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운 질의가 정치공방성, 언론 비정규직 처우개선 질의 1건 그쳐
미미했던 ‘방송정책’ 질의, 그마저도 ‘규제완화’ 등 사업자 중심
종합감사 남았지만 미디어 공공성 현안 주목 받기 힘들 전망

“방송통신위원장님, 방송통신심의위원장님, MBC가 산하기관인가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MBC의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보도 관련 공방에 MBC 대선보도와 스피커 협찬 문제 등까지 집중 거론하는 질의가 많았다. 보도에 개입할 수 없는 미디어 기관장들에게 유의미한 답변을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야 공방 과정에서 ‘정치 쟁점’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질의 절반 ‘방통위 감사’ ‘MBC 보도’ 등 정치공방

지난 6일 방통위 국정감사 질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날 여야 의원들의 세부 질의는 총 90건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방통위 감사 및 TV조선 재승인 점수조작 논란 관련 질의(12회)와 MBC 윤석열 대통령 욕설·비속어 관련 보도 등 MBC 관련 질의(12회)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 촉구 및 반박성 질의(8회), 팩트체크 사업 정치편향 논란 및 반박성 질의(5회), 기타 기관장 공정성 등 공방 질의(4회) 등으로 나타났다. 이날 질의의 절반 가까운 내용이 정치적 공방성 질의였다. 이는 ‘의사진행발언’은 제외한 수치인데 의사진행발언 역시 대부분 방통위 감사, MBC 보도에 관한 내용이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막말을 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막말을 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특히 주목도가 가장 높은 오전 질의에선 ‘공방’이 극에 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 감사 결과 제기된 ‘점수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학교로 치면 부정입학, 선거로 치면 부정선거”라고 강조했다. MBC 보도 논란과 관련해선 “대통령을 음해하고 정권 교체를 기도하는, 국익을 해하는 행위”(김영식) “MBC가 공영방송이길 포기했는데 민영화할 생각 없나?”(박성중) 등 공세가 이어졌다. 박성중 의원은 오후 질의 때 방통위원장을 향해 “(방통위원장에 대해 직원들이) 소신이 없고 비굴하다고, 나는 직접 들었는데 혹시 못 들어보셨느냐?”고 질의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그러자 야당에선 기관에 질문을 하기보다는 ‘반박’을 위해 질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정 의원은 박성중 의원의 ‘비굴’ 발언을 가리켜 “말이 아닌 얘기에는 (방통위원장이) 강하게 항의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하자 박성중 의원이 “말이 아니라니?”라며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박찬대 의원은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으로 들리지 ‘날리면’으로 들리지 않는다”며 “잘못한 건 대통령인데, 왜 혼나는 건 MBC이고, 부끄러운 건 왜 국민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책질의 ‘빅테크 규제’ ’인터넷심의’ ‘이동통신 현안’ 다수

이날 정책부문 질의 가운데는 글로벌 빅테크 등 인터넷 기업 관련 질의(11건)가 가장 많았다. 트위치 화질저하, 유튜브의 서명운동 광고 등으로 촉발된 망사용료 논쟁 관련 질의가 4차례 이어졌고 인앱결제 규제 이후 후속점검(조승래·고민정), 맞춤형 광고 규제 필요성(정필모), 플랫폼 독과점 폐해(정필모), 글로벌 사업자 대리인제 점검(허은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 후속조치 점검(허은아),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로비성 대관 문제(조승래) 등 질의가 이어졌다.

▲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잇따른 구글과 페이스북. 디자인=이우림 기자. ⓒ gettyimagesbank
▲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잇따른 구글과 페이스북. 디자인=이우림 기자. ⓒ gettyimagesbank

통신심의(인터넷 대상 심의) 관련 질의가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허은아, 장경태, 조승래, 이인영, 박완주, 이정문, 고민정, 김영식 의원 등이 관련 질의를 했다. 주로 불법무기, 마약 등 불법정보나 유해한 정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통신심의 강화를 촉구했고,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통신심의 규제 강화론과는 결이 다른 접근을 했다. 그는 “인터넷에선 방통심의위가 법과 같지만 심의 내역 확인이 불가능해 무엇을 삭제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를 점검하는 절차도 없고 외부감시도 할 수 없다”며 통신심의의 불투명성과 견제 장치가 없는 점을 짚었다.

다음으로 이동통신 현안의 경우 5G인프라 문제(박완주), 긴급구조 위치정보 사각지대 문제(변재일·이정문), 사전승낙제 자율규제 미비문제(이정문), 방통위 미수납률 문제(허은아), 경매방식 보조금 중개 플랫폼 문제(정필모) 등 6건의 질의가 나왔다. 

외면받은 방송정책 질의, 국힘 ‘과도한 재승인 조건’ 공세

방송 관련 정책 질의는 전반적인 횟수가 많지 않았다. 다만 이 가운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사업자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질의가 많았다. 특히 윤두현,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방통위의 재허가 및 재승인 조건이 과도하다는 질의를 집중적으로 해 관련 질의가 3차례 이뤄졌다. 

윤두현 의원은 방통위의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조건 가운데 ‘비정규직 개선방안’을 언급하며 “노동위원회인줄 알았다. 이게 왜 들어가나”라고 반발했다. 이어 홍석준 의원과 함께  ‘종사자 대표’가 사장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MBN 재승인 조건 등을 가리켜 ‘경영권 침해’라고 몰아세웠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반면 방송계의 고질적 문제인 비정규직 처우 개선 필요성을 다룬 질의는 1건에 그쳤다. 저녁 시간대 이후에 이인영 의원이 월드컵 등 특수한 편성이 이뤄질 경우 제작진의 처우를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외주PD,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다. 불공정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의견들을 모아보고 해결방안을 방송사들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저녁 이후 시간대 질의라 이 발언은 기사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외의 방송정책 현안은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논의(변재일), 라디오 재난방송 미흡 문제(변재일), 지상파 UHD정책 점검(박완주, 박찬대), 미디어 컨트롤타워 설립 논의(윤영찬), 방송사 소유규제 완화 공방(김영식, 이인영), 방송광고 규제완화(홍석준), 지역방송사 방발기금 등 지원확대 (홍석준), OTT제도화 및 방발기금 징수(하영제, 박완주) 등 질의가 이뤄졌다.

일례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점검을 방통위가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고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사가 있는 스포츠 행사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변재일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국민 관심행사 독점중계권 비지상파(유료방송) 송출 사례는 총 14회에 달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이들 경기의 실제 시청자 현황 등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유료방송 중심 환경 변화에 따른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지 않았다.

박완주, 박찬대 의원은 지상파 UHD 정책 질의를 통해 ‘후속 점검’에 나섰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은 2.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방통위는 UHD와 HD 직접수신율을 통합 집계하고 있는데, 실제 UHD방송 수신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EBS는 2017년 이후 140억 원을 들여 1242편의 UHD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단 한편도 송신하지 못했다. KBS와 EBS의 UHD 설비를 둘러싼 분쟁으로 관련 콘텐츠가 제작되고도 송출되지 못하는 문제다. 

종합감사에선 빅테크 증인출석 따른 ‘공세’ 예상

언론노조는 지난 6일 국정감사 의제로 ‘공영방송⋅공적 소유 언론의 정치적 독립’ ‘사주만을 위한 민영방송 규제 완화 견제’ 등을 제시했지만 이들 의제는 주목 받지 못했다. 앞으로 KBS, EBS,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와 종합감사가 남았지만 비슷한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감사가) 소모적 정쟁으로 점철된다면 현 정부의 미디어 개혁에 대한 의지는 물론 각 정당의 대표성 또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심화되고 있는 거대재벌과 해외자본, 건설자본에 의한 언론 공공성 파괴와 미디어 시장 독과점을 해소할 정책대안이 모색돼야 하며 언론자유 파괴와 방송장악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입법 시급성과 당위성을 확인하는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과방위 국정감사가 ‘맹탕’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국정감사는 유난히 정책 측면의 비중이 작고 ‘발굴 의제’가 적은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들은 △ 주목도가 높은 정치 쟁점 이슈가 컸던 점 △하반기 원구성에 따른 의원·보좌진 대거 교체 후 첫 국정감사인 점 △ 양당제로 회귀해 대결구도가 가속화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방통위 감사와 MBC 보도 논란 등 주요 이슈가 덮고 있으니 정책 질의보다 앞서 문제 제기가 나오는 환경”이라며 “방통위 국감은 오전 때 파행까지 예상할 정도였다. 종합감사가 남았지만 이날은 해외사업자 증인 신청이 예정돼 있어, 망사용료 문제와 해외사업자 규제 등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과방위 의원실에서 일했던 전 관계자는 “과방위는 지역구에 해줄 게 많지 않고 전반적으로 언론의 주목도가 낮은 비인기 상임위다 보니 그나마 주목도가 높은 현안을 찾는 질의를 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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