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법 개정을 위한 분쟁지역 사진전 ‘금지된 현장’ 열려
온빛다큐멘터리·류가헌 공동기획, 5월31일~6월12일 사진전…6월3일 여권법 개선 토론회 개최
여권법 17조, 전쟁국가 취재 허가제로 통제해…자유로운 취재 위해 신고제로 바꿔야 

분쟁지역 취재를 허가제로 운영하며 외신에 의존하게 만드는 ‘여권법’ 개정을 위한 사진전이 오는 31일부터 서울 청운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금지된 현장’은 온빛다큐멘터리와 류가헌이 공동기획해 6월12일까지 개최한다. 오는 6월3일 오후 4시에는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성명 발표와 토론회를 류가헌 2관에서 진행한다. 주최 측은 이번 사진전의 배경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 국가에 대한 취재 보도를 ‘허가제’로 통제하는 나라”라고 밝혔다. 

이번 사진전에는 김상훈, 박종우, 박하선, 성남훈, 신제섭, 유별남, 이유경, 장진영, 정은진, 조진섭, 최형락, 태상호 사진가와 강경란, 김영미 영상PD 등이 참여한다. 장진영 사진가는 우크라이나 현장을 취재했는데 이 사진도 공개된다. 그는 귀국해 여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 우크라이나 키이우 기차역. 장진영. 2022년 3월12일. 사진=류가헌 제공
▲ 우크라이나 키이우 기차역. 장진영. 2022년 3월12일. 사진=류가헌 제공

 

김영미 PD가 5월호 ‘신문과방송’에 기고한 글을 보면 한국정부는 2007년 8월부터 여권법에 따라 여행금지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한국 언론이 국제분쟁 뉴스 대부분을 외신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관점과 거리가 멀어 국민 알권리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수도 키이우에는 1000여명의 외신이 취재 중이지만 한국 취재진은 외교부의 금지로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취재를 허가받을 때도 취재허가서에 취재내용과 일정·경로, 경호업체 정보 등 언론사 내 타 부서에도 알리지 않는 내용이나 취재진의 목숨이 걸린 문제까지 모두 보고해 언론검열이란 비판도 나온다. 결국 외신에 의존하면서 분쟁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선전전과 왜곡주장에 대해 한국 취재진이 사실확인조차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주최 측은 외교부의 언론검열을 중단하고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꿔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에서 사진전과 함께 성명을 계획한 것이다. 이들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장을 취재해 진상을 알리고자 노력해 온 언론인들과 사진가가 겪는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문제가 된 여권법 개선을 도모키 위한 ‘금지된 현장’을 기획해 연다”고 했다. 

여권법 제17조를 보면 “외교부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이하 ‘여권의 사용제한 등’이라 한다)할 수 있다. 다만, 영주(永住),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군에 체포된 '레드셔츠' 시위대원이 눈이 가려진 채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2010년 5월 군의 유혈 진압으로 방콕 도심을 점거 중이던 레드셔츠 90명 내외가 학살당했다. 이유경. 사진=류가헌 제공
▲ 군에 체포된 '레드셔츠' 시위대원이 눈이 가려진 채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2010년 5월 군의 유혈 진압으로 방콕 도심을 점거 중이던 레드셔츠 90명 내외가 학살당했다. 이유경. 사진=류가헌 제공

 

이들은 오는 6월3일까지 언론인 등의 서명을 받아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여권 사용 허가 제도를 개정하여 여행금지 국가의 취재 및 보도를 보장하라!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권법 제17조는 “외교부 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 (이하 "여권의 사용제한 등"이라 한다)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취재, 보도’는 허가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허가를 받을 때까지 최소한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천재지변, 전쟁, 내란, 폭동, 테러 등은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그 어떤 국제뉴스보다 신속, 정확하게, 그리고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취재와 보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요 취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사건이 발생하고, 가장 중요한 시점에 현장에 있어야 할 기자가 현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모든 상황이 끝나버리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친 제한과 절차로 인해 사실상 취재와 보도 자체를 차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개전 후 약 한 달이 지난 3월에서야 처음으로 국내 언론사 기자가 현지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의 경우로, 외교부 출입 언론사에 국한되었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경호 업체와의 계약서를 제출한 경우였습니다. 이는 중소 언론 매체나 비정규직 언론인(프리랜서)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처사로 보입니다. 취재지역을 수도 키이우에서 약 500km 떨어진 최후방 체르니우치 주와 리비우 주로 한정했고, 취재 기간을 5일 이내로, 투입 인원 또한 다른 언론사와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4명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키이우에만 1,000여 명이 넘는 세계 각국 취재진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취재와 보도의 장소, 기간, 인원까지 국가에서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이는 언론 취재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 전쟁과 분쟁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어린이와 여성이 키스하는 모습. 성남훈. 사진=류가헌 제공
▲ 전쟁과 분쟁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어린이와 여성이 키스하는 모습. 성남훈. 사진=류가헌 제공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현장에서 위험과 책무를 동시에 감수하고 수행해야 하듯이, 전장을 취재하는 언론인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 및 보도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후방의 안전한 곳에서 단기간에 취재하라는 법률적 제한은 우리나라 언론의 후진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2007년 여행 금지 제도가 시작된 이래, 국제 분쟁 뉴스의 대부분은 외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규모 11위, 영향력 10위권의 강대국이라고 주장하면서 국제 뉴스는 우리의 눈과 귀가 아닌 외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정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 민주화 항쟁을 취재, 보도한 독일 기자나 한국전쟁을 기록한 미국 종군기자의 업적은 소중한 사료로 높이 평가하면서, 국내 기자의 국제 분쟁 취재 및 보도는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약 광주 민주화 항쟁 현장이나 한국전쟁 당시에 외신 기자의 입국을 제한했다면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2009년 이스라엘-가자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출입을 봉쇄하고 외신 언론의 출입과 취재를 전면 차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안전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외신기자들은, 전장 봉쇄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의 기자들이 가자지구에 들어가 취재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까지 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민인 기자의 생명을 가볍게 생각한 것일까요? 그의 판단은 언론의 자유와 기록의 가치를 높이 사고, 언론인의 책무를 이해하고 존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국민으로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 제도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기록해야 하는 언론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내 언론의 국제 경쟁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입니다. 이에 우리는 허가제와 같은 통제보다는 정부의 정보력, 외교/행정적 지원을 통한 자국 언론인 보호를 통해, 여행금지 국가에 대한 언론의 취재 및 보도의 보장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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