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조건 채운 언론사 5곳 달하지만 징계 결정 안 내려
지난해 과징금 조건 채운 언론사 면죄부…“회원사 눈치보기 급급”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하 신문윤리위)가 수차례 경고제재를 받아 과징금 대상이 된 조선닷컴·이데일리 등 언론사에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 또한 신문윤리위는 과징금 적용 조건을 세분화해 징계를 어렵게 만들 방침이다. 지난해 언론중재법 국면 이후 자율규제 강화가 주요한 과제로 꼽혔지만, 실상 있는 규정도 안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회원사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조선닷컴·이데일리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보도해, 헤럴드경제·파이낸셜뉴스·스포츠서울은 음란·잔인·혐오 광고를 게재해 4회 이상 경고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4회 이상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과징금 액수는 100만 원(경고 4~5회 기준)이다. 과징금은 신문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위는 이달 열린 회의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올해 회의가 2차례 밖에 남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징계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 언론 자율규제기관이 규정을 위반한 언론사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신문윤리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올해는 징계를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이 사실상 났다”고 밝혔다.

또한 신문윤리위 심의실은 윤리위원들에게 과징금 적용 기준을 세분화하자고 제안했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준을 세분화하면 언론사가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확정된 바는 없지만 다수 위원이 기준 완화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현재 과징금과 관련된 조항은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3조 3항-폭력·음란·약물사용·도박 등을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상세히 보도하여 청소년과 어린이가 유해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제13조-신문광고는 음란, 잔인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청소년과 어린이의 정서를 해쳐서는 안 된다 등이다. 두 조항을 반복적으로 위반해야 과징금 대상이 된다.

우선 신문윤리위는 조항 적용 대상을 본문과 사진·동영상·그래픽 등 2개로 나누고, 13조 3항과 13조 적용 기준을 세분화할 예정이다. 예컨대 13조 3항을 폭력·음란·약물사용·도박 등 카테고리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 매체가 13조 3항 위반으로 12차례 경고 제재를 받아도 과징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항목과 적용 기준이 모두 같아야 제재 누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A매체가 폭력 관련 본문, 음란 관련 본문, 음란 관련 사진, 마약 관련 사진으로 경고를 각각 3건씩 받아도 과징금 대상이 안 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3조 3항,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제13조 위반으로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3조 3항,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제13조 위반으로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

이 같은 조치는 13조 3항과 13조를 여러 조항으로 분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하지만 신문윤리위는 실천요강, 윤리위원회 운영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는 대신 내부 가이드라인만 만들 방침이다. 실천요강·운영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선 신문윤리위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박동근 신문윤리위 심의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징금 규정은 종이신문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또 어린이만 보호하는 조항인데, 청소년이 추가되면서 범위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 제재는 하되 카테고리 구분이 필요하다. 언론사들의 위반 추이를 살펴보고 최종 카테고리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동근 심의실장은 “올해 안에 과징금 제재를 내리지 않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과징금 규정은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그리고 경고 제재를 4회 받았다고 무조건 (과징금 제재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5회가 됐을 때 부과할 수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 발언과 달리 신문윤리위 운영규정에는 경고 제재를 4~5차례 받을 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지난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3조 3항,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제13조 위반으로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
▲지난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3조 3항,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제13조 위반으로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

신문윤리위의 과징금 규정은 원칙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과징금 규정이 유명무실한 셈이다. 지난해 과징금 관련 조항으로 4차례 이상 경고 제재를 받은 언론사는 7곳이다. 조선닷컴·서울경제(보도 부문), 조선닷컴·스포츠조선·일간스포츠·파이낸셜뉴스·중앙일보·서울경제·매경닷컴(광고 부문) 등이다.

하지만 신문윤리위는 이들 언론사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신문윤리위 심의실은 윤리위원들에게 과징금 관련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문윤리위원이었던 B씨는 지난 8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들 언론사가 과징금 대상이 된 것을) 모르고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문윤리위 징계는 매년 말 소멸되기 때문에 7개 언론사의 과징금은 없던 일이 됐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문윤리위가 신문 공익성을 관리감독하는 게 아니라 회원사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면, 과징금 규정은 쓸모가 없는 것”이라면서 “과연 누가 규정을 지키겠는가”라고 비판했다.

▲ 국내 일간지 자료사진. 사진=윤수현 기자.
▲ 국내 일간지 자료사진. 사진=윤수현 기자.

김동찬 위원장은 과징금 적용 기준 세분화 방안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하지 않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언론사가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스스로를 규율할 수 있느냐를 보여줘야 정부 규제 논란을 극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그런 방향을 역행하는 형태다.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언론의 책임성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동찬 위원장은 지난해 신문윤리위가 언론사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결국 피해는 독자들이 받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신문윤리위 매년 12월31일 제재가 초기화되는 것을 두고 “비합리적인 규정이다. 언론사가 동일한 조항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면 뭔가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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