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들 사이의 대리전, 피해는 다수 시민될 것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을 일컫는 수식 중에 ‘IT 강국’이라는 호칭이 존재한다. 본래 ‘IT 강국’이라는 표현이 처음 붙기 시작한 것은 빠른 속도로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망’ 덕분이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전화용 회선과 병행으로 사용하던 모뎀 기반의 PC통신을 개량하는 ISDN 규격으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ISDN 규격을 거의 뛰어넘다 시피하며 빠르게 ASDL-VDSL 규격을 거쳐 흔히 ‘광랜’이라고도 부르는 FTTx 규격의 인터넷 서비스를 상당히 이른 시기에 실시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속도도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 이전에 익히 ‘선진국’이라 인식하던 국가들에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즐길 수도 있었다. 물론 한국이 이들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국토의 면적이 작은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초고속 인터넷의 속도와 인프라’라는 분야에서 기존의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키우는 요소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넥슨 등을 비롯한 IT 기업의 등장, 스타크래프트를 위시한 e스포츠의 형성이 겹치며 자연스럽게 ‘IT 강국’이라는 말은 정부는 물론 한동안은 민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식이 되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IT 강국’이라는 수식은 이미 반쯤은 한국의 IT 상황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표현법으로 전락된지 오래다. 물론 완벽하게 한국의 IT 인프라나 환경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유선은 물론 무선 통신에 접속 가능한 인프라도 여전히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준수한 편을 기록하고 있으며, IT 산업의 생태계도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는 자랑스러운 수식으로 여겨졌던 ‘IT 강국’이라는 표현이 점차 무뎌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 IT 환경이 놓인 어떤 모순과 한계가 만든 결과이다. 산업의 규모는 분명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모자랄 것이 없지만, 이를 감싸는 정책이나 질적인 환경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점차 모순과 피로함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이는 반증이다.

▲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사업자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인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wikipedia
▲ 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사업자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인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wikipedia

망사용료도 수도나 전기처럼 데이터에 비례해 지불?

2022년 들어 다시 불거지고 있는 ‘망 사용료’(Network usage fee) 논란은 이 모순이 조금씩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수도나 전기 같은 필수적인 인프라 공급망이 그러하듯, 인터넷의 연결망 또한 구축하고 관리하기 위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지속인 인프라의 구축과 관리, 유지 보수를 위해 수도나 전기 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이들에게 요금을 징수하듯, 인터넷 연결망을 통해 사업을 하는 회사들도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초고속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사에게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인터넷 요금은 바로 이를 위해서 지불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망 사용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개념이다. 앞서 설명한 ‘인터넷 요금’은 인터넷망에 속도와 기준 일정한 조건의 서비스를 보장받고 접속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면, 근래 논란이 제기된 ‘망 사용료’는 인터넷망으로 일정한 용량 이상의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에 매겨지는 과금이다. 마치 2000년대 이전 PC통신 시절이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패킷 단위의 과금이 지배적이었던 2000년대까지의 무선통신 인터넷의 과금 체계와도 비슷한 요소가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수도나 전기가 이미 그런 것처럼, 인터넷을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것이 매우 당연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인터넷 접속에 대해 ‘쓴 만큼 돈을 내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해진지 오래다. 무선 인터넷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비싼 ‘무제한 요금제’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이동통신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이 일정한 용량을 초과하면 접속이 제한되거나 매우 느린 속도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정액제가 보편화된 유선 인터넷 역시도 기가비트 이상의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원활한 속도 보장과 유지 보수를 이유로 각 통신사마다 일정 기준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접속 속도를 낮추는 것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매달 납부하는 통신 요금 고지서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올지라도, 돈이 없는 이들이 최대한 전기나 물을 아끼듯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인터넷 접속을 아끼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 ‘망 사용료’를 곧바로 정당화시키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구석이 인터넷에 존재한다. 인터넷망은 전기나 가스처럼 단순히 소비자가 단방향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쓰기도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 내가 손을 대어 만든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어떤 인터넷 콘텐츠는 자기 혼자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보고 잊힐 수도 있지만, 다시 어떤 인터넷 콘텐츠들은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전세계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전파될 수도 있다. 인터넷의 중요한 특징인 ‘쌍방향성’은 이렇게 같은 인프라라도 물리적인 인프라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통신사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업체나 개인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사용한 데이터에 비례하여 망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단순히 ‘수도나 전기처럼 인터넷을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것이 맞다’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아니게 된다. 이것이 망 이용료 논란의 핵심이다.

▲ 유튜브(구글코리아)가 페이스북에 낸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촉구 광고
▲ 유튜브(구글코리아)가 페이스북에 낸 망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 촉구 광고

다국적 IT플랫폼 회피 막는 이유로 ‘망사용료’ 도입 정답인가

인터넷 망을 관리하는 업체, 즉-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분명 사람들이 사용하는 데이터의 총량이 늘어날수록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데이터의 이용량이 늘어날수록 인터넷 서버의 안정성은 저하되고, 이를 버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수한 이용자들이 무수한 데이터를 사용해도 끄떡없는 수준의 서버와 인터넷 회선의 구축이 요구된다.

통신사들이 겪는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쉽게 일어나기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로 ‘인터넷 사용량 만큼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인터넷 종량제’ 논란은 물론, 2010년대 후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할 시기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의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연방통신위원회)가 잠시 ‘망 중립성’(Net neutrality, 2000년대 초반 주창된, 인터넷 사용자 모두가 데이터 사용량에 상관 없이 요금 등에 있어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골자로 미국 등 주요 국가 인터넷 정책에서 자리잡은 규칙)을 폐지하여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에서야 다시 해당 규칙이 부활한 사건도 있었다.

특히 2010년대부터 ‘망 사용료’의 문제는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잊을만 하면 계속 점화되는 상황이 되었다. 2010년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플랫폼은 물론 유튜브나 틱톡을 비롯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 그리고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플랫폼이 모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시기이다. 그리고 이들 플랫폼들은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용자들이 방문하며, 기하급수적인 데이터 사용이 이뤄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국가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통신사들은 이전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동시에 인터넷망 관리의 부담을 외부에 넘기기 좋은 ‘망 사용료’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었지만, 거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플랫폼의 등장은 더욱 이러한 주장에 힘을 주기 좋은 형국을 만들었다. 구글 등의 다국적 IT 플랫폼 기업이 세금 제도의 빈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세금 납부를 꺼린다는 사실이 매년 보도되기 시작한 것도 더욱 IT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들며 ‘망 사용료’의 정당성을 늘리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니 다국적 IT 플랫폼의 회피를 막겠다는 이유로 ‘망 사용료’를 도입하는 것이 정답인가.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자본의 매우 기민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임는 것을 망각하는 순진한 결론이다. 망 중립성의 유지와 망 사용료의 도입 사이에서 많은 국가들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몇몇 통신사들은 특정 요금제나 부가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특정 플랫폼 서비스의 데이터 사용료를 무료로 하는 움직임이 불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의 등장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용자가 부가 서비스에 일정한 요금을 지급하는 것을 대가로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플릿폼을 데이터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좋아보일 수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특정 통신사가 제공하는 특정 요금제/부가 서비스에 가입하여 특정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거꾸로 데이터 걱정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됨을 뜻한다.

IT 플랫폼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통신사의 모든 행위가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타국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게 된 ‘제로 레이팅’ 서비스는 IT 플랫폼과 통신사의 적극적인 결합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서비스이다. 통신사가 지니는 통신망 유지의 부담은 분명 현존하는 문제이지만 ‘제로 레이팅’은 이 부담을 결국 최종적으로는 IT 플랫폼도 통신사도 아닌 최종적으로 통신사를 통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에게 지우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상이다. 통신사에게도, IT 플랫폼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철저히 자신들의 자본 이해 관계에 충실한 조직이기도 하다. 망 이용료에 대한 논란을 단순히 이 둘 사이의 ‘파워 게임’으로만 풀어서는 결코 사회 전반에 이로운 방식으로 풀릴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상황이 되었다.

▲ 이동통신사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 이동통신사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트위치, 갑작스러운 해상도 하향 선언 논란

그리고 그 여파는 2022년 한국에 서서히 닥치고 있다. 문제의 씨앗은 이미 전부터 있었다. 2018년부터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에게, 2020년부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두 소송의 맥락은 각자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망 이용료’를 별도로 통신사에 납부하는 것이 부당함을 이유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의 소송은 2심까지 페이스북이 승소한 상황이며, 반대로 넷플릭스의 소송은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한 상황이다.

두 건의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여럿 발의되었다. 그러자 상황은 이제 다른 국면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구글 산하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지난 9월부터 정보 시민운동 단체인 ‘오픈넷’이 진행하는 ‘망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방대한 망 사용료 반대-망 중립성 정착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유튜브 한국 지사 차원의 광고를 빼곡하게 게시하는 것은 물론, 광화문이나 강남 등 번화가의 지하철이나 외부 광고까지 계약하며 캠페인에 나서는 상황이다. 유튜브의 해당 캠페인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한국 콘텐츠의 국제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음을 강조하며, 망 사용료 법안은 향후 유튜브의 한국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월 29일, 한 다국적 IT 기업의 공지 하나가 한국의 인터넷 세계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 문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게 된 아마존 계열의 IT 업체 ‘트위치’(Twitch)가 9월 30일부터 한국 한정으로 실시간 방송의 최고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조정한다는 공지였다. 720p는 간단하게 풀어 설명하면 ‘HD 화질’의 최소 해상도이다. 근래 조금씩 보급되고 있는 UHD-4K 화질은 물론, 2010년대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된 풀HD 규격(1080p)의 화질에도 미치지 않는 화질이다. 720p의 화질도 분명 HD 규격에 해당하니 완전한 최악의 해상도는 아니지만, 이미 대다수 인터넷 사용자의 눈이 풀HD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720p의 해상도는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 게다가 트위치를 통해서 자주 이뤄지는 게임 방송의 경우, 이미 게임의 기준 해상도가 서서히 4K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더욱 해상도에 대한 불만이 폭증할 수 밖에는 없게 되었다.

트위치의 갑작스러운 해상도 하향 선언은 유튜브의 전방위 캠페인 이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그동안 망 이용료-망 중립성 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조금씩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몇몇 이들은 어떻게든 9월 30일 이전의 1080p 해상도로 트위치를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우회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인터넷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구글, 그리고 아마존-트위치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망 사용료 의무화 움직임에 반기를 내건 만큼 앞으로 이 논란은 쉽게 종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트위치 로고
▲ 트위치 로고

자본들 사이의 대리전, 피해는 다수 시민될 것

물론 앞서 설명했듯 이 문제는 결국 인터넷 망,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모두 개입되어 있는 사안이며 장기간 전개되고 있는 전세계 공통의 논쟁거리라는 점에서 결코 쉽게 끝이 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애초에 아니었다. 그러나 단순히 이 문제가 한국에서 더욱 격화되고 있는 것은, 결국 기업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넘어 IT 전반에 있어 하나의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한국은 적절한 시기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때맞춰 IT 영역의 기업이 성장하며 ‘IT 강국’이라는 조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IT 강국이라는 수식과 달리 갑작스럽게 커진 덩치의 영역이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원칙은 거의 정립되지 않았다. 계속 ‘IT 강국’을 말하고 나아가 ‘K-콘텐츠’를 운운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선은 계속 ‘산업 규모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90년대부터 계속 논란이 되었던 정부의 인터넷 콘텐츠의 원칙 없고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통신 심의 문제부터 시작해, 통신사나 IT 플랫폼의 이해 중심적인 행보가 무수한 비난을 듣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음에도 한국 정부의 IT 정책은 산업 위주의 시선에 그대로 머물렀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한국 정부는 진보네트워크센터나 오픈넷을 비롯한 정보 운동 진영이나 실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책의 기준이나 방향을 세우는 일도 없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자본들 사이의 대리전이며, 다시 그 대리전으로 인해 멀쩡하게 이용하던 서비스를 하루 아침에 서비스 품질이 저하된 채로 이용하게 되는 다수 시민들의 피해이다. 통신사나 IT 플랫폼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단순히 이 둘 모두의 이해 관계를 맞추는 식으로 움직임을 방치한다면, 결국 이들의 이해를 만족하며 충실한 이윤을 거두기 위한 제물로는 이용자들이 선택을 당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직접적인 유관 기관은 물론 정부는 언제나와 같이 소극적인 움직임에만 머물고 있다. 말로는 ‘IT 강국’을 운운하지만, 공공성과 시민을 생각하는 정책의 부재와 정책 참여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가 없는 상황의 지속은 결국 누군가의 자조대로 ‘인터넷 속도만 빠른 국가’라는 이야기를 더더욱 현실로 만들게 되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