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
발달장애 청소년 주목한 진안신문
5년 간 빠짐없이 미디어교육 진행한 당진시대
시민과 뉴스 비평 나선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지역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을 넘어, 시민들에게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줘 사회로 이끌어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기자들이 있다. 지난 4일 2022 지역언론 컨퍼런스에서 ‘진안신문’과 ‘당진시대’,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시민들과 함께 지역 뉴스를 만들어낸 경험을 전달했다. 

발달장애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진안신문

전라북도 진안군에 위치한 ‘진안신문’은 그동안 사회로 잘 드러나지 못했던 진안군의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미디어 교육을 통해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이야기를 전했다. 발달장애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아우르는 장애 유형이다. 진안군의 발달장애인 숫자는 291명(2021년 12월31일 기준)으로 군 내 장애인 등록 숫자의 10%이고, 초·중·고 특수학급에 다니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48명(2022년 3월 기준)이다.

▲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류영우 진안신문 편집국장.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류영우 진안신문 편집국장.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류영우 진안신문 편집국장은 “발달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화제가 됐던 적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이슈를 끌고 아이들의 자립, 돌봄,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부분들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진안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돌봄프로그램이 있지만, 인력 및 운영비가 매우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보면 38개의 사회복지 기관 분류가 나와있는데, 발달장애 아이들을 돌보는 기관은 어느 기관에도 속하지 않는다. 시설 신고조차 할 수 없어 공모사업 참여도 어렵다”며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우리나라에 없는 아이들이다. 방과후 및 방학 중 발달장애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한다. 지역에서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쉬운 중국집 간판을 보고 “선생님 저거 뭐라고 읽어요?”라고 묻는 중학교 3학년 발달장애 아이를 만난 직후, 류영우 국장은 직접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밖 글쓰기 수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류 국장의 선택이었다. 

▲ 발달장애 학생들의 글. 사진=진안신문 제공.
▲ 발달장애 학생들의 글. 사진=진안신문 제공.

진안신문 기자들은 2019년 12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아이들과 함께 꾸준히 글을 썼다. 처음에는 한 줄 쓰기도 힘들어했고 맞춤법은 거의 다 틀렸던 아이들이 1년, 2년 꾸준히 글을 쓰며 자신만의 글을 완성해냈다. ‘흐린 날씨나 비가 오면 엄마는 우울해지고 시무룩해진다’, ‘나에게 즐거운 것은 축구’. 점차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는 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글은 지역 신문 지면을 통해서도 담아냈다. ‘청소년 마당’이라는 지면에 보듬 청소년지원센터에서 활동하는 장애 학생들의 글을 싣고, 실린 글을 모아 ‘10명의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함께꾸는 꿈’이라는 책도 만들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은 또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 진안신문 청소년 마당 지면. 사진=진안신문 제공.
▲ 진안신문 청소년 마당 지면. 사진=진안신문 제공.

2020년 4월부터는 일반 주민들과 발달장애 아이들 10명이 함께 지역의 명산을 찾는 프로그램를 통해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지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을 ‘마을의 천덕꾸러기’라고만 생각해왔던 지역주민들은 이제 그들을 ‘함께 같이 걸어갈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류영우 편집국장은 “지역 주민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서 아이들이 지역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미디어교육 중심지 된 당진시대

충청남도 당진시에 위치한 ‘당진시대’는 5년째 주민들과 함께하는 미디어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종이신문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당진에서 최초로 팟캐스트를 시작한 당진시대는 작은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받게됐다. 당진시대는 뉴미디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지역사회 복원으로 연결했고, 다양한 기관들과 함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매년 시민 참여 미디어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당진시대의 ‘청소년미디어체험교실’을 통해 청소년들은 기자와 동행취재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바라본 지역뉴스영상 ‘청소년뉴스’를 제작했다. 당진 관내 중·고등학생 18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영화제작캠프’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기획, 연출, 촬영, 편집을 맡아 1분 영화를 제작했다.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해방감, 오염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식물을 보며 느끼는 경각심 등을 영상에 담아냈고 가족, 친구들을 초대해 영화 시사회 및 시상식을 진행했다. 

▲ 청소년들이 제작한 1분 영화. 사진=당진시대 제공.
▲ 청소년들이 제작한 1분 영화. 사진=당진시대 제공.

전교생이 100명도 되지 않는 시골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60~70대 농부들이 참여해 기본촬영교육을 받은 뒤, 직접 ‘대호지 농부들의 환경스케치’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는 유튜브에도 송출하고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으로도 송출하고 있다.  

당진시대에서 미디어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안라미 실장은 “당진시대는 미디어 교육이 단순한 일회성 교육이나 형식적인 교육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미디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으로 진행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당진시 마을만들기센터의 사업 소식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미디어로 제작,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을활동가 양성교육’을 받은 이들은 마을센터에서 정식 기자단으로 위촉됐다. 충남다문화센터와 함께한 영상 출연·제작 미디어교육 ‘바퀴달린 콘텐츠 교실’에 참여한 이주여성들은 현재 미디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민들이 먼저 당진시대에 미디어 교육을 요청하기도 한다. 

▲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안라미 당진시대 미디어 제작실장.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안라미 당진시대 미디어 제작실장.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안라미 실장은 “미디어 교육 사업을 5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익이 되지도 않으면서 노동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밝히면서도 “시민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지역 언론의 역할이자 책무라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했다”고 했다. 

아울러 “시민들이 교육받을 기회, 소수자가 목소리를 낼 기회, 미디어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당진 시대는 이 기회를 줄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여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5년 동안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종이 신문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뉴미디어를 도입했지만, 당진시대는 신문사의 돌파구뿐만 아니라 미디어 교육의 돌파구 그리고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돌파구를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함께 뉴스 비평 도전한 경남도민일보 ‘뉴비자’

지역 시민들에게 언론의 좋은 않은 관행들을 지적하다가 직접 시민과 함께 뉴스 비평에 도전한 지역언론도 있다. ‘뉴스 비평을 자신있게!’라는 뜻의 ‘뉴비자’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지난해 10월 시작한 뉴스비평 코너다.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것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뉴비자는 세 명의 20대 기자들이 협업해 일주일에 한 번씩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같은 내용으로 지면과 온라인으로도 기사를 내보낸다. 

편집기자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단어 하나에 몇 시간을 고민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 기자는 “온라인으로 부서를 옮기고 언론이 낚시성 등 안좋은 관행들의 유혹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디지털퍼스트 담론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기본적인 것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이야기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 기자.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 2022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 기자.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지역 차별적인 보도에 대해 지적하는 대목은 뉴비자만의 특징이다. 일례로 기사 ‘경남 사람에게는 먼 그놈의 ‘여의도 면적’’에서는 ‘합천·고령 산불, 여의도 면적 2배 넘게 태워(2022년 3월2일, 한겨레)’ 기사를 인용하며 경상도에서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서울 언론이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피해 면적을 설명한 점을 지적했다. 김연수 기자는 ”경상도에서 난 불을 서울 사람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선의는 존중한다. 그런데 경남도민이 경남 산불 기사를 이해하려고 여의도 면적을 상상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기사 ‘서울 보수언론 세계관 속 지역 정치 특례 대상이거나 관심 밖’에서는 ‘문재인 귀향 선물? KTX 양산 정차 사실상 확정’(2022월 4월15일, 주간조선) 기사를 인용하며 양산 물금역 KTX 정차 결정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양산 귀향에 집중해 연결지은 서울 언론 보도를 지적했다. 김연수 기자는 “주간조선은 지역 숙원사업을 정치적 특혜 정도로 해석했다”며 “추진 과정과 지역민 요구 같은 맥락은 싹둑 잘라낸다. 서울 언론에게 지역은 정치기사 소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 경남도민일보 2022년 4월22일 지면 갈무리.
▲ 경남도민일보 2022년 4월22일 지면 갈무리.

뉴비자의 가장 큰 긍정적인 효과는 내부 견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집국 기자들은 경남도민일보 자체 기사에 대해서도 뉴비자가 지적하는 사항들을 고려해 신문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김연수 기자는 ”만들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선배들이 ‘이제 니 때문에 기사 못쓰겠다’라고 말할 때다. 조금 통쾌하다“고 말했다. 

뉴비자의 박신 기자는 ”좋은 기사를 쓰는 법은 모르겠는데, 쓰면 안되는 기사들은 알겠다”라며 “편집부에 있을 때 뉴비자를 함께 한 덕분에 반면교사 데이터가 쌓였다. 오답노트를 가지고 현장에 나간 것이다. 최소한 내가 지적했던 기사처럼은 안 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수 기자는 경남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상담사와 함께 출연해 외국인에 대한 언론 등의 차별적인 표현들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김연수 기자는 ”외부에 있는 시민들과도 함께 방송을 해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언론을 봤을 때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것들을 듣고 같이 방송하고 기사에도 반영할 수 있으면 긍정적인 발전 방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경남도민일보 뉴비자 유튜브 갈무리.
▲ 경남도민일보 뉴비자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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