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10일, 느닷없이 청와대가 ‘국민 품으로’ 왔다. 부자 감세와 복지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비판은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세금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싫은 대통령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실정에 대해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비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권력자를 중심으로 공간이 재편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대통령실 이전의 근거로 민주주의를 핑계 삼았지만 이전을 통해 민주주의의 강화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는 대통령실 위치만 바꾼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구성원리에 모든 사람을 포함할 때 가능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이후 시민과의 소통이 늘어나고 민주주의는 확대되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막혔고, 매일 아침 대통령의 출근길에 기자와 대담을 나누던 것도 사라졌다. ‘자유 민주주의’를 사랑한다는 대통령은 시민 곁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용산으로 이전하고도 청와대에 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낮은 지지율로 증명하듯 대통령은 시민과 더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 3월2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 3월2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애초 문제의 본질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위치가 아니라, 권력을 중심으로 한 차별과 배제를 전제된 구조에 있다. 시민을 협치 파트너가 아닌 통치의 대상으로 보며,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와 견고한 성별이분법에 따라 여성과 남성을 갈라세우고  ‘정상의 몸을 가진 시민’과 ‘비정상의 몸을 가진 시민’을 나눠 편가르기 한다. 권력을 기준으로 정의된 ‘정상’에 포함되지 않는 시민에게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최소한의 공간(대중교통, 공공화장실 등)조차 점유하고 이용할 권리가 박탈된다. 만약 다양한 정체성과 맥락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협치의 구조가 제도적으로 구축이 되어 있었다면, 용산이 아닌 청와대에서도 민주주의의 확대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윤석열은 공간에만 집착한 나머지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과도 같은 청와대를 거부하고도, 그 어느 대통령 때보다도 ‘제멋대로인’ 무능한 제왕적 대통령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느닷없이 개방된 청와대는 상징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는 듯 했지만 결국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하는 공간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청와대와 용산 대통령실이 재구성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두를 포함하는 디자인(Inclusive design)’ 또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을 도입해야 하고 집무실 앞 집회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이와함께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공간이 있는데 바로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갈 수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기에,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화장실의 설치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 changing places toilet (공간을 변화시키는 화장실). 사진=파미스 Pamis (영국)
▲ changing places toilet (공간을 변화시키는 화장실). 사진=파미스 Pamis (영국)

청와대 개방 이전에도 공개되어있던 공간인 사랑채의 경우에는 장애인 화장실을 비롯해, 가족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건물 앞에 시각장애인 점자안내판 등이 설치되어 있지만, 청와대 경내는 그렇지 못하다. 마치 장애인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어린이, 성별이분법이 불편한 사람들은 청와대에 들어올 일이 없는 것처럼 많은 공간이 성별이분법적이고 비장애인 성인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위터에서는 유아차 진입을 금지하는 청와대 내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청와대 개방 후 첫 일요일인 5월15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청와대 개방 후 첫 일요일인 5월15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와 ‘민주주의’를 위해 이전한 용산 대통령실에는 견고한 성별이분법과 비장애인 중심주의에 따른 화장실을 넘어서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를 전제하는 구조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결코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 없다. 중요한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 공간의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동시에, 다양한 정체성과 맥락을 가진 시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닌 협치의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최근 문화재청은 청와대에 화장실 신축 예산을 책정했다.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으로, 화장실 신축 이슈 역시 비용의 문제로만 다뤄지고 있다. 윤석열은 애초 대통령실 이전의 목적으로 내세운 ‘민주주의’를 핑계가 아닌 실질적인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다. ‘정상성’에 포섭된 권력자가 중심이 된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에서의 다수결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 화장실 신축은 민주주의 확대라는 애초 공간 재구성의 취지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어져야만 한다. 청와대부터, 그리고 대통령실까지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시작하는 것으로 공간 민주주의를 다시 제대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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