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②] 프랑스 니스마땅, “독자들에게 아이템 제안, 6주 취재하고 넷플릭스처럼 푼다”

[편집자 주]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우리의 질문은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에서 멈추게 되겠죠.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 연재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순서로 프랑스 니스의 지역 신문 니스마땅(Nice-Matin)을 찾았습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를 끼고 있는 니스는 특별히 ‘꼬뜨다쥐르(푸른 바다, Cote d'Azur)’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을 자랑한다.

이 지역의 유일한 일간 신문인 니스마땅(Nice-Matin)은 ‘니스의 아침’이란 뜻이다. 니스마땅이 소속된 니스마땅그룹(Groupe Nice-Matin)은 니스마땅과 모나코마땅(Monaco-Matin), 바마땅(Var-Matin) 등 인근 세 지역에서 일간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1000명, 발행 부수는 40만 부, 구독자는 온라인 포함 84만 명 정도다.

니스마땅은 2014년 경영부실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독자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회생 자금을 마련하고 독립 언론으로 거듭났다. 지역 기반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여러 언론사들의 벤치마크 모델로 자리 잡았다. 독자들에게 사전 설문을 통해 아이템을 제안 받고 팀장 포함 세 명의 기자가 하나의 주제를 6주 동안 취재하고 15건 정도 기사를 출고하는 시스템이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니스마땅의 유료 구독 서비스 가운데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니스마땅.
니스마땅.

취재를 앞두고 니스마땅 유료 구독을 신청하고 이런 저런 기사를 살펴보고 있는데 며칠 뒤 뉴스레터로 이런 설문이 왔다.

“솔루션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한 설문에 투표해 주세요.”

메일을 열어보니 세 건의 기사 아이템 후보가 있었다. 첫 번째 아이템은 “테러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였고 두 번째는 “15~24세 청년들의 우울증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세 번째는 “‘의료 공백(Docto Vide)’의 해법은 없을까”였다. 1주일 뒤 받은 뉴스레터에는 응답한 독자들 가운데 42%의 독자들이 세 번째 아이템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니스마땅의 솔루션팀은 하나의 주제로 한 달 반 동안 집중 취재를 끝낸 뒤 한꺼번에 기사를 출고하는데, 이를 농담 삼아 넷플릭스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제를 규정하고 여러 사례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면서 해법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의 빈지 뷰잉(Binge Viewing, 몰아보기)처럼 복잡한 사안을 한눈에 조망하고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니스마땅의 솔루션 섹션.
니스마땅의 솔루션 섹션.

‘의료 공백’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겪는 문제다. 이를 테면 니스 인근의 툴롱(Toulon)에서는 개업한 의사의 절반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후임자 없이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니스마땅의 기자들이 이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상이시도르(Saint Isidore)의 한 주민은 의사를 만나기까지 한 달 반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급박한 상황이면 예약 없이 만날 수도 있지만 역시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비다우방(Vidauban)에 있는 한 여성은 고관절 장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가장 가까운 병원이 25km 떨어진 곳에 있다. 게다가 남편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이 병원 응급실은 저녁이면 아예 문을 닫는다. 툴롱의 한 주민은 “완전히 버려진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니스마땅이 찾은 해법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를 테면 브리뇰(Brignoles)에서는 미래의 의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병원과 연계해 인턴십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인턴이 끝난 뒤에도 이 지역에 남게 만드는 게 목표다. 인턴으로 머무는 동안 아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턴을 끝내고 이 지역에서 개업한 한 의사는 “좀 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겠다는 열망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대가로 아이들 교육과 스포츠, 음악회 등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다우방은 인구가 1만3500명인데 1년 만에 의사가 7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나머지 3명의 의사들도 몇 년 안에 정년을 맞게 될 상황이다. 시청에서 9500유로를 들여 헤드헌터를 고용했지만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와 법인 차량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두 차례나 받았다고 한다. 시청에서 건물을 매입해 의료 센터를 운영하고 파격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스페인 출신의 안과 의사를 어렵게 영입하기도 했다.

도시의 병원들과 제휴해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의 병원들과 제휴해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

약사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툴롱의 한 약국은 원격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브르타뉴의 의사에게 원격 진료를 받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의사는 1주일에 두 차례 툴롱의 환자들을 만나는데 전체 일정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환자들이 내는 진료 비용은 4유로, 나머지는 100% 건강 보험이 적용된다. 니스마땅과 인터뷰한 한 약사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품을 구입해야 하는데 의사를 만날 수 없다면 이런 원격 의료가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아무래도 화면을 들여다 보면서 진료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청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네코버스(Gynécobus, 여성 버스)는 한국에서도 활용할 만한 아이디어다.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운행하는 이동형 산부인과 트럭이다. 15명의 산부인과 의사와 7명의 조산사가 일정을 나눠 지역을 커버하면서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 검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역 방문 일정은 3개월 단위로 사전에 공개된다. 원래 프랑스에서는 이런 이동형 병원이 금지돼 있는데 한 산부인과의 외래 환자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병원이 없는 지역을 찾아가는 이동형 산부인과 트럭 지네코버스.
병원이 없는 지역을 찾아가는 이동형 산부인과 트럭 지네코버스.

로야(Roya) 보건소도 대안 모델로 거론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7명의 의사가 숙직실에서 먹고 자는 교대 근무를 하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장-루이스 게츠타인(Jean-Louis Geschtein) 소장이 부임하면서 ‘의료 사막’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하고 근본적으로 근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합의를 끌어냈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사생활을 존중하되 협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육과 기술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6명의 개업의를 비롯해 물리 치료사와 간호사, 심리학자 등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부는 다른 지역에 직장을 두고 파트 타임으로 참여한다. 행정 업무를 돕는 코디네이터도 고용했다. 이런 활기찬 조직 문화가 인턴들을 채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은 역동적이고 짜릿합니다. 모든 모험의 핵심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솔루션 프로젝트는 꼬뜨다쥐르의 높은 집값과 비어있는 세컨드 주택에 대한 해법을 다뤘다. 다른 지역의 부자들이 휴가철 별장으로 쓸 용도로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1년 내내 비어있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지역 주민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휴가철이면 관광객들이 숙소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역설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공실 비율이 늘어나는 게 이 지역의 큰 문제다. 일부 지역은 세컨드 주택 비율이 70%가 넘어가는 곳도 있다.
공실 비율이 늘어나는 게 이 지역의 큰 문제다. 일부 지역은 세컨드 주택 비율이 70%가 넘어가는 곳도 있다.

주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 보트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 2개월 만에 지을 수 있는 팝업 하우스도 흥미로운 대안이다. 건축비가 1평방미터에 2000유로 정도 든다고 한다. 4만5000유로에 만들 수 있는 28평방미터의 이동식 주택의 사례도 소개됐다. 주택협동조합과 공동 주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직장은 이 지역에 두고 내륙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이탈리아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4000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비어있는 집을 다시 팔게 만드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주 정부는 3년 안에 비어있는 집의 절반 정도인 5만 호를 다시 시장에 내놓는 걸 목표로 잡고 최대 85%까지 재산세 부분 면제 등의 혜택을 제안하고 있다. OQP라는 비영리 조직도 등장했다. 비어 있는 집들을 찾고 소유주를 컨택해서 리모델링 제안을 한다. OQP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해결합니다.” 이를 테면 리모델링 작업에 4만2000유로의 비용이 드는데 2만3000유로를 OQP가 지원하고 임대료의 85%, 대략 월 780유로를 집 주인에게 돌려주는 조건을 제안할 수 있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비어있는 집인데 공짜로 리모델링을 하고 임대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OQP는 빈 집을 좋은 조건에 확보해서 임대를 하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지역 차원에서는 관광 수요를 해결할 수 있고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빈 집을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임대인을 찾아주는 비영리 조직 OQP.IO.
빈 집을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임대인을 찾아주는 비영리 조직 OQP.IO.

니스마땅 솔루션팀이 다루는 문제들은 하나 같이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실업에 맞서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실험했습니까”, “학교 왕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교통 소음을 줄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같은 주제들이다. 의미 있는 해법을 도출한 시리즈도 있지만 원론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친 시리즈도 많다.

요양원을 다룬 시리즈에서는 “노인들이 요양원을 싫어하는 건 요양원이 집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문제의 핵심은 결국 재원과 인력 부족이고 병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홈 케어를 권장하고 요양원 입소를 지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제안한 네덜란드의 ‘역 혼잡 통행료’도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도심 진입에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운전자들이 차를 두고 나올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하루 4유로, 한 달 40유로가 상한이고 5년 동안 1350만 유로의 예산이 책정됐다. 당장 교통량이 6%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습관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78%가 차량 이용을 줄였다고 답변했고 38%가 이를 위해 출근 시간을 조정했다고 답변했다. 이밖에도 카풀을 활성화하기 위해 카풀 전용 유료 주차장을 늘리고 카풀 전용 차선을 도입하는 아이디어도 소개했다. 10년 동안 자전거 이용자가 4배로 늘어난 보르도의 경험도 자세하게 다뤘다. 자전거 출퇴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2개월의 자전거 대여 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효과가 컸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절반 정도가 자동차 운전을 포기했다. 전기 자전거 보조금도 1인당 320유로까지 지원된다.

니스마땅 편집국.
니스마땅 편집국.

솔루션 에디터 소피 카잘스는 “여러 가지 해법이 작동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완벽한 해법을 찾기 보다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누가 이 문제를 더 잘 알고 있는지, 한계는 없는지 등등을 계속해서 묻고 더 깊이 들어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카잘스는 “해법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그 해법이 실제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실제로 구조를 바꾸고 확장 가능한 해법인지 검증하고 분석하면서 논의하고 그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니스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통역 도움 = 김경희.

※ 미디어오늘의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연속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니스 꼬뜨다쥐르.
니스 꼬뜨다쥐르.

“변화를 만드는 경험이 기자들에겐 최고의 동기 부여”
[인터뷰] 소피 카잘스 니스마땅 솔루션 에디터, “솔루션 기사는 구독 전환율이 2배”

니스마땅의 솔루션 섹션은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을 다루는 기사가 많지만 기후 변화와 실업,  주택, 이민자 등 지역 이슈에 한정되지 않는다. 팀장을 포함해 3명의 기자들이 팀을 이루고 있고 모두 여성이다. 다음은 지난 6월29일 니스마땅 대회의실에서 만난 솔루션 에디터 소피 카잘스(Sophie Casals)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니스마땅의 솔루션 저널리즘 조직을 설명해 달라. 몇 명이 한 달에 몇 건의 기사를 쓰나.
“솔루션 저널리즘을 전담하는 기자는 3명이다. 한 달에 30건 정도 기사를 내고 있다.”

- 기후 변화 이슈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 가뭄에 대한 해법을 다룬 시리즈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빗물이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실제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프랑스는 어떤가?
“해법을 모색하고 제안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끌어내려면 정치가 움직여야 한다. 심지어 법이 있어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 부족 문제의 원인이 지하수 고갈 때문이고 빗물이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끌어냈다면 실제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고층 건물의 용적률을 높이고 자연 녹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고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니스마땅 솔루션 에디터 소피 카잘스.
니스마땅 솔루션 에디터 소피 카잘스.

- 가장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어떤 건가.
“소개하고 싶은 기사가 정말 많지만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두 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는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가 보여주는 기사를 쓸 수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해법이 무엇인지 제안을 달라고 했더니 6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 50건을 선택해서 기사로 만들었다. 그 어떤 기사 보다 반응이 좋았고 실제로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버려진 농지에 대한 기사였다.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은 땅이 없는데 여전히 비어있는 농지가 있다.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비영리 조직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는데 농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이 열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1년 뒤에 후속 기사로 변화와 한계를 짚는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 이런 기사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나.
“솔루션 저널리즘 콘텐츠는 니스마땅이 쓰는 많은 기사 가운데 일부다. 그래서 솔루션 저널리즘 덕분에 구독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반적인 기사의 평균 체류 시간이 2분 정도인데 솔루션 기사는 6분이다. 유료 구독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일반 기사는 6% 정도인데 솔루션 기사는 13% 정도로 나타났다. 구독자 수도 중요하지만 충성 독자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문 조사를 한 적 있는데 응답자의 70% 정도가 솔루션 기사를 더 많이 다뤄달라고 답변했다.”

- 독자들에게 기사 추천을 받고 있다.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달마다 세 가지의 주제를 선택해서 정기 구독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어떤 기사를 다루면 좋겠느냐고 묻고 1주일 동안 투표를 한다. 구독자들은 뉴스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를 구독료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주제가 풍성해지기도 한다. 폭염을 주제로 취재를 하고 있는데 한 독자가 실내 주차장을 늘려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단순히 기사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해법을 찾는 새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편집회의에서 결정한다.”

새로운 솔루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독자들에게 아이템을 제안하고 투표로 결정한다.
새로운 솔루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독자들에게 아이템을 제안하고 투표로 결정한다.

-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은데 서너 명의 기자들이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나.
“솔루션 저널리즘을 전담하는 기자는 세 명이고 하나의 주제로 10~12건의 기사를 내보낸다. 깊게 파고 들지 않아도 되는 이슈는 그날그날 스트레이트로 다루고 좀 더 깊이 다뤄야 하는 아이템은 최대 6주 동안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 솔루션 팀은 세 명이지만 이런 접근을 편집국 전체로 넓혀가고 있다. 12개 팀이 있기 때문에 조금씩 이러한 실험을 확장하고 있는 과정이다.”

- 2014년의 경험을 이야기해 달라. 폐업 위기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7만 유로를 모금했고 유료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2014년에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헐값에 팔려나갈 상황이었는데 차라리 직원들이 회사를 매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니스마땅은 이 지역의 유일한 일간 신문이고 정기 구독자가 아니라도 애정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후원금이 쏟아졌고 법원이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회생 기회를 줬다. 37만 유로가 회사를 살린 건 아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동력이 됐던 건 사실이다.

니스마땅 솔루션팀을 이끌고 있는 세 명의 기자들. 오른쪽부터 Sophie와 Flora, Aurore.
니스마땅 솔루션팀을 이끌고 있는 세 명의 기자들. 오른쪽부터 Sophie와 Flora, Aurore.

- 솔루션 기사는 유료 구독자들에게만 공개된다. 많은 뉴스 기업들이 겪는 딜레마지만 경쟁력 있는 기사가 유료로 묶이면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지 않나.
“우리는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했다. 2015년에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유료 구독을 도입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뉴스를 읽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뉴스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무료 기사라고 더 많이 읽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새로운 독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니스마땅이 그동안 썼던 기사와 다른 기사를 디지털에서 실험하고 여기에서 젊은 독자들의 유료 구독을 끌어내는 전략이었다.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도 일부 기여하긴 했지만 1700명에서 시작해서 일곱 배 이상 정기 구독이 늘었다.”

- 구독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은 기사들이 따로 있나.
“우리 삶의 주변 이야기와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기사가 반응이 좋다. 구독으로 연결되는 비율도 높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 뿐만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기사를 만드는 게 우리 팀의 미션이다.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는 댓글이 많고 덕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댓글도 있었다.”

- 솔루션 저널리즘의 취재 가이드라인이 있나. 미국의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해법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고 결과와 한계를 풀어써야 한다고 한다.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미국에 솔루션 저널리즘의 사례가 많다고 들었지만 특별히 교류가 있는 건 아니었고 우리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수많은 고민과 실험을 거듭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때는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설명했다. 실패의 원인과 개선 방안, 한계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분 좋은 기사나 홍보 기사를 솔루션 기사로 부르지 않는다는 건 명확하다.”

-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 7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제 해결의 과정을 추적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  
“의미있는 변화를 끌어낸 기사도 있었지만 완결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후속 기사도 중요하다. 우리가 찾는 해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가, 다른 변수나 한계가 있는 건 아닌가, 계속해서 취재하고 검증한다. 만약 다른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기도 한다.”

-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기사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첫 번째 기사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두 번째 기사부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소개하면서 접근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해법에 이르렀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풀려고 노력한다. 기사 제목을 ‘어떻게’로 시작해서 ‘해야 하는가’로 끝나는 것도 우리 스타일이다.”

- 기자들 교육은 어떻게 하나.
“전통적인 방식은 문제를 드러내고 강조하지만 우리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30%, 해법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70%를 할애한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누가 이 문제를 더 잘 알고 있는지, 한계는 없는지 등등을 계속해서 묻고 더 깊이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시리즈 기사를 쓰면서 시민들의 반응을 담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지역 정치인들에게 압박이 된다. 우리가 쓴 기사가 실제로 변화를 만든다는 경험이 기자들에게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 다른 지역의 경험에서 해법을 찾기도 하나. 니스의 해법을 다른 지역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굉장히 많다. 보르도에서 공공 자전거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보도한 뒤 많은 독자들이 왜 우리 도시는 그렇게 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시작했다. 노인 빈곤 문제를 다루면서 덴마크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덴마크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늑대들이 양떼를 습격하는 경우가 많아 이탈리아의 경험과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도 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이 많고 접근 방식도 모두 다르다. 니스에서 찾은 해법을 서울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 많은 문제가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정치의 역할과 언론의 역할이 다르지 않나.
“정치의 역할이 큰 건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를 정치로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뭄의 해법으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녹지와 습지를 늘리자고 제안할 수 있지만 동시에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을 계속 늘려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그 판단을 하는 것 같지만 이들을 선출하고 이들을 압박하는 건 시민 사회의 영역이다. 언론은 이런 우선 순위에 대한 토론을 제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니스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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