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외신대변인, 18일까지 칼럼쓰고 21일 인선발표
“독자 시청자 우롱하는 처사” “오전 편집회의 오후에 청와대, 제2의 민경욱 비견”
“최소한 양심 본령 벗어나” “친여매체 비판? 이런게 친여매체 기자 통한 권언유착 아니냐”
강인선 “생각해보고 답변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퇴사처리된지 사흘도 안된 강인선 조선일보 부국장을 21일 당선자 외신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강 대변인은 지난 18일자 조선일보에 기명 칼럼을 작성한지 사흘만에 당선자 외신대변인을 맡게 됐다. 과거 민경욱 전 KBS 앵커의 오전 회의, 오후 청와대 대변인 출근 케이스와 비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언론의 독립성 훼손 뿐 아니라 이 같은 행위가 독자와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은혜 윤 당선자 대변인은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연 일일브리핑에서 당선자 외신대변인에 강 전 부국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신임 외신대변인인 강 전 부국장을 두고 “조선일보 입사 이후 워싱턴특파원 및 국제부장, 논설위원, 워싱턴지국장, 외교안보․국제담당 에디터를 역임한 국제통 기자로 이름을 널리알린 분”이라며 “강 전 부국장은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의 단 3명뿐인 미군동행 종군기자였고, 베스트셀러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의 저자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강 전 부국장이 워낙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를 다룬 경험도 있기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 철학과 앞으로의 인수위 운영과정을 해외 언론에 알리는데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인선 외신대변인은 196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1990년 월간조선에 입사한 뒤 2001년부터 조선일보에 입사해 워싱턴특파원으로 활동해왔다. 이후 정치부 기자와 논설위원, 국제부장, 주말뉴스부장을 거쳐, 다시 2016년부터는 워싱턴지국장으로 발령나 미국에서 활동했고, 지난 2020년엔 편집국 외교안보·국제담당 에디터를 2021~2022년엔 편집국 디지털콘텐츠기획·외교에디터를 지냈다. 무엇보다 강 신임 외신대변인은 지난 18일자 조선일보 31면 ‘[강인선 LIVE] 말로는 거들어도 함께 싸워주진 않는다’ 칼럼을 통해 “오늘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이 왜 그토록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 하는지를 단번에 이해시켜준다”며 “우크라이나가 처한 위기를 보면서 ‘만일 우리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이라고 자문하게 된다”고 썼다. 강 신임대변인은 “위기 시 같이 싸워줄 혈맹이 없다면 우리도 또 다른 우크라이나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엔 TV조선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사 발표 직전까지 조선일보 부국장으로서 언론인 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사표가 수리된 것도 인사발표 직전이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기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강인선 부국장의 사표는 18일에 수리됐다. 지난주 금요일”이라고 밝혔다. 20여년 동안 조선일보 간판 특파원 국제담당기자로서 있던 언론인이 권력에 직행한 것에 대한 질의엔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강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신임 외신대변인이 지난 17일 조선일보 유튜브 정치펀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강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신임 외신대변인이 지난 17일 조선일보 유튜브 정치펀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언론계에서는 민경욱 전 앵커의 청와대 직행에 버금가는 사례일 뿐 아니라 언론의 독립성 훼손과 권언유착의 우려를 자초한 행태라는 목소리를 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21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소한의 숙려기간도 없이 이렇게 대통령 당선자 외신대변인으로 직행한 것은 ‘아침에 회의하고 오후에 청와대 갔던’ 예전 민경욱 전 KBS 앵커 사례가 생각난다”며 “언론인의 최소한의 양심과 본령은 독립성, 중립성을 지키는 일인데, 사흘전까지 칼럼과 방송에 출연했다면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와 논평을 해주리라 믿고 신뢰했던 독자나 시청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럴 바에는 그럴 생각(정치권력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적어도 몇 달전에는 사표내고 어느 정도 숙려기간을 뒀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언론인이 권력에 편입되는 것은 권언유착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이런 권언유착의 우려로부터) 선배언론인이 모범을 보여야지 비판을 자초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자 시절 TV토론과 대중 앞에서 유세할 때마다 ‘민주당이 친여매체를 동원해 허위보도와 정치공작에 활용한다’, ‘친여매체 하수인 기자들’이라며 원색적인 언론 비난을 했던 것과 배치되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 부국장을 데려다 쓰는 행위 역시 친여매체와 유착으로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2022년 3월18일자 31면
▲조선일보 2022년 3월18일자 31면

 

김동훈 회장은 “자기 말에 자가당착이자 적반하장”이라며 “말과 행동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친여매체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의 이번 인선은 그럼 친여매체 기자를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어떻게 얘기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제 눈에 들보”라며 “자신이 비판했으면 행동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취임도 하기 전에 외신대변인을 조선일보에서 임명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태도”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 답변을 통해 “부적절하고 부적절한 일”이라며 “권력과 언론이 유지해야 할 최소한의 거리가 무너지면 권언유착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구조적인 유착관계를 강화하는 의사결정”이라며 “언론독립성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강인선 윤석열 당선자의 신임대변인은 이날 여러차례 미디어오늘과 통화했으나 이 같은 비판과 우려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답변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낮 12시40분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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