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영화 소개 프로 MBC ‘출발! 비디오 여행’, 넷플릭스 콘텐츠 자주 다뤄
시청자위원, “프로가 다루는 소재 규정해야”, “영화와 드라마 헷갈려”
MBC 시사교양본부장 “시리즈물, 영화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

1993년 시작한 MBC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최근 넷플릭스 콘텐츠, 타사 드라마, 웹드라마 등을 다루자 MBC 시청자위원들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어떤 소재를 다룰지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을 했다. 다양한 콘텐츠들을 영화와 함께 교차해 비교하며 다룰 경우, 시청자의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콘텐츠 성격과 출처 등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1990년대는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물의 구분이 명확한 시대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상 콘텐츠의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나온 현상이다. MBC 측은 OTT 시리즈물의 경우 영화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선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위원 “다루는 소재 규정할 필요”, “영화와 드라마 헷갈려”

11월30일 공개된 MBC 시청자위원회 9월 회의(9월23일 진행) 기록을 살펴보면 MBC 시청자위원인 차현진 위원(한국은행 자문역)은 “‘출발! 비디오 여행’은 지나치게 전문적으로 영화를 분석하려는 여타 후발 프로그램들에 비해서 가벼운 터치가 장점”이라면서도 “다만 9월 1449회에서 ‘수리남’ 출연진과의 인터뷰는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관 상영작이 아닌 작품을 홍보하려던 것인데, 그러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1448회 ‘시맨틱 에러:더 무비’(웹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출발! 비디오 여행’이 다루는 소재의 범위가 영화냐, 유통채널이냐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홈페이지 갈무리.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홈페이지 갈무리. 

또 다른 MBC 시청자 위원인 황혜숙 위원(창작과비평사 편집이사)은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OTT나 다른 채널의 화제 드라마를 소개하는 것은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영화와 드라마를 매치해 소개할 때는 시청자들의 혼돈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최근 방송 속 코너 ‘영화 대 영화’에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소개하고 ENA의 드라마 ‘굿잡’,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모범가족’, ‘수리남’을 여러 코너에서 활용해서 소개했다”며 “시청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OTT의 시리즈를 소개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고 오히려 이런 시리즈를 제대로 소개해줄 만한 매체가 없다면 ‘출비’에 감사할 일인데, 문제는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모르게, 누군가는 그냥 영화로 알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고 밝혔다.

황 위원은 “기왕 제대로 소개할 바에는 정확히 출처를 밝혀주는 것도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아닐까”라며 “그러나 시청자 입장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면이 훨씬 더 많다. ‘시맨틱 에러:더 무비’는 BL영화로 공중파 영화 정보프로그램에서 이런 영화를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고, 이는 시청자게시판을 도배한 감동적인 후기로도 증명된다. 다양성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칭찬할 만했다”고 전했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홈페이지 갈무리. 
▲MBC '출발 비디오 여행'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황 위원은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종종 생명력이 짧은 코너를 기획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황 위원은 “‘코드무비’라는 코너를 즐겨봤다. 영화평론가의 판에 박힌 소개나 ‘내 인생의 영화’라는 뻔한 기획과 달리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본인의 전문 분야와 연관 지어 영화를 보는 ‘코드’를 특색있게 설명하는 코너”라며 “존 리 선생이 소개한 ‘파운더’나 김경일 선생이 소개했던 ‘퍼펙트 센스’ 같은 영화는 스페셜리스트의 정확한 설명으로 영화 해석의 재미를 확실하게 안겨주면서 기획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올 초에는 ‘리드무비’ 등의 이름으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아예 본인의 영화를 감독이나 배우가 소개하는 코너로 변형되었다”며 “사실 이 코너의 시작부터, 적절한 인지도와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과연 얼마나 발굴하고 영화와 연결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하고 말았다. 최소 몇 회, 혹은 몇 달 정도는 유지할 만한 기획을 갖춘 후에 런칭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MBC 시사교양본부장 “시리즈물, 영화보다 엄격한 기준 선정”

유해진 MBC 시사교양본부장은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영화와 TV, 홈비디오라는 매체의 구분이 명확하던 시대여서 저희는 영화라는 플랫폼에 천착해서 프로그램에 담아 왔다. 지금도 영화는 단편으로 소화되는 서사 구조를 갖춘 매체로 알고 프로그램에 담아내고 있다”며 “이런 전제에서 위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수리남’이 저희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지적은 온당하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출발! 비디오 여행’이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저희의 딜레마”라며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현실적으로 OTT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위세를 올리고 있다. OTT 오리지널 영화는 이미 영화제에서 인정받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담을 수 있는 작품을 영화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콘텐츠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시리즈물까지 넓힐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유 본부장은 “다만 시리즈물을 다룰 때는 영화보다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며 “시청자에게 소개할 만한 완성도와 작품성을 가질 경우, 아니면 사회적 다양성이나 의미를 담보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등 세심한 논의를 통해 아이템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우려 감사하다”며 “제작진도 영화정보 프로그램의 살아 있는 역사를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소명으로 제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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