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응 현무 미사일 낙탄 사고
전날 엠바고 걸고 7시간 동안 침묵
여당도 “무작정 엠바고 조치 무책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의 대응 사격 중 낙탄 사고가 발생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갑작스런 폭발음과 화재로 시민들이 밤새 공포에 떨었는데 정작 군 당국은 7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정치권에선 군 당국의 보도 유예 조치(엠바고)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7시께 우리 군과 미군의 합동 대응 사격 소식을 공개했다. 합참에 따르면, 한미는 전날 밤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사격으로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4발(한·미 각각 2발)과 한국군 현무-2 1발 등 모두 5발을 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가운데 우리 군이 4일 오후 11시30분 전후로 강릉 기지에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으로 기지 내에 낙탄했다. 미사일은 목표 지점인 동해 공해상이 아닌 직후방(서쪽)으로 비행했다. 바다로 쏜 미사일이 육지로 떨어진 것이다. 탄두 기준으로 미사일 낙탄 지점은 민가와 고작 700m 거리에 불과했다.

군 당국이 7시간여 만에야 이번 사고에 입을 뗐다는 사실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직후인 5일 새벽, 트위터 등 SNS에선 폭발 순간을 담은 현장 영상과 관련 뉴스 부재를 지적하는 여론이 온라인을 달궜다.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합동참모본부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합동참모본부

한 트위터 유저는 5일 새벽 1시께 폭발 영상을 공유하고는 “강릉 이 정도로 큰 폭발 사고인데, 지금 1시간이 지났는데 뉴스 하나도 없음. 소름 끼친다”고 적었고, 또 다른 유저는 “강릉에 폭발난 거 폭발 사고든 단순한 일이든 큰 일이든 간에 원래라면 ‘[속보] 강릉에 의문의 폭발 발생’ 같은 짧은 줄과 함께 SNS발 사진 하나가 기사로 올라오는데 왜 지금은 잠잠하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이와 같은 SNS 여론을 일부 인터넷 매체가 “미사일? 비행기 추락?… 강릉시, 폭발사고 발생→공군 입장은?”(톱스타뉴스)이라는 제목 등으로 보도했으나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을 담은 보도는 5일 오전 7시부터 쏟아졌다. 

이에 군 당국이 기자단에 보도 유예를 요청하는, 이른바 ‘엠바고’(embargo)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강원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兵器)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 낙탄 경위에 철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면서 “군의 대응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여전히 사고에 대한 공식 보도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기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군 당국이 지난 4일 오후 3시께 국방부 기자단에 전한 내용은 ‘(한 시간 뒤인) 4일 오후 4시께 한미 미사일 공동 대응에 관해 백브리핑을 할 예정이며, 자료가 제공되기 전까지 엠바고를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한미 미사일 훈련이 심야에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 다음날인 5일 오전 7시 무렵 기자들에게 한미 미사일 대응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가 5일 오전부터 쏟아진 배경이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군 당국이 미사일을 쏘고 나서 그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 훈련 예고 및 엠바고는 군이 나름 언론 편의를 고려한 조치”라면서도 “엠바고를 걸었더래도 긴박한 사고 발생 시엔 재난 문자 등을 통해서라도 인근 시민들에게 신속히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과 체계가 미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현무 미사일 낙탄을 보도한 한 기자는 “군이 북한 미사일 대응 사격 계획에 엠바고를 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폭발 사고에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빠르게 사실 관계를 설명하고 해명했어야 했다. 융통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자는 사고 소식을 즉각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에 “군부대 안에서 짧은 시간 화재가 발생했고 인명 피해가 없었으며 사고 지역은 민가와 이격된 지역이었다”며 “심야에 알린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군 당국자는 엠바고 논란에 관해선 “전날 밤 미사일 사격 관련 엠바고가 있었지만 엠바고 해제 시점(5일 오전)에 맞춰 현무-2 낙탄 정보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방침이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미사일 낙탄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육군 대장 출신 민주당 국방위 간사 김병주 의원은 우리 군 대응과 해명이 부족하다며 “현무-2 낙탄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한미 군 당국은 5일) 오전 1시 에이태큼스 4발을 발사했다. 이런 계획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혼란을 빚는 등 군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조직적으로 이 사안을 은폐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재까지 국방부의 제대로 된 브리핑 하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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