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머투 대표 약식 기소에 피해자 A씨 “당연한 결과…정식 기소돼야”
3년5개월 전 사내 고충위에 성추행 피해 신고한 A씨, 부당전보
가해자 강 아무개 소장, 지난 6월 성추행 판결 후 징계 없이 퇴사

머투 대표 기소 처분에도 끝나지 않는 싸움

2018년 5월15일. 당시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소속 기자였던 A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당시 도영봉 부사장)에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알린 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난날, 회사는 A씨를 가해자와 같은 층에 있는 혁신전략팀 ‘연구원’으로 발령냈다. 회사는 기자인 A씨를 왜 연구원으로 발령냈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2016년 9월부터 머니투데이 편집국 미래연구소 소속 기자로 일했다. 직속 상사인 강아무개 미래연구소 소장은 A씨의 팔뚝을 툭툭치고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A씨는 2018년 4월 5일 고충위와의 면담에서 성추행 피해를 털어놓은 후 2018년 4월9일 고충위에 피해 사실을 담은 서면을 제출했다. 일주일 뒤 당시 고충위원장인 도 부사장은 행정직군이 일하는 3층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명령했다.

▲머니투데이 CI.
▲머니투데이 CI.

“하루에 1꼭지씩 스타트업 관련 박스 기사(10매)를 작성해 기사 입력기에 올려달라. 외부 취재는 어려우니 국내외 뉴스를 검색해 종합해서 기사를 작성해달라.” A씨는 2018년 4월23일 도 부사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받았다. 부당한 업무지시였지만 고충위가 따르라고 해서 따랐다.

A씨가 써서 올린 기사는 단 한건도 외부로 표출되지 않았다. 도 부사장은 2018년 5월2일 출근하자마자 A씨에게 인사위원회에 회부 됐다는 내용의 메신저를 보냈다. A씨가 “고충위에 문제 제기해서 이러는 것”이냐고 묻자, 도 부사장은 “고충 제기했다고 회사가 징계한다고 생각하니 할 말이 없다. 고충 제기와 별개로 부서장(강 소장) 지시 불이행, 근태불량 등으로 인사위에 넘겨져 있다고 말했을 텐데 자기 입장만 내세운다”고 나무랐다.

2018년 5월15일 가해자와 같은 층에 위치한 부서로 첫 출근한 날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 A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공황 발작을 했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눈물이 계속 흘렀다. 가슴도 답답해서 안절부절 못 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A씨는 휴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일하지 못하고, 회사와 힘겨운 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부당전보 맞고 성추행 피해 인정된다는데…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검찰과 법원 등 사법 기관은 번번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이 2018년 머니투데이가 성추행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는지 수사했다. 그 결과 2019년 2월 A기자를 가해한 직속 상사인 강 소장을 그해 3월까지 징계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고,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를 그해 4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그러나 머니투데이는 같은 해 3월7일 가해자인 강 소장을 징계할 수 없다고 고용부에 통지서를 보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머니투데이에 5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됐는데, 머니투데이는 과태료를 낼 수 없다며 재차 이의신청을 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 6월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33단독(부장판사 정도영)은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소속이었던 A기자가 직속 상사인 강 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팔뚝 안쪽 살을 툭툭 치고 쓰다듬거나 주무르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사법기관의 판단이 피해자의 주장이 맞는다는데도 머니투데이는 여전히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사내 인트라넷에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이 잘못됐다는 식의 2차 가해성 글들만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머니투데이에서 벌어진 성추행 피해자 부당전보 기사가 보도되자 사측은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이를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2018년 10월 머니투데이에서 벌어진 성추행 피해자 부당전보 기사가 보도되자 사측은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이를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4일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부장검사 진현일)가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이사와 머니투데이 법인을 남녀고용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약식절차에 의한 검사의 재판청구를 의미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26일자 한겨레 기사에 “인정하기 어렵고 정식재판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2018년 4월부터 3년5개월간 가해자인 강 소장과 머니투데이와 힘겹게 싸운 A씨를 지난 27일 전화로 만났다.

- 검찰에 송치된 지 2년5개월 만에 약식 기소 처분이 났다. 결과를 받아보고 어땠나.

“당연히 기소했어야 했다. 기소는 당연한 결과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검찰이 기소해서 다행이다. 사실 정식으로 기소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죄질에 비해 구형이 낮은 것 같다. 다른 사건에 비해 피해 사실이 결코 가볍지 않다. 저는 제 사건이 2차 가해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5일 성희롱 피해자에 보복 징계한 르노삼성자동차와 회사 간부에 거액의 벌금형이 확정된 판례도 있고 최근에는 직장내괴롭힘으로 사업주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판례도 있다. 내 사건도 죄질을 고려해 충분히 실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6월 법원이 성추행 가해자인 강 소장에게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5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는 휴직을 내고 무급휴직 중인데, 가해자는 성추행 판결 당시까지 회사에 다녔다.

“2018년 5월부터 3년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병이 낫지를 않아서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회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하자 저에 대해서만 불이익을 줬다. 가해자는 아무런 변화를 겪지 않고 회사에 잘 다녔다. 지난 6월 법원에서 강제추행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오자 가해자 스스로 회사에 사표를 냈고, 회사는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해줬다.”

- A씨 사례를 보면 다른 기자들도 자신들의 고충을 쉽게 문제 제기 못 할 것 같다.

“사측이 원한 게 바로 그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머니투데이의 구성원이라면 저의 사례를 보고 불이익을 당할까봐 겁나서 고충 제기를 못 할 것 같다. 고충을 신고했더니 피해자만 불이익당하고 가해자는 징계조차 받지 않고 소장직을 끝까지 유지하다가 본인이 원하는 때에 퇴사했다. 가해자에게 더 유리한 회사의 태도가 정말 불공정하다”

- 머니투데이 고충위는 가해자의 성추행 사실 판단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용부가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결정한 후에도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았다. 사법 기관의 판단 후엔 회사가 사과했나.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가해자의 상습 강제추행 가해가 인정된다는 판결 후 이틀 지나서 머니투데이 측 법무법인 화우가 제 소송대리인에게 복귀 협의를 하고 싶다고 했고 저희 측은 머니투데이와 소송을 진행 중이고 연구원 부당전보 등 불이익 조치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협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회사가 제안한 그 복귀도 기자로 복귀하라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으로 복귀하라는 것이었다고 고충위가 답변했다.

나는 사과와 부당전보 취소, 가해자 징계 등을 먼저 하면 회사와 협의를 할 의사가 있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회사는 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협의를 거부한 것은 회사다. 그래놓고선 회사는 사내에 “회사는 저와 협의를 하고 싶어하지만 제가 거부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더라. 그리고 회사가 저를 연구원으로 부당전보한 것을 취소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지, 저에게 협상의 카드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 가해자인 강 소장을 상대로 한 소송 승소 후 회사에 사과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

“맞다. 강제추행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온 후 며칠 뒤인 지난 6월28일 제가 사내 인트라넷에 글을 올렸다. 미디어오늘이 2018년 부당전보 기사를 보도한 후 고충위가 사내 인트라넷에 기사가 잘못됐다며 사내 구성원들에게 저에 대한 부정적인 심증을 심어줄 수 있는 온갖 허위사실들을 적시한 게시글을 유포해 제 명예를 훼손했다. 사과해달라고 글을 올렸지만, 고충위는 사과는커녕 또 제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렸다.”

- 사내 고충위나 기자협회, 여기자협회, 노사협의회(머니투데이는 노조가 없다)에서 성명을 내는 등 피해자를 도와줬나.

“연구원으로 부당전보 당하면서 가해자와 같은 층에 있는 게 힘들다고 구 아무개 고충위원과 황아무개 고충위 간사에게 말했다. 황씨가 병원에 가보라 하더라. 구아무개 고충위원에게 연구원 전보가 고충위 결정이냐고 물었는데, 구 위원은 김아무개 고충위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황 간사는 제가 실력이 부족하고, 다른 부서에서 받아 줄 부장이 없어 본인 부서인 혁신전략팀에서 저를 받은 거라고 지노위에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제가 한 간부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그런 회사에서 그런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고충위에 피해 사실을 알리기 전 기자 인사평가 A등급을 받았다.”

- 가해 직원을 징계하라는 고용부 시정명령은 왜 따르지 않았을까. 회사는 과태료 500만원도 내지 않고 오히려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를 징계를 안 해서 과태료를 부과받은 건데, 자꾸 불복하는 게 어이가 없다. 어쨌든 불복을 하면 판결이 확정되지 않고 계류 중인 상태가 되니까, 재판에 이용하려고 무리하게 법원의 결정에 불복을 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

- 2019년 박종면 머투 대표가 고용노동부에서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2년 넘게 검사만 4번 바뀌고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검찰 처분이 오래 나지 않아 답답했을 것 같다.

“회사에 계속 속고 또 속아 사회에 대한 불신이 생겼는데, 검찰까지 오랜시간 판단을 내리지 않아서 정말 답답했다. 검찰이 처분을 하지 않아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이 사실을 소송에서 이용하기도 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이 사건을 겪은 후 사람 많은 곳에 갈 수 없었다. 음악을 듣지 않는데 소음을 차단하려고 에어팟을 낀다. 사람을 믿기 어려워졌다. 가슴 통증과 과호흡 때문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때도 많고 감정 조절이 힘들다. 추행당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하도 회사에서 무고녀 취급을 당하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안 믿어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일상이 됐다. 누구를 만나든 증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회사가 잘못을 사과하고 인정하고 책임질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힘들다고 싸움을 멈추면 굉장히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것 같다. 제가 회사의 사과를 받지 않고 싸움을 그만두면 다른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그 피해자에게 회사가 사용자 권한을 남용해 불이익을 줄 것 같아 싸움을 못 멈추겠다. 머니투데이는 언론사다.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해 스스럼 없이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에 불리한 조치를 하는 언론사가 쓴 기사를 과연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공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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