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하고 ‘기자 안해야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
인턴 경험자들, ‘언론사가 편의용으로 사용하는 소모품’일 뿐이라고 느껴
성희롱, 수직적 분위기…어린 나이에 경험한 인턴, 사회생활 부정적 인식도

“한 인턴이 아이템 발제, 취재, 리포트 구성까지 해서 단독보도로 나갔는데, 인턴은 그에 대한 보상에서 누락됐다. 팀은 사내상을 비롯해 외부 기자상까지 수상했다. 인턴은 바이라인은 올라갔지만 사내상이나 상금은 받지 못했다.” (언론사 인턴 경험자 A씨, 언론사 입사 준비중)

“기자들이 영업도 한다는 말을 소문으로 들었지만, 실제 잡지와 광고 영업을 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기자라는 직업과 괴리감이 느껴졌다.” (언론사 인턴 경험자 B씨, 언론사 입사 준비중)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언론사 인턴은 언론사 지망생들에게는 일종의 입사 ‘관문’이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갖게된 인턴 경험은 오히려 언론사 입사 준비를 그만두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턴을 하며 마주한 언론계의 현실과 인턴 기자를 대하는 태도는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며 생각했던 기자의 모습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언론사 입사 지원자 감소는 대다수의 언론사가 마주한 현실이다. 언론사 입사 전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거치는 ‘인턴’ 제도가 지망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지는 않았을까. 미디어오늘은 언론사 인턴을 경험한 11명(A~K씨)에게 인턴 경험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턴을 언론사의 ‘소모품’이라고 규정했다. 실제 기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생각해왔던 기자로는 살 수 없겠다’고 단념했던 인턴 경험자도 있었다.

‘인턴은 언론사가 편의용으로 사용하는 소모품일 뿐’

인턴으로 뽑힌 자신을 ‘언론사가 편의용으로 사용하는 소모품’일 뿐이라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사의 인턴제도는 미래 언론인들을 위해 취재 경험을 시켜주고, 교육을 시켜주는 명목으로 존재하는 제도다. 현재 언론사 입사를 준비중인 C씨는 “처음 인턴에 지원했을 때, 예비 기자로서 유용한 팁을 배우거나, 기자가 될 자질이 있는지 스스로 시험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의 기대는 면접 과정에서부터 무너졌다. 한 언론사 면접 중 면접관은 C씨에게 “일하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인턴을 하나, 주위에서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데 괜찮을 것 같냐”고 물었다. 면접관은 그 이유로 주로 하는 일이 다른 언론사 기사를 베끼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 C씨는 면접에 떨어져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인턴을 하려고 발버둥치며 들어왔는데, 결국은 언론사가 ‘인턴’이라는 이름을 무기로 지망생들을 조회수 얻는데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C씨의 말이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 D씨도 “대부분 언론사가 인턴에게 시키는 것은 이른바 ‘우라까이’(기자들의 은어로,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바꾸어 자신의 기사로 만드는 행위)”라며 “선배가 기사 링크를 공유해주면서 이런 기사를 쓰라고 지시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또다른 언론사 입사 준비생 E씨는 “뉴스 베끼기를 많이 해서, 내가 취직해도 이런 일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됐다”고 했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방치됐다’고 느끼기도 했다. 인턴을 많이 뽑아놨지만, 정작 인턴을 위한 체계도 없고 근무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직 기자인 F씨는 “인턴 당시 나를 너무 방치하는 것 같았다. 업무도 자의적이고, 인턴을 위한 체계가 하나도 없었다”며 “‘이럴거면 왜 뽑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인턴에게 물어보니 인턴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했다. 큰 언론사였는데도 이정도인가 싶어 ‘기자 안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반 회사 인턴을 하고 있지만, 언론사 입사를 포기하지는 않은 G씨는 “언론사 인턴 당시 근로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계약했는데, 당연히 오후 8~9시까지 대기를 시켰다. 수당도 챙겨주지 않았다”며 “그러고서는 회사가 인턴을 잘 챙겨주는 거라며, 이 정도 챙겨주는 언론사 없다며 자랑했다. 언론사 문화가 이런 것인가 충격받았다”고 했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 H씨도 “좋게 말하면 자율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워낙 인턴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사 인턴과 정규직 취재기자를 거친 뒤 지금은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I씨는 “회사는 인턴을 데리고 취재 현장 나가는 걸 가급적 피하려고 했다. 실제로 기사를 생산하는 취재 과정에는 개입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G씨도 “언론사 인턴 환경이 안좋다고 소문은 나 있는데 이름값 때문에 수요가 계속 있는 악순환”이라며 “인턴이 계속 들어오니까 언론사들도 인턴을 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희롱, 수직적 분위기에 ‘어린 나이에 경험한 인턴, 사회생활에까지 부정적 인식 생겨’

언론사 입사 준비생 J씨는 인턴으로 근무했던 부서의 최고참 선배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던 경험을 전했다. J씨는 “회식자리에서 옆에 앉아있었던 최고참 선배가 ○○역에 산다는 내 말을 듣고 ‘○○에 사는 어떤 여자가 뉴스 인터뷰하고 나서 유명해졌는데, 그 이유가 그 여자 가슴이 커서였다’라며 말과 제스처로 표현했다”고 했다. J씨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최고참 선배와 주변의 다른 선배들도 함께 웃었다. 공개적으로 성희롱을 당하는 것이 너무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시 너무 어렸고 사회 경험이 없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J씨는 “분위기상, 상사니까, 예의상 어른이니까 그 자리에 고스란히 같이 섞여 앉아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상황이 지나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괴롭다”며 “언론계 자체에까지 회의감을 느꼈다. 꿈을 가지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시기인데, 그 사건으로 언론사와 사회생활 자체에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고 했다. 

인턴 경험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운 수직적인 분위기도 지적했다. 인턴은 계약 관계와 평판조회 문화로 인해 더더욱 부당한 대우에 대응하거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종면접에 올라온 면접자의 자소서에 써있는 경력을 보고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면접자에 대해 묻는 ‘평판조회 문화’는 언론사 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관행이다. 

H씨는 “최종면접 때 이전 인턴했던 곳에 다 물어본다고 들어 기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 K씨는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던 부서에 발령받기 싫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지만 무시됐다. 인턴이라는 신분에 더해 추후에 나쁜 소문이 돌까 걱정돼 꾹 참으며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루하루 불안한 채용연계형 인턴 ‘어쨌거나 나는 떨어진 사람’

언론사 인턴 경험자들은 대다수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채용연계형 인턴제도에 대한 불안함도 털어놨다. D씨는 “최대한 성과를 많이 내고 좋은 이미지를 얻으려고 했었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합격을 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떨어진다면 다른 언론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시간도 날아가는 셈”이라고 했다. 

아울러 “언론사들은 채용연계형 인턴을 경력으로 쓸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타 회사에서 떨어졌다는 경험을 다른 곳에 가서 어필하기는 어렵다”며 “어쨌거나 나는 떨어진 사람인 것이다.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분석해야 하고, 그걸 극복해냈다는 설득력까지 가져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F씨도 “채용전환형 인턴보다 공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C씨는 “한편으로는 지망생들도 어쩔 수 없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인턴 환경을 다 알면서도 공고가 뜨면 지원해보고, 기사를 베껴쓰면서 자괴감이 들어도 자소서 한 줄 채우려고 참고 일한다”고 했다. 동시에 “언론 환경 자체가 기사의 질이나 기자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과는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인턴으로 하고 있는 일이 기자가 된다고 크게 달라질까하는 걱정도 든다”고도 했다. 

D씨는 “일하는 동안 기사 쓰기 프로그램을 몇 시간 동안만 알려주고, 기본적인 기사 형식에 대한 교육도 이틀 정도 받았다. 이 정도 교육도 안해주는 언론사도 많다고 들었다”며 “인턴이 몇 개월만 일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일하는 동안 해당 언론사의 이름과 바이라인을 걸고 나가는 만큼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인터뷰이 11명 중 1명은 현직 기자, 8명은 언론사 입사 준비생이다. 1명은 언론사 입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택했고, 1명은 일반 회사 인턴으로 근무 중이지만 언론사 입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다수는, 인턴 경험에서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원래 다 그러니까 이 정도는 견뎌야지”(D씨)라는 자조 속에 언론사 문을 여전히 두드리고 있다. 

B씨는 “언론사가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기자들이 영업활동 하는 것은 이해한다”며 “이런 현실을 알지만, 끊임없이 사회 문제를 알리는 모습을 보며 기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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