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경쟁에 OTT 가세, 쿠팡플레이 독점 중계 통해 이용자 늘려
주요 경기마저 OTT가 독점하면? 중계권료 인상·보편적 시청권 위협 우려

“SBS가 상업방송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06년 8월 SBS가 지상파3사 공동협상 ‘풀’을 깨고 2010~2016년 동·하계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따내자 KBS가 보도를 통해 내놓은 비판이다. 독점 협상으로 더 높은 계약금을 지불한 점을 지적하며 “SBS 국익 외면한 독점중계”(KBS 뉴스9) “국가적 손실 행위”(MBC 뉴스데스크)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2019년 지상파가 아닌 JTBC가 2026~2032년 동·하계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따내자 이번엔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 목소리로 JTBC를 성토하고 나섰다. 과거 ‘국부 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받았던 SBS는 ‘8뉴스’를 통해 “(JTBC 중계권 독점은) 보편적 시청권 훼손과 국부 유출 시도”라는 한국방송협회의 입장을 전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소속된 협회로 당시 박정훈 SBS 사장이 협회장을 맡았다.

▲ KBS가 2006년 '코리아풀'을 깨고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SBS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 KBS가 2006년 '코리아풀'을 깨고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SBS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주요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둘러싼 치열한 쟁탈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내의 중계권 ‘쟁탈전’은 JTBC 등 유료방송채널과 지상파의 갈등으로 번진 상황인데, 앞으로는 OTT도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2년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경기를 TV에 일절 방영하지 않고 OTT를 통해서만 중계하는 ‘전체독점’ 중계권을 처음으로 따내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제스포츠경기를 TV에서 볼 수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TV에선 볼 수 없는 OTT 스포츠 독점중계

쿠팡플레이는 올해 ‘팀K리그 vs 토트넘 훗스퍼’, ‘토트넘 훗스퍼 vs 세비야FC’ 등 축구경기와 2022년 세계 배구선수권대회를 ‘독점’ 중계했다.  국내 OTT 가운데 최초로 ‘전체 중계권’을 독점한 사례다.

이전에는 TV중계권을 방송사가 갖고 OTT는 ‘온라인 중계권’만을 갖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일례로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친선경기는 TV가운데는 TV조선이 단독 중계하고 온라인 중계는 쿠팡플레이가 독점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경향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권 거래 시장 진입에 따른 미디어 경쟁구도 변화’ 보고서는 “2021년까지는 방송 사업자 간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OTT사업자가 구매자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방송-OTT사업자 간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형성”됐다며 “(미국에서도) 최근 TV채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OTT사업자의 단독 실시간 스포츠 경기 중계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지난 7월 쿠팡플레이가 주최하고 단독 중계한 영국 토트넘 홋스퍼, K리그 올스타팀, 스페인 세비야FC 경기 포스터. 사진=쿠팡플레이
▲ 지난 7월 쿠팡플레이가 주최하고 단독 중계한 영국 토트넘 홋스퍼, K리그 올스타팀, 스페인 세비야FC 경기 포스터. 사진=쿠팡플레이

최근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미식축구 경기인 NFL과 프로야구 MLB 뉴욕양키즈의 21개 경기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플TV는 2023년부터 미국 프로축구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완전 독점’은 아니지만 과거 포털과 여러 OTT가 ‘공동 중계’하는 방식도 ‘온라인 독점 중계’로 전환되는 추세다. 티빙은 OTT 가운데 유일하게 유로2020 독점 중계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 독점중계권을 확보해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OTT업계는 ‘스포츠 경기’가 주요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상영 중인 대작 영화의 OTT판권을 사는 것처럼 스포츠 경기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로 보고 있다”며 “실제 수익이 나는지는 모호한 면이 있지만 워낙 OTT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당장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손흥민 출전 경기를 독점 중계한 쿠팡플레이의 지난 6월 월간 순이용자는 전월 대비 20% 가까이 오른 373만 명을 기록했다. 이용자 견인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 ‘수익성’ 측면에선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OTT 과다 경쟁 구도 속에서 이 같은 대응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스포츠경기 유료화 시대, 시청자 피해 없을까

이 같은 흐름이 보편화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끄는 주요 스포츠 행사까지 사실상 ‘유료화’되고,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세대와 계층으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스포츠경기가 유료화 된 건 처음이 아니다. JTBC처럼 IPTV, 케이블 등 유료방송채널을 통한 스포츠 경기 방영도 ‘유료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유료방송이 저가 시장이고 대다수 국민이 유료방송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어 사실상 지상파 중계와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쿠팡플레이 같은 방송 기반이 아닌 OTT가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중계권을 독점하면 OTT 가입을 하지 않은 시청자는 경기를 볼 수 없게 될 수 있다.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중계권료가 올라가는 측면도 무시하기 힘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는 “스포츠 중계권 구매 입찰자가 방송사업자에서 OTT사업자까지 확장되면서 중계권료의 규모가 확장하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OTT가 중계권 경쟁에 뛰어든 시점 전후로 NFL 중계권 판매액이 연간 31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김의철 KBS 사장은 지난 10월 16일 국정감사장에서 “돈이 없어서 (중계권 협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국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느슨한 규정 때문에 국제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에 많은 회사가 입찰을 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 때문에 국민이 부담해야 할 중계권료가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국민 관심 국제경기 유료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사인 국제 스포츠 경기에 대해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방송법에 명문화돼 있다. 즉,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경기는 대다수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시청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케이블채널이 중계권을 독점하면 지상파 방송사들에 재판매 등을 통해 다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방송사가 아닌 인터넷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가 중계권을 독점하는 데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편적 시청권을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데 ‘인터넷 사업자’에 이 같은 규정을 강제하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있다. 

방통위는 현재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 사업자를 아우르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정부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OTT에도 ‘보편적 시청권’을 강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OTT의 독점 중계를 허용하면서도 올림픽, 월드컵 등과 같은 행사에선 OTT가 독점 중계할 경우 방송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하게 해 가시청권을 확보하게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2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신중론을 전하면서도 “미디어 산업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