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대한민국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아니라고 보느냐”
권태선 이사장 “북한이 합법정부니 정상회담 하지 않나”
국민의힘 수구의 영구집권이 목표, 조선일보는 수구언론이냐 예, 아니오로 답하라?
철지난 사상검증성 공세

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등을 국정감사하는 자리에서 피감기관장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한반도에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때아닌 사상검증성 색깔론 질문 공세를 펴 논란이다.

더구나 ‘박근헤 정부가 수구세력의 영구집권, 조선일보가 수구언론’이라는 표현이 나온 피감기관장의 9년 전 칼럼 내용을 들어 아직도 같은 생각이냐, 예 아니오로 답하라는 추궁하기도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재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정감사 자리에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리영희 재단 이사장을 했던 전력을 들어 돌연 이 같은 질의를 했다. 허 의원은 “사상검증을 할 마음은 없다”면서도 “대한민국은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고. 이인영 장관도 청문회 때 주체사상 포기했냐는 질문에 답변을 못했다. 다만 리영희씨의 제자로서 그분의 영향을 받은 것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일할 때 문제가 되면 안되니 지적을 해보겠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고 리영희 선생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전후부터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점을 들어 권태선 이사장에게 “이 주장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질의했다. 권 이사장이 “그 부분에 관해서는 아마 그 전거(:말이나 문장의 근거가 되는 문헌상의 출처)를 가지고 말씀하신 던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허 의원은 다시 “그래서 동의한다는 거냐.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아니다’ 이걸 동의한다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권 이사장이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죠”라고 하자 허 의원은 “그럼 부인하시는 거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 맞다는 거죠”라고 거듭 따지면서 “헌법에 근거한 답변을 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은 “우리도 북한이 합법적 정부라고 생각해서 정상회담 하고 있지 않느냐, 현실은”이라며 “지금 현실은 그렇죠”라고 반박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과방위 방문진 국감에서 권태선 이사장 과거 저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재촬영(조현호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과방위 방문진 국감에서 권태선 이사장 과거 저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재촬영(조현호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과방위 방문진 국감에서 권태선 이사장 과거 한겨레 칼럼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재촬영(조현호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과방위 방문진 국감에서 권태선 이사장 과거 한겨레 칼럼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재촬영(조현호 기자)

 

허 의원은 “권태선 개인의 입장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방문진 이사장으로 답변 듣고 싶으니 그에 맞춰서 답변해주면 된다”고 한 뒤 더 이상 권 이사장에게 이 부분을 묻지 않았다.

허 의원은 이밖에도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도 삼권분립에 대한 답을 제대로 못했고, 방송정책 관계자들이 법치 행정에 대한 인식이 걱정된다”면서 이번엔 리영희 선생이 ‘8억인과의 대화’의 저서에서 중국 마오쩌똥의 문화대혁명을 미화했는데, 이게 최악의 숙청이라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권 이사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허 의원은 “예나 지금이나 영향력이 큰 지식인이나 언론 매체가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사실인양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조심해야겠다는 이유에서 여쭤봤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허 의원은 권 이사장의 언론관이 편향적이라는 근거로 한겨레 논설위원 시절인 2012년 총선 전에 쓴 한 칼럼을 들었다. 허 의원은 “한 칼럼에서 당시 정권의 주요인사를 수구세력, 일부 언론을 수구 언론 규정하고 맹비난을 했다, 기억하느냐”고 제시했다. 이어 권 이사장이 집필한 저서 ‘리영희 평전’의 에필로그에 쓴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권 이사장이 저서에서 “박근혜 목표는 민주적 체제 점진적 폐지해서 수구세력의 영구집권체제를 복원하는 것이다”라고 쓴 대목을 들어 허 의원은 “여전히 국민의힘은 수구세력이고, 조선일보는 수구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 예, 아니오로 답변해달라. 질문 시간 때문에”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권태선 이사장은 “그건 예, 아니오로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과방위 방문진 국감에서 권태선 이사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재촬영(조현호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국회 과방위 방문진 국감에서 권태선 이사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재촬영(조현호 기자)

 

‘그럼 국민의힘의 목표가 영구집권을 위한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하자 권 이사장은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방문진 이사장을 앞에 두고 철지난 사상검증을 하려했으나 다소 뜬구름잡기식 선문답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허 의원은 글로벌 이미지 전략가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1월23일 자유한국당의 외부 인재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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