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 단체들 규탄 기자회견 열고 항의서한 전달

“마을미디어를 만나고 매일 똑같던 내 일상이 바뀌었다.”

김정아 구로공동체라디오 활동가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마을미디어 사업 폄하 및 일방적인 사업 종료 결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마을미디어 사업’이 ‘세금 낭비’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김정아 활동가는 “6년 전 우연히 라디오에 초청 받아 가게 됐다. 아주 작은 라디오 스튜디오였다”며 “처음엔 내 이야기를 했고, 이후엔 이웃과 소외된 분들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고, 지역 상인들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등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했다. 김정아 활동가는 “이후 활동가가 돼 육아로 단절된 제 경력이 이어졌다”며 “마을미디어로 인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이 서울시에 '항의 서한'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이 서울시에 '항의 서한'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서울시가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의 폐지를 시사한 가운데 마을미디어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민들의 활동을 무시하는 이종배 시의원과 서울시 홍보기획관 국장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마을미디어 활동에 대한 폄하와 왜곡, 일방적 사업 종료 시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10여년 간 서울 곳곳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마을미디어 활동가, 주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종배 서울시 국민의힘 의원은 “(사업이) 불순할 수가 있다. 본래 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지원금이나 세금 축내는 낭비되는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지적에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어떤 단체의 경우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5~6명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정도 했기 때문에 서울시가 충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며 “사업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송덕호 마포공동체라디오 대표는 “불순하다는 그 말을 인정할 수 없다. 이 말을 하는 사람 자체가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송덕호 대표는 “서울시는 10년 동안 마중물이 되었으니 이제 자립할 때가 됐다고 하는데 자립이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쉽게 말하면 돈 벌라는 얘기”라며 “우리도 서울시 지원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활동 유지를 위해 수익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러면 마을미디어 활동이 등한시되고 돈에 의존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MBC는 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식으로 치졸한 방법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 역시 치졸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폐지하겠다며 마을미디어를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마을미디어 사업 폄하 및 일방적인 사업 종료 결정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마을미디어 사업 폄하 및 일방적인 사업 종료 결정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신미희 처장은 “서울시가 주류 언론사에 쏟는 광고비가 어마어마하다. 25개 자치구에서 계도지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예산만 100억 원대에 달한다”며 “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시민을 위한 공익적, 공공적 미디어 사업에는 나몰라라했고 쥐꼬리만한 지원조차 끊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지 수원마을미디어연합 홍보위원장은 “서울 마을미디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며 “수원에서도 서울센터의 사업적 성과와 내용들을 지켜봤을 때 열심히 하고 있고 고군분투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윤지 홍보위원장은 “조회수를 말하는데 미디어 콘텐츠 조회수로 마을미디어의 가치를 얘기하기 어렵다”며 “마을미디어는 지역에서 시민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지역에서 뿌리내리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 ‘마을미디어 사업 폄하 및 일방적인 사업 종료 결정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마을미디어 사업 폄하 및 일방적인 사업 종료 결정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손병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서울시마을센터 분회장은 “사업비를 줄이니 인건비 비중이 늘고 그러면 인건비가 많다고 비판한다”며 “예산이 줄어 사업이 위축이 되면, 위축된 결과로 평가하며 사업을 폐지해야 한다고 나온다”며 ‘악순환’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시 홍보기획관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가 작성한 기자회견문에는 96곳의 단체가 연서명했다. 

마을미디어는 각 지역의 마을신문, 공동체 라디오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비롯해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마을 자치와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장에 기여하는 미디어다.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사업은 민간기구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위탁 받아 사업 전반을 운영하며 단체지원(공모) 사업을 통해 개별 마을미디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은 201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뒤 2019년 조례를 제정해 본격적인 사업이 이뤄졌다. 2020년부터는 민간 위탁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2023년 4월 위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서울시는 '연장'이 아닌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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