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 ‘폐지 검토’ 시사 
“공개적 평가나 검토과정없이 일방 폐지” 반발 
서울시 “10년 동안 마중물 마련, 자립 논의 지속해왔다”

서울시가 마을미디어 사업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을미디어 관련 사업을 10년 간 했으니 종료할 때가 됐다는 입장인데,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제대로 된 논의나 평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 담당인 홍보기획관은 마을미디어 사업 ‘폐지’ 검토를 시사했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자 ‘폐지설’이 돌았고 최근 서울시가 내년도 사업 예산을 2023년 4월까지만 책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위탁기간 만료’에 따라 이 같이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마을미디어는 각 지역의 마을신문, 공동체 라디오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비롯해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마을 자치와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장에 기여하는 미디어다.

▲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시장은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사업에 비판적 입장을 내왔다. 사진=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시장은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사업에 비판적 입장을 내왔다. 사진=서울시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사업은 민간기구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위탁 받아 사업 전반을 운영하며 단체지원(공모) 사업을 통해 개별 마을미디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은 201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뒤 2019년 조례를 제정해 본격적인 사업이 이뤄졌다. 2020년부터는 민간 위탁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2023년 4월 위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서울시는 ‘연장’이 아닌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공개 발언했고 이후 시민사회와 연관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폐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그간 마중물 역할은 충분히 했다며 사업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마을미디어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어떤 단체의 경우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5~6명 밖에 안 된다”며 “10년 정도 했기 때문에 서울시가 충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종배 서울시 국민의힘 의원은 “(사업이) 불순할 수가 있다. 본래 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지원금이나 세금 축내는 낭비되는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는 마을미디어 단체들의 연서명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마을미디어 사업은 미디어를 매개로 주민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미디어 소외계층의 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는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채널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디어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체험, 지역 이슈 발굴 및 공론장 운영, 지역 내 연계 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있다”며 “일부 사례를 가지고 사업 전체가 문제인 양 답변하는 것은 사업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을 넘어서 사업 종료라는 결론을 이미 지어놓고, 이를 위해 사업에 대한 편견을 토대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 마을미디어는 서울 내 여러 지역의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홍보 영상 갈무리
▲ 마을미디어는 서울 내 여러 지역의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홍보 영상 갈무리
▲ ‘와보숑’TV의 ‘성북마을뉴스’ 77화 ‘성북동 가로수 관련 주민 토론회’ 영상 갈무리
▲ ‘와보숑’TV의 ‘성북마을뉴스’ 77화 ‘성북동 가로수 관련 주민 토론회’ 영상 갈무리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은 “10년 간 했다고 하지만 그간 사업의 폭이 넓고 깊었는지를 살펴보면 매년 예산이 줄었다. 시민 입장에선 그간의 사업으로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넓혀오던 상황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양승렬 국장은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평가 과정을 거친 후 사업 방향이나 후속 계획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찍어누르는 것처럼 보인다”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불손하다’ ‘세금을 축낸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수 많은 사람들의 명예에 먹칠을 하면서 급박하고 일방적으로 끝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서울에 공동체라디오 및 마을신문은 5곳에 불과했으나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이후 2021년 기준 55곳의 마을미디어가 서울시 사업 지원을 받아 활동했다.

성북구 마을미디어 잡지 성북동천은 서울시가 성북구에 '대표보행거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행권이 개선되는지 여부를 조명했고 주민들의 모임으로 이어졌다. 사양산업이 된 봉제업 중심 지역인 서울 창신동의 창신동라디오는 봉제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봉제마을 살 길 찾기'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 마을미디어들은 이주민 등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콘텐츠도 다수 제작했다.

서울시 홍보기획관 관계자는 “10년 동안 총 90억 원 정도 자금 지원을 했다. 몇몇 자치구에서도 조례를 만들고 센터를 만들게 되는 등 성과가 있고 저변이 확대돼 마중물이 됐다고 본다. 시에서 유사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중복 문제도 있다”며 “시에서 하기 보다는 자치구에서 해야 할 사업이라고 본다. 소통이 없었다곤 하지만 보조금 사업을 하면서 자립에 대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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