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에서 예산안 승인한다는 말 쓴 적 있나” “쓸 수도 있다”
헌법상 ‘예산안 심의 확정 또는 의결’이라 표현, 승인이란 표현 없어
“그럼 윤 대통령이 미국 상대로 한 발언이란거냐” “국민 상식과 귀가 있다”
“×× 들은 기억 없다” vx“왜 양심이 없느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중 비속어 논란 발언의 진실을 두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 그 배경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이 ××들이 국회에서 예산안을 승인 안해주면~’이라고 한 발언 가운데, 예산안의 ‘승인’이라는 표현이 쟁점이 됐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 확정 또는 의결하도록 명문화돼 있을 뿐 국회가 예산안을 승인한다고 돼 있지는 않다. 이를 빗대어 박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박 장관이 ‘그럼 미국을 상대로 한 발언이라는 거냐’고 반문하자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상식과 귀가 있다’고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외교통위원회 소관 외교부 국정감사 오후 마지막 질의에서 ‘윤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이 사적 발언이냐’고 하자 박진 장관은 “행사 끝나고 나오면서 다음장소로 이동하면서 혼잣말처럼 나온 사적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행사장이었고, 외교활동 공간이 아니었느냐. 왜 사적발언이냐”며 “공사구분 못해서 생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윤 대통령이 이 ××라고 한 발언을 들었는지’ 묻자 박진 장관은 “저는 그렇게 들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럼 다른 내용도 제대로 못들었겠다”며 “××라는 단어는 똑똑히 들린다. 국민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홍보수석 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응수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박진 장관이 “대통령이 말한 취지는 국회에서 승인 안해주면 어떡해 하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고 하자 박홍근 원내대표가 돌연 “승인이라는 말을 대한민국 국회가 씁니까 안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박 장관이 “쓸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예산 승인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박 원내대표는 “(박 장관이 국회의원을 하면서) 예산 승인한다고 한 번이라도 써봤어요. 거짓말을 하다 보니 미국 의회에서 쓰는 용어를 국내에다 무리하게 대입하다 보니 그런 무리수가 나온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 가운데 예산안의 승인이라는 표현을 우리 국회에서 쓰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 가운데 예산안의 승인이라는 표현을 우리 국회에서 쓰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박진 장관이 “그럼 원내대표는 그게 미국 의회를 향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고 나서자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 상식이 있고, 열린 귀가 있다”고 답했다. 박진 장관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나오면서 어떻게 미국을 겨냥해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에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모든 밝혀내야 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무심결에 한 얘기가 녹화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정리할 수 있는 문제를 (대통령과 참모들이 똘똘 뭉쳐 부인하고 나서면서) 나라 망신을 스스로 하고 있으니 책임을 묻고 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왜 양심들이 없느냐”며 “빨리 수습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데”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박홍근 원내대표의 말처럼 우리 헌법과 법률에는 예산안 처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헌법 제54조 제1항은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다시말해 국회는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데, 확정하는 방법은 ‘의결’을 통해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승인이라는 표현은 같은 헌법 제54조 제3항의 3호에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과 같이 사업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또한 국가재정법 제33조(예산안의 국회제출) “정부는 제32조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처럼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대통령이 사전에 승인하는 것을 뜻할 때 쓰인다.

국회 홈페이지를 봐도, 국가예산안을 두고 “국가예산안의 편성·제출권을 정부에 전속하게 한 반면,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전속시킴으로써 예산은 오직 국회의 심의·의결에 의하여만 확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54조)”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국회는 예산안에 대해 “정부가 일정한 기간 즉, 한 회계연도에 있어서의 국가활동에 수반되는 수입과 지출의 예정적 계획인 예산을 편성하여 국회의 심의·확정을 받기 위하여 제출하는 의안”이라며 “예산안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 그리고 본회의의 의결로써 확정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54조와 제55조에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조 표시.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민국 헌법 제54조와 제55조에는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조 표시.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와 관련해 전석진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국회의 예산 승인이라는 개념은 없다”며 “미국은 법률에 의거하여 세출을 승인하는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의회가 세출을 승인한다”고 썼다. 전 변호사는 “국회의 예산 승인이라는 개념은 우리 나라에는 없다”며 “미국에서는 의회의 예산 승인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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