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핵에는 핵으로 대응’ 전략 외에 한국의 자주적 평화적 해결 방안 나왔어야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21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시 핵을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한국 방어에 투입하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확장 억제 수단으로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 두 나라는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 훈련도 필요하다는  논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이 북한 핵에 대한 방침을 천명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면서 ‘선제 핵 타격’을 위협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뒤 국내외 정치권과 언론 등은 경계심과 날선 비판을 쏟아냈고 그에 대한 대응책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제시된 것이다.

두 정상은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한 평화통일 문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핵전쟁을 피하는 것은 물론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 추진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한데도 이런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과 봉쇄전략이었고 중국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공세전략을 펴왔던 던 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북핵 대응책은 미국에게 매우 만족스런 결과라 하겠다.

외교적 합의를 제로섬 원칙에 비춰볼 때 미국의  만족감이 클수록 한국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것은 비정상이다. 한반도 핵전쟁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파국적 비극은 민족전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자칫 냉전 회귀가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 찰떡공조를 할 뿐 한국 자주적 대북 및 동북아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깊이 새겨볼 부분이다. 국제외교는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100% 일치하기는 어려운 법이고 국가별 특성에 따른 자주적 외교 추진이라는 부분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미간 안보 및 경제협력 합의사항 가운데는 중국이 반발할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한중 경제관계의 비중은 한미, 한일의 경제관계 비중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이런 점을 어떻게 대응할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대통령 취임식 열흘 만에 급조된 듯한 정상회담에서 미국 쪽 주문에 너무 기울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미 두 나라 정부나 전문 가등이 예민한 반응과 큰 우려를 표시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핵전략 언급도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그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엔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제 3자의 중재가 나서지 않으면서 전쟁의 양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세계 대전으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미국, 러시아가 핵무기 선제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핵 선제사용논리가 나온 것을 주목하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변화한 미러의 핵 선제 타격논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미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힘겨루기 하는 모양새로 치닫는 상황이 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략 수정이 이뤄지는 등 세계정세가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은 침략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구진영의 경제봉쇄 등의 공세에 시달리자 위 기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최첨단 대륙간탄미사일 실험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입장이다(https://theintercept.com/2022/04/11/nuclear-weapons-biden-russia-strike-policy/).

이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았던 핵무기 선제공격 공약을 뒤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3월 외국의 화학무기 공격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미국과 우방의 핵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말해 핵 선제공격의 문턱을 낮췄다. 이렇게 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가 없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실시된 대선 공약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유일한 목적은 외국의 핵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군부와 미 우방들과 협의해 이런 목표를 수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다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사용에 대한 입장 변화는 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공개됐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계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들이 인류를 절멸시킬 공동의 군사목표를 정해놓은 꼴이 되었다. 두 대통령은 핵 선제타격을 명령함으로써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유일한 신과 같이 막강한 권력을 두 나라 제도로 부터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2년 4월27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되고 가증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철저히 제압·분쇄하기 위하여 우리 혁명무력의 절대적 우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부단히 상향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2년 4월29일). 이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전쟁 방지뿐만 아니라 근본이익 침탈 시도에도 사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지난 4월25일자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 강화 발전을 거론하고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북한이 방어나 보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공격의 목적으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무기만이 침공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다"라는 믿음을 북한이 더 강하게 갖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미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뉴시스  2022년 4월27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4월 25일)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5월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4월 25일)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5월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

미러와 중국의 핵전략 차이

미국의 핵전략은 미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집행되는데 북한에 대한 핵공격도 마찬가지다.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은 한국 대통령에게 북핵 선제타격에 대해 사전협의나 동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미 의회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는다. 북한도 미 대통령의 선제 타격권을 의식해 새로운 핵전략을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 실태를 보면 미러가 각각 6천~7천개, 중국이 3백~4백 개이고 북한은 수십 개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북한 핵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면서 러시아, 중국과 동일한 비중으로 대처하고 한국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는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은 한국에게는 매우 심각하다. 만약 현재와 같은 군사구도에서 북한의 핵전략과 미국의 핵전략이 충동할 경우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경제력 세계 10위, 군사력 6위라는 국제적 위상을 살리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 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전략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3 개 핵 강대국의 핵전략을 의식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구촌의 두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략은 비슷한 체제인 반면 중국의 핵전략은 조금 차이가 있다. 현 시점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로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인데 중국은 핵 보복에 초점을 맞추고 핵 선제타격은 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영향을 받아 종래의 핵사용 전략에 변화 가능성의 틈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미사일의 경우 적국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는 조기 경보시스템이 위성과 육상 레이더와 연결되어 있어 적국의 핵탄두가 자국 영토위에서 폭발하기 전에 탐지해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스템과 함께 상대방이 기습 핵공격을 할 경우를 가상해 전략 핵무기를 항상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즉각 응징 보복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전략을 ‘경보가 울리면 발사하는 시스템이라고 불린다.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조기에 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져 있다(https://carnegieendowment.org/about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설립한 재단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주기지의 사드 정식 배치 절차를 협의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자명해 보인다.

중국의 핵전략은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중국에 사용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적이 먼저 핵공격을 해 올 경우 핵 보복을 하지만 핵무기를 먼저 사용치 않는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중국은 국방백서를 통해 ‘중국의 핵 무력의 목적은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중국을 향해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 중국에 핵 공격이 가해졌을 경우 핵 보복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핵무기를 평화 시에는 고도의 경계상태로 유지하지 않고 핵탄두와 미사일을 따로 분리해 놓고 있다(Paul H. B. Godwin, “Potential Chinese Responses to U.S. Ballistic Missile Defense,” in Stimson/CNA NMD-China Project (January 17, 2002); Hans M. Kristensen, Robert S. Norris, and Matthew G. McKinzie, “Chinese Nuclear Forces and U.S. Nuclear War Planning,” (Washington, DC: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2006)).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8월2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을 마치고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8월2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을 마치고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다가 중국은 안보위기 상태가 고조되면 핵무기의 경계상태가 상향 조정된다. 중국은 핵공격을 당했을 경우에도 즉각적인 핵 보복을 실시하지 않고 며칠 또는 몇 주를 관망하면서 핵공격이 필요한지 여부와 적절한 대응조치를 검토 한다(Bin Li, “China and Nuclear Transparency” in Transparency in Nuclear Warheads and Materials: The Political and Technical Dimensions, ed. Nicholas Zarimpa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그러나 이 같은 핵전략은 2015년에 이어 2019년 중국 국방백서가 핵무기에 대해 전략적 조기 경보체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어 중국의 핵 보복 전략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China’s National Defense in the New Era,” (Beijing: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9)).

실제 2013년 발간된 중국의 군사과학전략에 대한 책자는 “적이 중국에 대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확신할 경우 그 탄두가 중국을 목표로 폭파해서 중국에 실제적인 피해를 주기 전에 중국은 즉각 보복조치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적에 의해 최초의 핵공격이 가해지고 난 직후에 중국이 핵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최초로 핵무기를 사용치 않는다’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썼다(Xiaosong (寿晓松) Shou, Science of Military Strategy (战略学) (Beijing: Military Science Press (军事科学出版社), 2013)).

미중러의 핵전략은 동일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지구촌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전면 핵전쟁의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다. 전면 핵전쟁은 1945년 미국이 일본에 두 번의 핵폭탄을 터뜨린 뒤 핵 위력이 모두에게 입증되면서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야만적 행위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 군사적 측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돼

핵보유국들의 핵전략 담당 군고위층은 군사적이 측면만을 고려할 뿐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전멸이라는 파국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가 할 일인 것이다. 맥아더가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집할 때 그 정치적 파급 효과에 대해 무신경했다가 미대통령에 의해 면직 된 것이 그런 사례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군통수권자가 되고 정치가 군사에 우선한다는 논리가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군사령관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군사적인 측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에 대해 살펴야 하지만 거기에 경제와 평화, 안전 등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전략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해 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한미 대통령이 민족이 거덜이 날 가능성을 함축한 전략 등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원하는 유권자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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