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미디어 운동 시민미디어랩’
‘그들만의 리그’를 깨기 위한 시도, “소모임 100개 운영되길”

“저희의 담대한 꿈은 언론노조와 소통하는 언론 관련 소모임이 전국에 100개가 돌아가는 거다. 그러면 얼마나 행복할까.”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이 한 말이다.

지난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면서 언론단체들이 각자의 입장을 쏟아냈지만, 시민이 아닌 ‘단체들만의 입장’에 그친 면이 있다. ‘합산규제’ ‘재송신 수수료’ ‘결합판매’ 등 복잡하고 어려운 미디어 정책이 시민들에게 와 닿지 않아 이해관계자들만의 논의가 될 때도 많다.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언론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미디어 정책 제안에 반영하는 ‘시민미디어랩’ 운영을 시작한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과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과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시민미디어랩’은 언론시민단체나 유관단체 등에서 제안하는 언론미디어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언론정책을 만들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다. 언론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소모임을 만들겠다고 신청해 선정되면 소모임 활동비 100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관련 주제에 관해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정책 제안을 다듬기 위해 언론노조와 학계 전문가들의 코칭도 진행된다. 이후 정식 정책안을 언론노조에 제안하면 언론노조는 내년 2월 대의원 회의에서 정책 과제로 정식 채택해 이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언론노조는 ‘시민미디어랩 1기를 모집한다’며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올렸다. 언론에 관심 있는 만 19세 이상 시민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소모임 당 인원은 3~5명이다. 지원 기간은 오는 15일까지다. 오는 22일 공모 결과가 발표되면 29일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소모임 활동은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된다.

다음은 김동원 언론노조 실장과 김동찬 언론연대 위원장의 일문일답.

-‘시민미디어랩’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동찬=지난해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여러 연구나 공익지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결과물은 좋았지만, 언론단체들과 공동사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때마침 언론노조에서 올해 초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을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연대가 언론노조에 먼저 제안을 했고 본격적으로 2~3월에 논의를 시작하고 진행했다.

김동원=노동조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상은 조합원들이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다른 노동조합과는 다르게 공영방송 파업, 포털 뉴스 서비스 문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의 이슈 불거질 때마다 시민들에게 언론노조의 입장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조합 활동 범위가 좀 더 넓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이 언론노조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경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정책이 시민들과 괴리됐다고 느낀 건가.

김동찬=괴리가 있다기보다는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나 소통의 경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 댓글을 보거나 메일이 온다. 반면 시민단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입장에 관해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할 기회가 많지 않다. 언론 관련 정책의 경우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한계도 있다. 시민이 아닌, 이해관계들 중심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거다. 이런 상황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정작 시민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는 채널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동원=어떻게 보면 시민들은 언론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과 환경을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만큼 언론노조가 시민들에게 왜 이런 상황이 됐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자리가 없었다. 또 하나는 언론 시민운동이 단순히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

-참가자들은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까.

김동원=만약 기후위기를 소재로 소모임을 한다면 ‘왜 한국 언론은 기후위기 전담 부서가 없냐’고 물을 수도 있다. KBS·MBC·SBS처럼 규모가 큰 언론사들은 내부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제로 하는 활동이 뭐냐고 물을 수도 있고, 이를 제안할 수도 있다. 단순히 콘텐츠 비평이 아니라 언론 노동자가 현장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할 수 있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다.

방과 후 학교나 돌봄 문제를 미디어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고, 중요한 문제를 짚지 못한다는 지적을 고민하는 소모임이 있다면 언론노조에 돌봄과 교육정책에 대한 프로그램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청소년 인권교육이나 성소수자 교육 관련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는 언론 현장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필요성을 몸소 느끼긴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렇기에 소모임별로 제안을 해주시고, 우리의 제안이 방송사나 신문사 등 언론을 통해 바뀌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소모임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

김동찬=언론노조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안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해 언론노조에 던지면 언론노조가 어떻게 답변하고 실행할 건지 구조를 바꾼 것이다. 불만을 수렴하되 (단순 의견수렴이 아닌) 소모임 활동 방식으로 정한 이유는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는 것보다 공식적으로 의견수렴 전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소모임을 만들어 의견을 정교하게 다듬어 공식적인 정책으로 제안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반대로 저희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김동원=활동가나 명망 있는 지식인 등의 입장으로 좁혀지는 게 현 시민운동의 한계다. 이 소모임을 통해 시민들의 요구가 정교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 언론정책에 직접 반영이 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영향력의 확인’을 하려고 한다. 관행적인 시민운동인 성명서, 기자회견, 입법 활동 등을 벗어나는 것이다.

▲시민미디어랩 사업을 홍보하는 언론노조. 사진=언론노조 유튜브채널.
▲시민미디어랩 사업을 홍보하는 언론노조. 사진=언론노조 유튜브채널.

-시민들의 참여가 관건인 것 같다. 참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김동찬=사소하지만, 비용도 지원을 한다. 두세 명 모아서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언론노조에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고 해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 만남에 비용 들고, 장소도 필요하고,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한데, 이런 게 없는 상태다. 저희는 이런 것들을 지원한다. 언론에 관심 있고 불만이 크고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가진 분들이 모이셔서 활동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김동원= 기본적인 언론노조의 활동과 젠더, 교육, 지역, 기후위기 등의 주제를 잡으셨을 때 언론노조 정책자문위원이나 학자분들이 도와주기로 했다. 교육 절차를 마련해제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거친 면이 있다면 저희가 (다듬기 위해) 도와드린다. 방송사의 보도국장을 만나자고 하시면 만나러 갈 수도 있다. 독자들이 ‘왜 네이버에서 보이는 기사는 왜 이 모양이냐’고 하시면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지정주제는 ‘포털과 뉴스 그리고 개혁’, 자유주제는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김동찬=원래 자유주제로 하려고 했는데, 해마다 중요한 이슈들이 있었고, 시민들이 더 관심갖는 이슈들도 있었다. 언론노조도 어떤 정책에 관해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결정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수 있다. 매년 하나의 지정주제라고 표현했지만, 대표적인 의제 하나를 던져 드리면서도 어떤 주제든 이야기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다. 포털 뉴스 주제는 포털 뉴스에 관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았고 언론노조에서도 시민들의 의사가 궁금하기에 지정주제로 정했다.

-이번 사업으로 인해 예상되는 효과는.

김동원=노동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구분하지 않고 미디어를 접하고 있는 일상에서 작은 모임을 통해 시민들의 요구가 수렴되고, 노조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제안을 던졌을 때 방통위의 정책 등으로 현실화되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게 제일 필요하지 않나 싶다. 노조와의 활동을 통해 우리가 주장하는 대로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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