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법적근거·이전권한·예산없어, 안보공백” 성토
정의당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쟁 자체가 실망스러워”
홍준표 “건물보다는 사람이 문제” 권성동 “제왕적 권력 내려놓겠다는 의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자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결정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불통 횡포”라며 성토가 나온다.

이재오 국민의 상임고문도 존중한다고 했으나 반대한다는 의견도 숨기지 않았다. 윤 당선자의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윤 당선자의 용산 이전 발표를 두고 “신-구 정부의 교체기를 불과 50여 일 남겨놓은 이 긴박하고 황금 같은 시간을 사무실 문제, 살림집 문제로 허비를 해야 되는지 정말 국가적으로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우선 이전 결정 과정의 문제를 “완전히 졸속, 불통이었다”며 “부처 하나를 이전해도 주민의 뜻을 묻는 공청회를 여는 법인데 국가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좌우할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이냐”반문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 뜻은 깡그리 무시한 당선인의 횡포”라고 성토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국가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라며 “안보 공백이 없다는 윤 당선인의 주장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당선인의 구상대로라면 경호 경비에 따른 예산 투입도 지금의 2, 3배에 다할 것”이라며 “시민 불편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며 합참과 예하 부대의 연쇄 이동에 따른 혈세 낭비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밖에도 서울 시민의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도 지목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졸속과 날림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결사의 자세로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즉시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하여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의 고용진 비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낮 발표한 브리핑에서 “장소 선정과 절차에 있어서 국민 소통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며 “용산 국방부 청사가 과연 국민소통을 위해 적합한 장소인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절차도 일방통행”이라며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을 아무런 국민적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행태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고 수석대변인은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등 힘을 바탕으로 한 안보를 역설해온 윤석열 당선자가 안보 문제를 이렇게 등한시하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며 “무엇보다 이러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다. 당선자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서 추진해도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옮길 수 없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답변을 두고 고 수석대변인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청와대 이전은 결코 시간에 쫓기듯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 졸속 이전이 낳을 혼선과 부작용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결국 독불장군에 불통대장이 되겠다는 것인이냐”며 “윤 당선인의 불법적, 불공정, 비상식적 집무실 이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법적 근거와 관련해 “인수위법 어디에도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특정부처의 이전을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대통령 취임전부터 무소불위의 일방적 권력행사를 하려들지 말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수천억억원에서 조단위로 들어갈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산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인수위는 어떤 예산의 집행권한도 없다”며 “지금 인수위가 쓸수 있는 것은 취임식 예산 30억 원과 인수위 운영비 20~30억 원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를 맡아본 경험상 그 어떤 근거도 없고, 편성 조차되지 않은 예산집행은 불법”이라며 “우리당은 불법적 예산집행이 이뤄질 경우 국회 예결위와 운영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지적했다.

당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많이 해온 원로 이상민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선 공약 첫번째 파기, 공약 자체가 졸속부실하게 만들어진 것을 자인한 꼴”이라며 “더구나 용산 국방부로 이전 결정 또한 졸속부실한 결정이면서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의 국정 운영을 보는 듯 합하다”며 “너무 걱정”이라고 썼다.

채이배 의원도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법률적으로, 예산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인수위법에 따르면,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치를 강조해 온 윤석열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불법을 자초하는 것을 민주당은 두고 볼 수 없다”며 “국민 소통을 정말 원한다면, 지금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정의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와 대책 마련 없이 당선자의 의지만 앞세운 졸속 발표는 대단히 우려스럽습다”며 “국민 소통이 목적인지, 이전 자체가 목적인지 사실상 그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윤 당선자는 다양한 우려와 문제점에 대해 그 대책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당선자의 첫 번째 국정 행보가 민생이나 코로나 대책이 아닌 대통령 집무실이 광화문이냐, 용산이냐를 놓고 논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반대목소리, 이재오 “찬성않지만 존중” 홍준표 “건물 아닌 사람이 문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용산 이전 기자회견을 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시대가 아니고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당선인의 신속한 결단과 자세한 설명은 존중한다. 새로운 시대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도 자신이 운영하는 ‘청년의꿈’ 사이트에서 지난 18일 청와대 청사 이전에 대한 질문에 “건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윤 당선자 측근으로 알려진 일부 인사들은 용산이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청와대 해체 공약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참모들의 제안과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결단이 합쳐져서 나온 핵심 공약”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청와대 해체 공약은 당선인이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내놓은 공약”이라며 “임기 첫 날부터 청와대를 떠나 새로운 집무실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6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국방부장관)을 만나 청와대 이전 적지(適地)에 대한 김 실장의 의견을 보고서에 담아 윤 당선자에 전달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정 부의장은 김 전 실장이 용산 이전을 두고 “정부 종합청사나 외교부 청사의 경우 지하 벙커가 없는 반면, 용산의 국방부 청사 건물마다 지하 벙커가 있다”며 “용산이 중요한 전략적 위치여서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 미군이 주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기고, 국방부 관련 시설을 조정하면 될 듯하다”며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이 국방장관 공관의 두배 크기다. 대통령 관저는 그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했다고 정 부의장은 전했다. 정 부의장은 “김실장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군통수권자’라고 했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때 첫 번째 고려는 군 지휘체계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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