짓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입단속을 시켰다는 의혹에 박 전 원장은 “입단속도 한 적이 없다”며 “입단속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국정원 직원들은 보안 의식이 저보다 더 철저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나를 구조해 주십시오’라 쓰여 있는 부분은 삭제했고 월북하겠습니다라고 부분만 남겨뒀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박 전 원장은 “아니다”라며 “국방위에서 그러한 얘기가 나왔다. 그 해수부 공무원이 관등성명을 북한에다 얘기한 건 사실이고, 저도 그 얘기했다. 얘기하고 왜 삭제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제 것만 삭제하면. 남이 가지고 있는데. 국가 기관이 가지고 있는데. 또 국정원의 메인서버에 있는데 그런 바보짓을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전날 고발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그러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설 쓰지 말라, 안보 장사 하지 말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사람을 아예 뿌리 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7일 이 같은 반론에 “추가로 검찰에서 수사할 사안”이라며 “드릴 말씀이 없다. 확인해드릴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급 인사 27명의 대기 발령 후 감찰 조사를 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는 “정보기관 인사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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