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 필두로 한 상담 프로그램, 방송 트렌드로
전문가 찾아 일상의 어려움 해결하고 상담 문턱 낮춰
‘상담’ 명분으로 지나친 사생활 공개 및 영상편집은 우려
영상 기록으로 악플 노출될 수 있는 아동 특별히 고려해야

한국에 ‘3대 선생님’이 있다는 말이 유행이다. 음식 분야 백종원, 반려견 분야 강형욱, 육아·심리 상담 분야 오은영이 한국의 ‘3대 선생님’이라는 것. 모두 방송에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큰 인기를 얻은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창 백종원이 인기를 끌 때는 어딜가나 ‘먹방’ 프로그램이 나오고 백종원에게 요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최근에는 오은영 박사를 필두로 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방송 트렌드가 됐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가 지난 2020년 5월 첫 선을 보이면서 오은영 박사의 상담과 해결책 제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21년 성인 버전 ‘금쪽이’라 볼 수 있는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역시 매화 화제를 부르고 있다. 지난해 5월 채널A는 ‘요즘 가족 금쪽 수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면 연인 간의 범죄나 살인 이야기를 다룬 TV조선 ‘미친 사랑’(2월 종영)이 있었고 SBS ‘써클하우스’ (신년특집 10부작 대국민 상담 프로젝트로 청춘을 대상으로 한 상담 프로그램)가 있다.

최근 MBC가 새로 시작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도 첫 방송부터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오은영 박사 인기는 계속 치솟아 ‘오은영의 토크 콘서트’도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 MBC에서 새로 시작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화면 갈무리. 
▲ MBC에서 새로 시작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화면 갈무리. 

상담에 대한 문턱 낮추고 일상적 해결책 제시

꼭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지 않더라도 상담 포맷 프로그램은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 정신과 의사를 필두로 한 채널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채널 ‘양브로의 정신세계’는 양재진·양재웅 형제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으로 30만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두 의사는 방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신과의사 정우열’ 채널도 정신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1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의 진짜 정신과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채널 ‘뇌부자들’도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하는 등 정신과 상담 등을 주제로 한 유튜브는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긍정적 측면은 지금까지 편견 때문에 상담을 꺼렸던 이들에게 상담 문턱을 낮춰주고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평소 상담 받기 어려웠던 유명 전문가를 방송을 통해 접하고, 그의 조언을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다. 

다만 방송이 ‘상담’을 명분으로 가족들의 사생활을 들추는 데 골몰하거나 상황·맥락을 누락한 채 자극적 장면만 골라 클립을 만드는 등 시청률을 끌려는 시도는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쪽이’류 육아·가족 상담의 경우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방송에 노출되면서 문제적 행동이 고스란히 영상 기록으로 남게 되고 악성 댓글이 달리는 등 아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55회에선 출연 아동이 자해나 폭언, 공격, 이상 행동을 보이는 모습이 방송됐는데 이 가운데 자극적인 부분을 방송사가 ‘클립 영상’으로 홍보에 사용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아동권리실현을 위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해당 방송분의 디지털 콘텐츠를 배포한 채널A와 포털사이트에 대한 심의를 신청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클립이 삭제돼 심의가 진행되진 않았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55화 가운데 일부.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55화 가운데 일부. 

“선의의 목적이래도 아동 권리 침해해선 안 돼”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선의의 목적이 있더라도 아동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은 사생활을 침해 받지 않고 △자신의 명예에 위법적인 공격을 받지 않으며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프로그램 89화에선 남자아이가 화장을 하거나 치마를 입고 걸그룹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는데, 오 박사가 남자 아이에게 성역할 관념에 문제가 있음을 조언한 장면이 입길에 오르내렸다.

현시원 독립큐레이터이자 시청각 랩 대표는 한겨레21 기고[기사 링크]를 통해 “방송 안에서 오은영 박사가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보편성’ ‘평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강하게 깃들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며 “또 어린이의 사생활 노출, 프로그램에서의 대상화, 자기결정권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예인 이지현씨의 아들이 나와 “저는 국민 ADHD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두고 악플에 공격 받는 상황 등을 우려한 것이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89화 갈무리.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89화 갈무리.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근 금쪽이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십 년 전에 방송됐던 육아 프로그램이 유튜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행동을 했던 아이 입장에서 십수 년이 지나도 영상 기록이 타인에게 공유되고, 삭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아이와 가족이 관련된 프로그램 때문에 온라인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아이와 보호자가 당시 방송 내용에 동의했대도 미래에 알 수 없는 피해를 받을 수도 있어 미디어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매니저는 “육아 등 어려움이 있을 때 관련 프로그램이 전문가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춘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상담 프로그램 인기는 역설적으로 육아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지역사회에서 찾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자기 일이 알려지더라도 절박한 마음에 방송을 찾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사회적 지원 체계가 지역 내 자리 잡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사생활 들추기보다 고민 풀어가자는 태도로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 및 상담 전문가와 관련, 오락성을 강조하다가 의료윤리를 저버리는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거에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가 많아 정신과 의사들이 유튜브나 서적 등을 통해 오해를 풀고자 노력해왔다. 최근 ‘오은영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오은영 박사 상담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정신과나 상담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디어를 통한 상담의 경우 한정된 방송 시간 탓에 전문성을 완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또 ‘닥터테이너’나 ‘쇼닥터’ 문제에서 드러났듯 자기 몸값을 올리는 데 미디어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사나 상담가 등 전문가들이 미디어에 노출될 때 스스로 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일반적 인플루언서들과는 다르게 의사나 상담 전문가는 환자의 비밀 보호 등 직업 윤리를 지킬 책임이 있다. 예능에 상담 전문가들이 나와 자기 환자와의 에피소드를 발설하는 등 의사 윤리가 옅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가 있다”며 “정신과 의사가 모든 영역에서 정답을 내려주는 사람처럼 간주되곤 하는데, 위험하다. 전문가들이 스스로 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의사 윤리에 반하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일반인이나 연예인의 일상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오죽하면 사생활을 공개하면서까지 전문가의 해결책을 듣겠다며 방송에 나오겠느냐”며 “다만 몇몇 방송에선 사생활을 드러내는 데 골몰하고 시청률을 끌어오려 하는데 그보다 우리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들, 우리사회가 목말라하는 부분을 방송을 통해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지한 해법을 모색하고 성장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추는 식으로 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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