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혐중의 색안경을 벗고, 중국을 올바로 보기 위한 팩트체크 방법론

▲ 중국 국기. 사진=gettyimagesbank
▲ 중국 국기. 사진=gettyimagesbank

“팩트로 혐오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28일 열린 ‘혐중의 색안경을 벗고, 중국을 올바로 보기 위한 팩트체크 방법론’ 토론회(언론개혁시민연대·팩트체크넷 주최)에서 참석자들은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가 한중간 갈등을 확산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오원춘 사건’을 중심으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원춘 사건’은 2012년 경기남부에서 오원춘이 퇴근하던 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범죄의 잔혹성과 피의자가 ‘조선족’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수많은 언론보도가 양산됐다. 

▲28일 오후 열린 토론회 모습. ⓒ윤유경 기자 
▲28일 오후 열린 토론회 모습. ⓒ윤유경 기자 

문화일보 ‘조선족의 잔혹 살인…경찰은 13시간 헤맸다’(2012.4.4) 같은 기사가 일례다. 서울신문은 칼럼(2012.4.10)에서 “반조선족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족 범죄가 늘어나고 수법 또한 날로 흉포해지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고 적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조선족에 의해 발생한 범죄 사건을 함께 거론하거나 부각시키는 보도도 있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오원춘이 ‘인육’을 즐겼고 그것이 중국의 그릇된 문화라는 허위정보가 퍼졌다. 괴담 자체를 기사화하며 공포심을 부추기는 보도들도 상당했다. 특히,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조선족이 인육캡슐을 유통시키는 중간상의 역할을 했다고 취재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틀에 걸쳐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권순택 사무처장은 범죄사건을 보도할 때 재발방지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정 집단을 부각시킬 때 문제가 드러난다.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다양한 삶에서 ‘범죄’가 과대표 될 때에 나타날 부작용을 늘 염두에 두고 보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범죄사건을 보도하며 잔혹성을 부각시키는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에게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집중되는 이유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유독 중국 국적의 조선족에게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인 조영관 변호사는 한국에 중국 국적 외국인의 절대적 체류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영관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208만명 중 중국 국적 외국인 숫자가 80만명이다. 그 중 7~80%가 조선족”이라며 “가장 다수의 집단이 가장 오래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에 노출되어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이주민 집단은 그냥 공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동포들은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낮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며 “결국 (거주가) 장기화되는 이주민들이 경험하게 되는 선행적 차별을 중국 국적의 조선족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언론이 중국을 두텁게 읽어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유학을 다녀온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는 “국내 언론들이 중국의 매체 환경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 취재에 대한 투자와 다각도의 검증을 통해 중국 뉴스를 전하지 않으면 결함은 해소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사진=윤유경 기자.
▲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사진=윤유경 기자.

아울러 “2019년 기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9억400만 명으로, 이들의 생각과 세계인식은 세대별‧연령대별로 매우 다양하다”며 “소셜미디어상에 게시된 몇몇 화제성 글만으로 14억 중국인의 여론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자가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해 보도하느냐에 따라 14억 인구의 여론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국외 여론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더 많은 민간 취재원을 확보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국내 언론은 애국주의 인터넷 집단에게 과도한 대표성을 부여한다”며 “이들의 극단적인 견해가 중국의 주류적인 여론으로 인식되면서 그들의 주장은 한국에서 실제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중국의 여론을 전하는 언론은 인터넷 공간을 넘어 중국 민간의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취재원과 경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하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는 “중국에 대한 보도만이 아니라, 한국언론이 세계를 보는 시각은 비슷하다”며 “혐중을 극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 자체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는 “한국사회 자체가 ‘사회’에서 ‘정치’가 나온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가 ‘정치’의 식민지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사회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진영에 따라 증폭되고 있다”며 “그러면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 중 하나가 혐중이다. 이런 큰 문제의식을 갖고 혐중담론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은하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박은하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중국에서 태어나 현재 한국에서 7년째 살고있는 박동찬 이주인권활동가는 “지나치게 엽기적이고 극단적인 중국의 사건에 대한 보도가 아닌, 언론의 관심을 다양한 분야로 넓혀줬으면 좋겠다. 한중 양국민이 서로의 생활을 두텁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왜 중국이 저런 행동 양식을 취하고, 저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쳐줬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족에 대한 혐오표현이 쟁점이 된 영화 ‘청년경찰’ 소송에서 중국동포들을 대리했던 조영관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며, 중국 동포분이 ‘한국에 있는 조선족들을 법원에서 구성원으로 인정해줬으니, 우리도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셨다”며 “공공이나 제도에서 이주민들을 베제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줘야 사회에 대한 책임성,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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