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상대로 유례없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고소
한동훈 “약점 잡으려 미행해도 되는 나라여선 안 돼”
더탐사측 “언론의 권력 감시를 차단하려는 꼼수”

▲한동훈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측이 퇴근길에 미행을 당했다며 ‘시민언론 더탐사’ 취재진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 장관을 수행하는 법무부 직원이 지난달 28일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수서경찰서는 다음날인 29일 더탐사측에 △1개월간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통보했다. 조치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상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라다니거나 지켜보며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취재 활동을 예외로 하는 조항은 없다. 만약 더탐사측이 스토킹처벌법 위반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취재진이 취재원을 뒤쫓는 행위는 향후 모두 불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매복해서 시도하는 인터뷰로 모두에게 익숙한 취재방식인 ‘앰부시’도 이번 고소사건 결과에 따라 스토킹처벌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6일 법무부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약점을 잡아보려고 밤에 미행한 것 같다. 내가 이상한 술집이라도 가는 걸 바랐을 것”이라며 “이 나라가 미운 사람 약점 잡으려고 밤에 차량으로 반복해서 미행해도 되는 나라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더탐사측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스토킹 범죄 ‘일당’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법무부 대응이 “언론의 권력 감시 자체를 차단하려는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탐사측은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긴급 응급조치에 대해 항고장을 제출하고 기자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스토킹 범죄로 낙인을 찍고 여론몰이에 나선 한 장관측에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용 더탐사 기자는 “(다수 언론이) 마치 범죄자처럼 우리를 묘사했다. 한동훈 장관의 관점이다. 이번 사건은 언론이 한동훈 관점으로 기사 쓰며 자신들을 향해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 취재행위를 차단하는 언론플레이에 기자들이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진구 더탐사 기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와 법무부 장관이 퇴근 후 사적인 만남을 갖는다면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해 추적했다. 또 현재 거주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관련해 위장전입 의혹이 있어 확인 취재를 하고자 했다. 이밖에도 공개하기 어려운 제보와 관련해 확인취재할 필요가 있어 관용차량을 추적했던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언론 보도에) 한 달간 미행했다고 나왔지만 한 달간 두세 차례 추적했을 뿐이다. 한 달 내내 미행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더탐사 기자들의 변호를 맡은 정철승 변호사는 “더탐사는 신문법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이다. 신문법 제3조 제2항은 ‘신문 및 인터넷신문은 언론의 자유의 하나로서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전한 뒤 “정부를 대표하는 법률가인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직무를 위배해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에 대해, 기자라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하는 언론자유 침해행위를 한 것은 직무에 관하여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서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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