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 보도 MBN에 행정지도 권고 의결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을 보도하며 범죄 발생의 원인이 음주에 있는 것처럼 묘사한 ‘MBN 뉴스센터’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성폭행의 책임을 전가하고 가해자의 책임은 지웠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지난 7월15일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한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결과 동급생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후 추락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에서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까지 피의자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지자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행실을 꼬집는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캠퍼스 내 무분별한 음주문화’를 드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범죄 사실이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등 피해자의 행실에 주목하는 일은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했다면 성범죄가 없었을 것이라는 ‘피해자 책임론’으로 이어져 가해자의 책임을 지운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문제가 된 ‘MBN 뉴스센터’ 2022년 7월16일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방송에서 앵커와 기자는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 수사에 대한 심층뉴스를 다루며 ‘피의자 증거 인멸 정황 포착’, ‘새벽 건물 출입 어떻게 가능했나’, ‘두 사람은 어떤 사이’, ‘피의자 신상 무차별 유포’, ‘수사 방향과 처벌 수위’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앵커는 기자에게 마지막 질문을 하며, “이번 사건은 캠퍼스 안에서 일어났고. 음주로 인한 캠퍼스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Q. 대학가 무분별한 음주 문화가 원인?’이라는 자막이 함께 고지됐다. 

▲  ‘MBN 뉴스센터’ 2022년 7월16일 방송화면 갈무리.
▲  ‘MBN 뉴스센터’ 2022년 7월16일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기자는 “맞다. 지난 2016년에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만취한 여대생이 학교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추락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이외에도 무분별한 음주로 폭행 등 갖가지 사건·사고가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졌다는 뉴스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며 “특히 지난 4월에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학 내 음주 문화가 다시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학 구성원들 스스로 술을 좀 적당히 마시고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무분별한 음주에 따른 사건·사고 빈발’, ‘거리두기 해제…대학가 술 문화 위험 신호’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 ‘MBN 뉴스센터’ 2022년 7월16일 방송화면 갈무리.
▲ ‘MBN 뉴스센터’ 2022년 7월16일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도 방송은 객관적 근거 없이 범죄 발생의 원인이 피해자 측에 있는 것처럼 묘사해서는 안된다(제21조의2(범죄사건 피해자 등 보호)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제21조의3(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등)제3항은 방송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뤄서는 안되며,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피해자가 성폭행 당한 후 사망한 사건으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었던 중요 관심사항이었다. 성폭행 사망사고 피해자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은 “수사 조사 결과 음주로 일어난 사고라고 결론 난적은 없다. 밝혀진 게 없는데 기사는 그냥 음주를 원인으로 몰아갔다. 의견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오해 소지가 분명히 있고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전체 방송 내용 안에서 생각한다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까지 보기는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안은 심의위원 5인 중 3인이 ‘권고’ 의견, 2인이 ‘의견진술’ 의견을 내 행정지도 ‘권고’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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