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벤다졸 영상 30% 허위정보 포함, 이 가운데 76.9% ‘유해정보’
다양한 채널서 같은 주장하자 신뢰 강화, 유명 병원채널은 ‘침묵’
언론 의존도 줄이고 허위정보 유통 ‘방해’할 콘텐츠 제작 시사

“모험 한번 해보겠습니다.” 2019년 한 유명인이 개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믿고 ‘실험’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시작된 ‘펜벤다졸’ 허위정보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에서 ‘펜벤다졸’로 항암 치료를 하며 기록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실제 이 시기 펜벤다졸 판매량이 늘자 식품의약안전처는 위험하다고 경고했음에도 이 같은 시도가 이어졌다.

펜벤다졸 영상의 유통과 확산 경로를 추적하며 의료적 관점에서 ‘대안’을 고민한 논문이 나왔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 권정혜 교수 연구팀은 영문 논문 ‘잘못된 암 정보의 사회적 메커니즘 이해 유튜브 확산과 교훈: 정보병학 연구’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 속 펜벤다졸 영상 유통을 분석했다. 이른바 ‘펜벤다졸’ 자가처방 유튜브 영상 702개(227개 채널) 가운데 201개(29.9%)는 잘못된 정보를 포함했다. ‘잘못된 정보를 포함한 영상’ 가운데 76.9%는 ‘유해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펜벤다졸 자가 투여 이후 반응을 전하는 영상의 주목도는 높았다. 자가 투여 펜벤다졸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상위 3개 영상의 평균 조회수는 21만5256회로 분석 대상 영상의 평균 조회수(5만326회)의 4배에 달했다. 가장 많이 본 펜벤다졸 영상 20개 중 8개는 펜벤다졸 효과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담았다.

단순히 허위정보의 주목도가 높았다는 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연구팀은 추천 영상 등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유튜브의 영상 추천 방식과 맞물려 잘못된 믿음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펜벤다졸을 자가 투여한 사람들은 펜벤다졸 매진에 대한 뉴스 보도 이후에도 유튜브에 계속 등장했다”며 “하나의 출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견해를 확인하는 다양한 출처에 다중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펜벤다졸 자가 관리에 대한 여러 정보 소스에 노출시키고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연결함으로써 유튜브는 자가 투여의 위험과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펜벤다졸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하는 완벽한 인프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가투여를 하는 여러 사람들의 영상이 추천되면서 정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다.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여기에 일부 의료 전문가의 영상은 믿음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유튜브 공간에서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콘텐츠를 통해 펜벤다졸의 효과를 옹호하지는 않았지만, 큰 부작용도 없다며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뉘앙스의 영상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펜벤다졸의 자가 투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약물 복용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영상 댓글에는 ‘혼란스러운 의견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됐다’ ’4기에 대장암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사람으로서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허위정보의 확산에 관해 “암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입증되지 않은 대체요법을 추구하거나, 현재 처방된 치료의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관련 영상 소비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추천 대상 채널 가운데 유명대학 병원 채널이 포함돼 있었지만 정작 이 채널은 펜벤다졸 검증 영상을 만들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연구팀은 잘못된 정보 확산을 ‘방해’하기 위한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연구팀은 “뉴스 미디어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보건당국은 소셜미디어의 잘못된 정보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뉴스에 관해 “뉴스 매체는 종종 기계적 객관성에 의해 제약을 받고 논쟁의 양면을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뉴스 미디어를 주로 보는 사람들은 보건 당국이 전하는 메시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직접 소통’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보건당국 차원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관련 정보를 업로드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나 의료계 공식 채널이 아니라도 기존 인플루언서를 통해 이 같은 영상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시청자가 여러 출처를 통해 같은 주장을 확인하며 잘못된 정보에 점차 빠져드는 시점에서 이 흐름을 끊는 영상이 추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의 의학채널만 사실을 전하기보다는 여러 채널이 참여해야 효과가 높아진다.

연구팀은 또한 보건당국에 유튜브의 추천시스템, 시청습관, 환자와 간병인 간의 정보 흐름 네트워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의학 관련 허위정보에 노출된 시청자의 주목도가 높은 저명한 병원 채널이 온라인 공간 속 의학 허위정보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