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통위 실태점검 내역 입수...TV조선·JTBC 계열, 지상파 라디오 등 파악 못해
방송규제기구 소극·늑장 대응에 보험방송 양산, 피해 키워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상 특정 보험업체 ‘뒷광고’ 역할을 해온 보험 방송에 대응하고 나섰지만 점검 결과에 허점이 드러났다. 방송 규제기구의 소극·늑장 대응이 ‘기만적 뒷광고’ 방송을 사실상 용인하고,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은 EBS ‘머니톡’ 등 보험 상담 교양 프로그램들이 실상은 보험대리점업체의 기만적 협찬 방송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특정 보험업체 또는 홍보대행사의 협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해당 업체나 제휴 업체의 소속 직원들이 전문가로 출연하고, 무료 상담을 한다며 개인정보를 수집해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건당 7만~8만원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질의를 했고 방송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실태점검 결과를 공개하며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EBS ‘머니톡’ 보고 상담했더니 개인정보 팔아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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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계열 채널에서 방영한 '쩐당포' 상담 화면. 방송을 보고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상담 신청을 하면 방송사가 아닌 리치앤코라는 보험대리점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기며 상담을 하게 된다.
▲ SBS 계열 채널에서 방영한 '쩐당포' 상담 화면. 방송을 보고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상담 신청을 하면 방송사가 아닌 리치앤코라는 보험대리점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기며 상담을 하게 된다.

방통위 실태점검 내역 입수... 채널 12개 놓쳤다

방통위는 19개 채널에서 ‘머니톡’과 같은 포맷의 기만적 보험방송이 이뤄지는 현황을 파악했다며 점검에 나선 사실을 9월30일 발표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방송이 방송서비스의 제공 과정에서 알게 된 시청자 정보의 부당유용을 금지행위로 정한 방송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조사결과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방송법령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가 정필모 의원실에 제출한 구체적인 점검 내역(추가 점검 내용 포함)을 보면 지상파 방송(KNN, KBC, TBC, TJB, CJB, JTV, JIBS, UBC, G1, OBS)과 종편(채널A), 경제전문채널(SBS BIZ, 한국경제TV, MTN, 매일경제TV, 팍스경제TV, 이데일리TV, 서울경제TV, 내외경제TV, 토마토TV)에서 보험 방송을 편성한 것으로 파악해 점검에 나섰다.

▲ 방송통신위원회 보험방송 실태점검 내역(재가공 자료)
▲ 방송통신위원회 보험방송 실태점검 내역(재가공 자료)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보험 업계를 취재해 2021년 방영한 보험 방송 프로그램을 자체 조사한 결과 방통위 조사에 누락된 채널만 12곳에 달했다.

방통위는 종편 계열 채널 중 TV조선2의 ‘가정경제를 살리는 골든타임’ ‘브라보 머니’, JTBC2·4의 ‘부자의 탄생’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상파 계열 유료방송 채널 가운데는 SBS플러스와 OBSW를, 기타 유료방송 채널 가운데는 IHQ, ONCE(스카이라이프 계열), 채널뷰(티캐스트 계열)에서 보험 방송을 편성했으나 역시 파악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점검하지 않았는데, SBS·부산MBC·YTN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보험대리점업체 키움에셋플래너 보험설계사가 출연하는 보험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었다. 키움에셋플래너가 보험 상담 명목으로 얻은 내부 DB(이용자 정보)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들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확보한 DB가 다수 드러났다.

▲ 방송통신위원회 실태점검 자료에 누락된 보험 방송 프로그램들. TV프로그램은 전화번호를 방송에 노출하고 있었고, 라디오의 경우 보험대리점업체 거래가 확인됐다.
▲ 방송통신위원회 실태점검 자료에 누락된 보험 방송 프로그램들. TV프로그램은 전화번호를 방송에 노출하고 있었고, 라디오의 경우 보험대리점업체 거래가 확인됐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A홍보대행사의 6월 보험방송 편성표를 보면 KSTAR, KBS스토리, 차이나, 채널J, CNTV 등 채널에서도 보험방송을 편성했다. 이 대행사가 기획한 방송만 하루 5~7회씩 방영돼 월 200건에 가까운 방송(회차 기준)을 쏟아냈다.

▲ 방송통신위원회 실태점검에 포함되지 않은 보험 방송 갈무리. 이들 방송 모두 방송 도중 특정 업체 전화번호를 안내하거나 DB거래를 하고 있었다.
▲ 방송통신위원회 실태점검에 포함되지 않은 보험 방송 갈무리. 이들 방송 모두 방송 도중 특정 업체 전화번호를 안내하거나 DB거래를 하고 있었다.

방통심의위 집중 모니터도 ‘허점’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보험방송 집중 모니터’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놓친 프로그램이 더 많았다.

방통심의위는 특정 업체 소속 보험설계사가 등장해 해당 업체 전화번호를 띄운 보험 방송 프로그램들이 방송심의규정상 위반 행위인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효과’를 냈다고 판단해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이 같은 심의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방송은 최소 30여개에 달하지만 방통심의위는 8개 프로그램에만 행정지도를 하는 데 그쳤다. 관계기관인 방통위가 만든 모니터 자료만 보더라도 방통심의위는 20개 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었지만 두 기관은 협력 없이 각자 모니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 집중 모니터 체계로는 세부 현황 파악을 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방통심의위는 정필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집중 모니터 방식을 ‘사무처에서 모니터링 요원에게 특정 주제를 선정해 전달하면 모니터 요원이 이를 바탕으로 심의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중점 모니터는 ‘이런 프로그램에 더 주의해서 모니터해보라’는 것이지 전수 조사 개념은 아니다”라며 “집중 모니터 방식으로는 다 잡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보험대리점업체 리치앤코 홈페이지 갈무리. 방송을 통한 DB(이용자 상담 정보)를 강조하고 있다.
▲ 보험대리점업체 리치앤코 홈페이지 갈무리. 방송을 통한 DB(이용자 상담 정보)를 강조하고 있다.

보험방송 늑장 대응이 피해 키웠다

지난 6월 방영을 시작한 한 보험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고객을 호구로 보는 보험 영업팔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방송사가 이 게시글을 ‘비공개’ 처리를 하자 이 네티즌은 “왜 비공개로 돌려놓냐”며 반발했다. 지난해 EBS ‘머니톡’ 방영 당시 보험설계를 무료로 해준다는 문구에 속아 상담 문의했지만 실상은 특정 보험 가입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항의 글들이 다수 올라온 적 있다. 규제 기관이 제대로 나서지 않자 같은 피해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험방송 문제가 지적됐지만, 방통위가 모니터링에 나선 건 2021년 4월로 국정감사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더구나 모니터링 이후 5개월 동안 방송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 티빙 공지사항. 9월24일은 금융 당국의 광고 규제가 시작된 날이다.
▲ 티빙 공지사항. 9월24일은 금융 당국의 광고 규제가 시작된 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머니톡’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고 나서 EBS가 프로그램을 폐지했지만 정작 이 방송을 기획한 키움에셋플래너는 다른 채널에는 그대로 방송을 내보내고, 새로 편성하기도 했다”며 “막상 제재가 없으니 업체들은 오히려 방송 노출 시간을 늘리고, 현재는 보험업체뿐 아니라 대행사들도 적극적으로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방송을 하고 있다. 방통위가 확인한 프로그램이 20개라고 하지만 이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구멍이 많다”고 했다.

물론, 최근 들어 변화가 시작됐다. 9월 말부터 다수 보험방송이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관련 VOD 및 유튜브 영상을 삭제한 상황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방송 규제기관’이 아닌 ‘금융당국’의 행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이 보험방송 위법성 여부에 검사를 나서고, 금융위원회가 ‘보험방송도 광고’라고 규정하는 광고 가이드라인을 9월 말부터 적용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무료 보험상담” 빙자 ‘뒷광고’ 방송에 칼 빼들었다]

업계에서 이 같은 형태의 보험 방송이 주목 받은 때는 2017~2018년으로 추정한다. 이후 비일비재하게 방송이 이뤄질 동안 방송규제 당국이 손을 놓으면서 업계는 방송을 점점 늘렸고,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에도 실효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다 보니 피해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영업 문제 뿐 아니라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영업으로 얻은 개인정보까지 사고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통위가 늦은 만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필모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에도 방통위에서 실효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다 보니 1년 동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집중조사가 이뤄지는 지 점검하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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