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배상 판결에 동아·한겨레 “론스타 관련 인사들 현 정부에 있어”
매경·동아, 당헌 고쳐 비상사태 만든 ‘국민의힘’ 질타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31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약 2900억 원과 지연 이자 약 185억 원 등 총 31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의 ‘외환은행’을 2003년 인수한 론스타가 2011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되파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을 지연시키며 매각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이에 2012년 11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제기한 것. ICSID는 론스타 측이 청구한 배상액 중 4.6%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액으로 결정했다.

ICSID의 배상 결정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취소 신청 등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1일자 아침신문들 1면.
▲1일자 아침신문들 1면.

1일 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모두 1면에 다뤘다.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은 투기자본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당시 금융당국의 실패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은 현 정부에 당시 직간접으로 이 사태에 연루된 인사들이 일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특히 한겨레는 당시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물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론스타 배상 판결에 동아 “한국적 관치 금융의 총체적 실패”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당시 김승유 회장이 이끌던 하나금융은 2010년 11월 말 4조6888억 원에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론스타에 은행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여러 차례 연기했다”며 “하나금융은 2011년 7월 인수계약을 연장하면서 인수 가격을 4조4059억 원으로 낮췄다. 금융위는 2012년 1월에야 매각을 승인했고 인수 가격은 최종적으로 3조 9157억 원으로 결정됐다”고 당시 매각 상황을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론스타의 ‘먹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 금융당국이 승인을 늦추면서 매각 가격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3100억원의 배상액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만큼 당시 금융위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특히 외환은행 매각 지연 과정에 한국 금융당국의 책임이 있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 맺지 않는 ‘관치금융’의 대가가 수천억 원대 배상금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일자 동아일보 4면.
▲1일자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무엇보다 2011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차례 승인을 연기한 부분을 문제 삼아 이번 배상액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아일보에 “하나금융 팔을 비틀어 인수 가격을 낮추도록 한 것은 국내법으로도 잘못된 것이다. 당시 금융감독 정책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한국 정부가 패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승인했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 정부의 경제팀 수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향후 책임론 공방에 따라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1∼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매각될 당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있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융위 부위원장을,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았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론스타 법률대리였던 김앤장 고문이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을 지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 자산을 3조원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으로 애초 우리나라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었다. 이를 속이고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자로 나선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며 “이번 사건은 자격이 되지 않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어이없는 결정을 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감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투기자본만 배불린 뼈아픈 사건이다. 매각 승인 지연 문제는 사태 수습 과정에서 파생됐다”고 주장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론스타 사태는 한국 금융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던 시절 투기자본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금융당국이 독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다. 문제가 생긴 뒤에도 매끄럽지 않은 정부의 일 처리, 전문성 부족이 이어져 막대한 세금이 나가게 됐다. 한국적 관치(官治)금융의 총체적 실패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현 정부에 있는 점을 짚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그사이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론스타와 관련해 중요 결정을 내린 이들 중 일부가 정부 핵심 포스트에 남아 있다. 다른 ISDS 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이어서 대응 체제를 정비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사태의 전말을 객관적으로 담은 백서(白書)를 만드는 등 철저한 반성을 통해 다시는 혈세가 축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공교롭게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론스타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련됐던 인사들이 현 정부에 포진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향후 국내 금융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는 “현 정부 고위인사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깊이 관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할 때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었다. 만약 이번 판정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구상권 행사와 함께 형사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매일경제는 “외국 투자자가 국내에서 얻은 수익이 정당하냐는 법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외국 기업의 이득을 먹튀로 폄하하는 일부의 정서에 휩쓸릴 경우 국익에 손해만 될 것이다. 국제신인도도 추락할 게 분명하다”는 내용의 사설을 쓰기도 했다.

윤핵관 2선 후퇴에 조선일보 “이준석도 처신 고민해야”

31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 최근 당 혼란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 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무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도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들이 2선으로 후퇴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최근 당 안팎에서 ‘권핵관’(권성동 핵심 관계자)과 ‘장핵관’(장제원 핵심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핵관의 분열 양상까지 더해지며 ‘당의 혼란상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1일자 한겨레 5면.
▲1일자 한겨레 5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로써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두 사람이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국민의힘 내분 사태와 국정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한 뒤 “권·장 두 의원은 정치에 처음 입문한 윤 대통령이 선거 캠프를 꾸리고 경선을 치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러나 대선 이후 인수위 출범, 내각 구성, 대통령실 인사 등의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특히 이준석 대표와 감정 섞인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사상 유례없는 집권 초 여당 내분 사태를 초래했다. 서로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주고받으며 양측 모두 국민 비호감이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석 달 동안 국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신들만의 권력 다툼에 빠져 허우적거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났으니 이준석 당대표에도 처신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도 큰 폭의 개편을 시작했다. 윤핵관이 추천한 직원들도 많이 떠났다고 한다. 이제 윤핵관과 맞서온 이 대표도 본인의 처신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 대표는 가처분 소송 승소로 자신에 대한 징계 및 비대위 출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명분을 얻었다. 여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엔 당대표의 책임이 크다. 윤핵관의 후퇴가 정부와 여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경제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든, 윤핵관이든, 이 대표든 여기서 더 분란을 만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경·동아, 당헌 고쳐 비상사태 만든 ‘국민의힘’ 질타

지난달 법원이 당이 비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수정해 비상사태를 만들어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칼럼에서 “정말 미안하지만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아깝다 싶다.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집권당은 ‘보이지 않는 힘’을 업고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지 못해 안간힘을 쓴다”고 비판한 뒤 “비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反)한다는 재판부 결정이 나왔다. 그러자 115명 의원 중 66명이 당헌·당규를 고쳐 진짜 비상사태를 만들자고, 그것도 박수로 정해버렸다. 이런 편법 탈법 꼼수에 ‘국민’의 ‘힘’이 언급된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이보다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당헌 7조 대통령의 당직 겸임 금지 조항에서 ‘금지’만 빼면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 당 총재직을 겸한다’로 바꾸는 거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기법에 따라 Chong Jae직이라 해도 누가 감히 문제 삼지 못한다”라고도 언급했다.

▲1일자 동아일보 칼럼.
▲1일자 동아일보 칼럼.
▲1일자 매일경제 사설.
▲1일자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이 아예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하다”고 비판하며 사설을 시작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원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퇴짜 놨는데도, 당헌을 바꿔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들겠다고 나선 걸 보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게 자명해보인다. 심지어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표결까지 생략한 채 그냥 박수로 당헌 개정을 추인한 건 반민주적이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결국 또다시 당의 운명을 법원에 맡겨야 하는데, 이처럼 출범 자체가 불확실한 비대위에 집착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사실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조차 없다. 성상납 의혹 무마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만큼이나 당내 분란 원인 제공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용퇴하면 될 일이다. 권 원내대표도 이미 새 비대위 출범 후 스스로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다. 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굳이 비대위 뒤에 숨지 말고 지금 직을 놓는 게 순리다. 새로 뽑은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당을 정상화하면 될 일이다. 권 원내대표가 용퇴하면 싸울 상대가 사라진 이 대표도 내부 총질을 멈출 수밖에 없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잇단 비대위 구성 꼼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