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정 갑자기 비공개에 일방적으로 현장음 사용 금지 통보
“신(新) 영상보도 통제지침…윤 비속어 파문 이후 통제에 나서”

대통령실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 일정을 촬영할 때 현장음을 녹취하지 말라고 하는 등 일방적 요구로 취재진 반발을 샀다. 지난달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카메라에 포착된 이후 취재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일정을 취재하러 간 공동취재(풀·pool)단 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 자리는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방문이 취소됐던 미국 뉴욕에서의 ‘한·미 스타트업 서밋’ ‘K-브랜드 엑스포’ 관련 중소벤처기업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였다. 윤 대통령은 한미·한일 정상 만남이 지연돼 해당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기에 한국에 돌아와 용산 대통령실로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애초 이 일정은 전날(3일) 전체 출입기자들에게 풀단이 취재하는 일정으로 공지됐고, 풀 취재를 맡은 이들은 예정된 시간에 맞춰 대외협력비서관실 직원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취재진이 간담회 장소에 도착한 뒤 ‘비공개 일정’이란 이유로 취재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예고 없이 행사를 비공개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영상취재에 현장음 사용 금지 통보…반발에 철회

이튿날인 5일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취재를 앞두고는 공식 발언 외의 현장음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가 나왔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구 국민소통관장실) 관계자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의 지시라면서 이런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미국 순방 중소벤처행사 참여기업 오찬간담회. 사진=대통령실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미국 순방 중소벤처행사 참여기업 오찬간담회. 사진=대통령실

영상에서 소리는 기본 요소이고, 현장음 없이 화면만 기록된 취재 영상은 소위 ‘죽은 영상’이라며 뉴스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누군가의 발언을 담아야 하는 현장에서는 마이크로 수음한 소리와, 현장 소리를 모두 담아 기록해야 한다. 현장음을 쓰지 말라는 요구를 접한 기자들은 방송기자(YTN) 출신으로서 현장음 중요성을 모를리 없는 이기정 비서관이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잇따른 취재 제한 요구에 영상기자단 측이 ‘이런 식이면 취재를 하지 않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대통령실은 수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 방침을 철회했다. 영상기자단에 속한 취재진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이기정 비서관에게 항의를 한 뒤 답을 하지 않으면 공론화를 시키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나중에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이 찾아와 ‘오버였다, 죄송하다’고 그러더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이런 요구는 지난달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의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시간으로 22일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 순방 당시 계획된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약 48초간 대화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대통령실은 ‘날리면’이라 주장)은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한 모습이 풀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장음이 담긴 영상이 있었기에 비속어 발언이 기록되고 보도될 수 있었다.

“대통령실의 신(新) 영상보도 통제지침…권위주의적” 

이후 이를 근소한 시간차로 가장 먼저 보도한 MBC에 대해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이 공문을 보내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발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음 사용 금지를 요구한 대통령실을 두고 ‘뒤끝’ 통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기자는 이를 “대통령실의 신(新) 영상보도 통제지침”이라고 규정했다. “비속어 파문 이후 대통령실이 촬영에 대해 통제에 나섰다”며 “현장음 촬영 및 사용 금지 같은 권위주의적 보도·영상지침을 내렸다”는 비판이다.

▲5일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위해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5일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위해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한 영상기자는 “(4일) 갑자기 영상취재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니까 ‘누군가 참석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취재 통제가 대통령실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은 7일 “우리가 얘기하는 걸 누가 전달했는데 그걸 저한테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물어봐서 편하게 말하는 과정이었다”며 “우리끼리 정확하지 않은 워딩을 쓰는 것을 얘기하다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바람 소리와 섞여서 그런 것. 미국에서 있었던 것(비속어 논란)을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YTN 소속인 영상기자단 간사의 항의 전화를 후배와의 통화로 칭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펙트(현장음)를 못 쓰나. 제가 방송을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후배랑 얘기하면서 그냥 편하게 말하다가 그걸 왜 써, 이런 식으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에 기자들 관리하면서 기자들과 같이 업무를 조율하는 사람이 누구냐. 어디라고 파악하느냐”고 되물은 뒤 “기자들과의 소통 관련은 대외협력비서관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취재를 해서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질문 피하는 고위 관계자…비속어로 칭하지 말라는 요청도

최근 대통령실은 비속어 논란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자신의 비속어 논란을 “사실과 다른 보도”로 칭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음에도, 수습 없이 입을 다물기 시작한 모양새다.

5일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난 고위 관계자의 모습도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 북한의 도발 등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도 비속어 논란이 언급될 때면 질의응답을 끝내거나 자리에서 떠나려 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바이든 대 날리면’으로 너무 초점이 맞춰졌는데 정작 이XX 발언은 대통령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없었다. 최소한 유감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기자님과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도중 기자들 질의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도중 기자들 질의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또 다른 기자가 “출입기자단과 공방이 있었고 언론단체에서도 입장을 낸 부분에 관해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이 관계자는 또다시 “이 자리를 나가면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던 그는 이후로도 세 개의 질문에 답했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 여러 개의 질문을 받았다. 이후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질의응답 자료에 “기자들과의 ‘공방’”을 “기자들과의 ‘공감’”으로 써서 지적을 받았고, 대외협력비서관실은 “(질문자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 명확히 들리지 않은 관계로 오기가 있었다. e국민소통관에는 바로잡아 게재하겠다”고 해명했다.

일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실로부터 ‘비속어 논란’ 대신 ‘발언 논란’으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김은혜 홍보수석이 ‘이XX’라는 비속어 사용을 인정한 뒤, 26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를 번복한 가운데 ‘비속어 논란’ 자체도 지우려 한 셈이다. 그러나 이미 영상으로도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공개된 만큼 대다수 언론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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