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3] [지상중계] 세계뉴스미디어총회, “새로운 것만으론 뉴스가 되지 않는다”

[편집자 주]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세 번째 순서로 9월28일~30일까지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리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의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가 “Journalism Matters(저널리즘이 중요하다)”였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세계적으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이 소중하다)” 운동이 확산됐던 것처럼 2022년 현재는 여론의 왜곡과 허위 조작 정보의 범람에 맞서 저널리즘의 복원이 시대적 과제라는 의미다.

총회가 열린 9월28일은 마침 세계 뉴스의 날(World Day of News)이었다. 진실을 찾는 노력이 폄훼당하고 저널리스트들이 공격을 받는 현실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저널리즘 본연의 사명과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인데 2022년 9월 한국 상황을 돌아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 총회에는 500여 언론사에서 10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참석했다.

▲ 9월28~3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진행되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2 현장.
▲ 9월28~3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진행되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2 현장.

 

첫날 프로그램에서 가장 흥미로운 세션은 아스펜디지털(Aspen Digital)의 비비안 실러(Vivian Schiller) 사장과 로이터의 알렉산드라 갤로니(Alessandra Galloni) 편집국장의 대담이었다. 비비안 실러는 뉴욕타임스 부사장과 미국의 공영 라디오 NPR 사장을 거쳐 트위터 뉴스 총괄 사장을 지냈다.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의 알렉산드라 갤로니는 170년 역사의 로이터에 첫 여성 편집국장이다.

실러가 “아직도 유럽에 현재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믿을 수 없다”면서 “언론이 언론을 공격하는 상황”이라고 말하자 갤로니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처음 기자 생활을 하면서 배우는 것은 사실과 진실이 다르고 사실을 추적하면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에 만든 ‘신뢰의 원칙(The Trust Principles)’을 아직까지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온갖 선전과 선동, 공격이 난무하던 시절, 언론이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 끝에 만든 원칙이다.

실러가 “철저하게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언론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지만 좀 더 보완하자면 누구의 이야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갤로니는 “훌륭한 뉴스 조직이 되려면 세계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소속돼 있고 각각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다양성을 반영하고 진실을 찾기 위한 검증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러가 다시 “진실이 공격 받는 상황에서 다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자 갤로니는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새롭다고 해서 뉴스가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정보가 독자들과 연관성을 갖는가, 이 뉴스가 그들에게 왜 중요하고 그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갤로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저널리즘의 책임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세계뉴스미디어총회는 세계뉴스발행인협회(WAN-IFRA, World Association of News Publisher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Newspaper Publishers)에서 주관하는 미디어 이벤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열린 주요 미디어 컨퍼런스와 마찬가지로 올해 총회는 디지털 전환과 구독 모델 등 뉴스 비즈니스의 수익화 방안과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의 연계, 다양성과 포용 등 콘텐츠의 혁신 등의 주제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는 뉴스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이나 다양성과 관련한 세션이 늘어난 것이 눈길을 끈다.

▲ 9월28~3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진행되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2 현장.
▲ 9월28~3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진행되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2 현장.

 

미디어 경영자 세션에서 토론자로 나선 카를로스 뉘네즈 무리아스(Carlos Nunez Murias) 프리사(PRISA) 미디어그룹 회장은 “많은 뉴스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지만 핵심 원칙은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리아스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지하고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맞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 못지 않게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독자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탐사저널리즘협회 커뮤니티 오거나이저인 쉬리시 쿨카르니(Shirish Kulkarni)는 컨스트럭티브(cunstructive, 건설적인) 저널리즘과 함께 솔루션(solutions) 저널리즘과 성찰적(reflective)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쿨카르니는 “저널리즘의 책무는 사람들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의 삶에 관련이 돼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는 독자들을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 디렉터를 맡고 있는 피비 코넬리(Phoebe Connelly)는 “독자들에게 우리 기사를 읽어달라고 하지 말고 우리가 찾아나서야 한다”면서 “독자들이 뉴스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쿨카르니는 “모두가 신뢰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내일부터 신뢰할까요? 이런 식으로 되지는 않는다”면서 “빠른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날 총회에서 최고 영예의 황금 펜(Gold Pen)상을 받은 폴란드의 가제타비보르차(Gazeta Wyborcza)는 독재와 포퓰리즘에 맞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언론이다. 1989년 창간 모토는 “연대 없는 자유는 없다(There is no freedom without Solidarity)”였다. 실제로 이 신문은 독재 정권에 맞서는 여론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정부 통제를 벗어난 최초의 자유 언론이 됐다. 가제타비보르차는 폴란드 말로 ‘온라인 신문’이라는 의미다. 일찌감치 구독 모델을 실험했고 유료 구독자가 29만 명에 이른다. 영국을 빼고 유럽 전역에서 구독자 수로 5위 신문이다.

가제타비보르차의 편집국장 표트르 스타신스키(Piotr Stasinski)는 수상 소감에서 옛 소련의 오래된 농담을 소개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한 남자가 전단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달려와서 수갑을 채웠죠. 전단을 모두 압수하고 보니 아무 것도 없는 흰 종이 뭉치였습니다. 경찰이 물었죠. ‘이 바보야, 아무 것도 없잖아.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지?’ 그러자 남자가 말했죠. ‘굳이 뭐하러 쓰나요? 모두가 알고 있는데 말이죠.’”

스타신스키는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 시대가 있었지만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다시 권위주의가 군림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헝가리와 슬로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의 자유 언론은 공산주의 시대에 버금가는 고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스타신스키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정말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뉴스 회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합니다. 그게 안전하고 편하니까요. 우리의 책무는 이런 파괴적인 현실에 맞서는 것입니다. 힘든 싸움이지만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검열에 맞서고 여론 장악에 맞서야 합니다. 권위주의 정권은 자유 언론을 억압합니다. 사람들을 뉴스에서 멀어지게 만들죠.”

폴란드에서는 공영 언론을 무력화하고 프로파간다 언론과 로열리스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소수자나 이민자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있다. 가제타비보르차 역시 100여 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도 유럽 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이른바 ‘폴렉시트’를 부추기는 언론이 늘고 있지만 선전과 선동이 넘쳐날 뿐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스타신스키는 “건강한 저널리즘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론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과 정치적 양극화, 허위 조작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우리의 사명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제타비보르차는 2018년부터 가제타비보르차 재단을 만들어 동유럽의 독립 언론을 지원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재단 이사회 의장 조안나 크로직(Joanna Krawczyk)은 “우리는 두 가지를 증명했다”면서 “첫째, 억압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둘째, 독립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르차 재단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주요 신문사에 48톤의 신문 용지를 전달했다. 스웨덴 정부 보조금을 받아 50여개의 우크라이나 언론사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고 이 덕분에 15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이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한다.

▲ 9월28~3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진행되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2 현장.
▲ 9월28~30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진행되는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2 현장.

 

뉴스의 연관성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크로직은 “정치적인 양극화가 어떻게 사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중요한건 대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독자들을 연관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독립 언론 퀸트의 설립자 리투 카푸르는 “인도 사회의 여론 양극화 가운데 가장 심각한 건 힌두가 이슬람에게 공격 받고 있다는 거짓을 퍼뜨리는 것”이라면서 “레거시 미디어가 프로파간다 머신이 돼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독립 언론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우리가 배운 교훈은 우리 자신의 편견을 돌아보고 그런 똑같은 덫에 걸리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독자들을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카푸르는 “핵심 가치에서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신뢰를 깎아내리려는 시도에 맞서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해야 한다”면서 “허점을 남기지 않아야 하고 독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모든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신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마르첼로 레크(Marcelo Rech)는 “자유 언론에 대한 공격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셜 미디어의 도구화와 언론인들에 대한 공격, 분열과 양극화를 조장하는 권력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기후 변화 이슈로 글로벌한 합의를 이룬 것처럼 허위 정보에 대한 국경을 넘는 연대와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디렉터 에디드리안 몽크(Adrian Monck)는 “사실 기반의 저널리즘이 잘못된 정보를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과 공개적인 토론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의제를 설정하는 게 저널리즘의 핵심 책무”라고 강조했다.

사실만으로 진실이 구성되지 않으며 실체적인 진실을 전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게 이번 총회의 핵심 문제의식이었다. 저널리즘의 총체적인 위기 앞에 뉴스 비즈니스의 위기는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였다. 후속 기사에서 다루겠지만 여전히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고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뉴스 회피 현상 역시 관성과 관행에 젖은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일 뿐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가 희석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 미디어오늘의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연속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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